[데이터로 본 셀트리온 합병]단기 숫자로 입증 어려운 합병효과…CFO 역량 '시험대'⑦'1+1=2'가 아닌 통합, 신민철 셀트리온 부사장 통합법인 CFO 여부 관심
원충희 기자공개 2023-09-05 09:19:47
[편집자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불완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산과 판매, 한 몸으로 해야 할 기능을 떼어뒀으니 실적 투명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출을 셀트리온에 몰아준다는 비판이다. 그간 군불만 떼던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이 공식화한 것은 이제 의혹을 떨쳐내고 자생력을 증명할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확신은 어디서 생겼을까. THE CFO가 실적과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합병 결정의 배경과 전망을 가늠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0: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2'가 아닌 합병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앞으로 좋아진다'는 장밋빛 미래 외에는 시장에 어필할 게 마땅찮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통합이 그렇다. 셀트리온의 매출 상당액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나오는 만큼 합병 후 실적은 오히려 줄어든다. 의약품 판매권 계약 소멸에 따른 상각비 발생과 재고평가 원가반영 방식에 따른 재무적 부담도 예상된다.통합의 정당성과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전망을 내세우며 재무조직 안정성과 재무역량, 합병법인 대한 투자매력과 대외신인도 제고가 필수다. 통합법인의 CFO의 몫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CFO 자리가 공석인 만큼 신민철 셀트리온 부사장(사진)이 유력하다. 그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합병 정당성, 가시적인 데이터로 보여줄 게 많지 않아
합병을 앞둔 기업의 CFO는 통합법인의 투자매력과 재무역량, 합병의 정당성을 시장에 어필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과제를 안고 있기 마련이다. 특히 셀트리온 그룹의 경우 합병의 궁극적 지향점을 주주가치 제고로 설정하고 있어 재무적 밸류 향상 등을 맡은 CFO의 역량이 중요하다.
현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CFO였던 이한기 전 상무가 지난해 3월 자리를 떠난 후 1년 넘게 공석인 상태다. 셀트리온의 CFO인 신민철 부사장이 자연스레 합병법인 CFO를 맡을 공산이 크다. 문제는 셀트리온 그룹의 합병이 가시적인 데이터로 보여줄 만한 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셀트리온 그룹 합병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치는 1단계와 이후 통합법인을 셀트리온제약과 합치는 2단계로 진행된다. 1+1=2, 2+1=3의 방정식이다. 다만 셀트리온 그룹 합병은 이 같은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진 않는다. 셀트리온이 만든 의약품 원재료와 반제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팔아 발생하는 매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통합법인의 매출은 셀트리온 연결기준 매출에서 약간 많은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달리 말해 두 법인의 합계보다 적다는 뜻이다. 셀트리온도 이를 투자위험으로 알리고 있다. 2올 상반기 별도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나오는 바이오의약품 판매 및 용역매출(9126억원)이 셀트리온 총 매출의 95.2%에 해당한다. 때문에 합병법인 매출은 종전법인의 매출 합계보다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합병 후 판매권기본계약이 소멸됨에 따라 영업권 및 무형자산 등의 상각비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합병 완료시점의 재고자산 원가반영 방식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악화될 수 있는 점도 공개했다.
◇'비용효율화·원가경쟁력' 내세워 투심 잡기 과제
셀트리온 측이 내세우는 합병의 3대 이유는 분산된 그룹의 자원을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점, 중간마진을 제거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엔드마켓(End market)의 거래구조를 단순화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의약품 원재료 및 반제품, 또는 완제품을 팔 때 마진을 붙인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셀트리온 측의 낸 자료에 따르면 판매수익(마진)이 생산 및 구매원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를 받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반제품을 가공해 팔거나 완제품을 판매할 때 또 마진을 붙인다. 글로벌 판매의 경우 해외법인을 통해 현지에 공급되는데 이때도 마진이 붙는다. 2중, 3중으로 마진이 붙는 구조다.
합병을 통해 중간마진을 걷어내면 원가를 그만큼 낮춰 경쟁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또 매출발생 시점 차이가 달라져 수익인식이 명확해지고 재고인식 기준도 매입원가에서 제조원가로 바뀐다. 그간 셀트리온 그룹을 괴롭혔던 회계 투명성 이슈를 해소할 수 있다.
셀트리온 합병법인은 2030년까지 신약에서 매출 약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합병법인의 올해 매출이 대략 2조5000억원 언저리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7년 만에 2배 이상 늘려야 한다.
이런 부분을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널리 인지시키는 게 CFO의 최대 과제인 셈이다. 투심을 잡는 것도 마찬가지다. 합병 후 기존 투자자 이탈을 막고 신규 투자자 유입을 적극 유도해 주가를 부양할 필요성이 크다.
시장 관계자는 "작은 공제회나 자산운용사는 그룹별 한도가 있는데 셀트리온이 합병할 경우 한도를 넘어설 곳이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팔고 나갈 경우 등에 대한 대처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슈 & 보드]박막사업 매각 결정한 넥실리스 이사회, SKC와 한 몸
- [피플 & 보드]SKB 매각이익 주주환원 요청한 김우진 태광산업 이사
- [2024 이사회 평가]삼성SDS가 품은 엠로, 지배구조 개선은 아직
- [2024 이사회 평가]코스모화학, 구성 지표 아쉽지만 감사위 설치 등 노력
- [2024 이사회 평가]대주주 입김 강한 한전KPS…준시장형 공기업 한계
- [Board change]LS머트, 이사회에 케이스톤 인사 모두 빠졌다
- [Board change]자산 2조 넘은 제주항공, 이사회 개편 불가피
- [그룹 & 보드]KT, 스카이라이프 사추위 독립성 발목
- KT 문제는 '주주' 아닌 '외풍'
- [이슈 & 보드]KT, 내부 참호 구축 vs 정치적 외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