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안 되나?' 길어지는 FSC 합병에 엇갈리는 시선합병 목표 '물음표', 화물·대체LCC 온도차에 확신에서 반신반의
허인혜 기자공개 2023-09-01 07:26:07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0일 16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엇을 포기하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성사시키겠다. 나는 확고하고, 온 힘을 다해 합병을 추진하겠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6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꺼낸 말은 조 회장과 대한항공의 의지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다시 한 번 주지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합병이 추진된 지 3년이 흘렀고 경쟁당국의 심의로 난기류를 거쳤지만 최종 성사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주체인 대한항공뿐 아니라 대체 항공사로 거론된 저비용항공사(LCC)도 확신이 강했다.
최근 항공업계의 시선 변화가 감지된다. 합병을 추진하던 초기와 다르게 변화한 환경과 화물, 대체 항공사를 둘러싼 미국·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의 입장 차이 등이 가시화되면서다.
◇난기류에 살 떼주다…'메가캐리어' 목표 희석되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호쾌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경쟁 제한성이 있는 26개 노선에 대한 일부 운수권과 슬롯을 10년 간 반납하라는 조건이다. 미국과 유럽 노선이 주였다.
그럼에도 업계가 성사를 낙관했던 건 우선 대한항공의 의지 때문이었다. 조 회장은 3년째 기업의 한해 목표를 제시하는 신년사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성사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들인 자금도 만만치 않다. 올해 상반기까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자문을 받는 데만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국가별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인력을 투입했다. 정량과 정성을 다 쏟은 셈이다.
두 번째 낙관 배경은 '흐름'이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미국 법무부(DOJ)가 결정을 유보하기 전까지 해외 경쟁당국이 잇따라 합병을 승인하며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됐다. 지난해 2월 공정위 조건부 승인 이후 튀르키예와 대만, 베트남, 태국, 호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필리핀에 이어 중국과 영국까지 두 항공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시선이 합병 확신에서 반신반의로 회항 중인 것은 두 번째 사유인 흐름이 멈췄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결전지인 미국과 EU의 결정이 미뤄지는 중이다. EU는 올해만 두 차례 합병 심사 기한을 미뤘다.
승인이 지연된다는 건 그만큼 예상보다 조건이 까다롭다는 반증이다.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합병의 목표도 점차 희석되고 있다고 업계는 평가했다. '메가 캐리어의 탄생'이라는 명목도 그중 하나다.
대한항공이 포기해야 하는 항목이 계획보다 늘어나고 있다.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대한항공은 예상보다 많은 슬롯과 운수권을 내놨다. 영국 승인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 슬롯 전부를 인계했고 EU 승인을 위해서는 파리와 로마 등 알짜노선 4개를 조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EU가 양 대형항공사(FSC) 합병시 대한항공의 화물부문 점유율을 우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티웨이항공에 B747 및 B777 화물기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화물과 여객을 함께하는 항공사가 흔치 않다"며 "해외 항공사와의 경쟁 제한성을 따져볼 때 화물 부문만 봐도 해외 당국의 허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고 답했다.
◇"대한항공 의지 강력" vs "업계, 확신에서 반신반의로 선회"
대한항공의 잰걸음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대한항공이 EU에 합병 심사기한 연장을 먼저 요청했고, LCC 업계에도 대체 항공사 합류를 먼저 권한 점을 두고 해석이 갈렸다. EU의 결정 연기는 대한항공에 요청에 따랐다. EU집행위가 5월 심사보고서(SO)를 전하며 시정조치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대한항공이 심사기한 연장 협의를 진행했다.
대체 항공사로 떠오른 LCC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도 대한항공이라고 LCC 관계자들은 전한 바 있다. 6월 대체 항공사의 고위 관계자는 더벨에 "대한항공이 올해 초 법률대리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항공사로서 진입할 의사가 있는 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합병 통과 의지가 여전히 강력한 만큼 심사기한 연장 요청과 대체 항공사 전략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봤다. 한편에서는 합병이 추진됐던 3년 전부터 전망됐던 어려움에 상황 변화까지 겹쳤다며 다른 해석을 내놨다.

올해 상반기 업계의 반응을 청취할 때만 해도 모든 관계자가 불발을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FSC 두 곳은 물론 대체 항공사로 거론된 두 곳 등 주요 LCC의 의견을 취합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합병에 의견이 모였다. 당사자인 FSC는 물론 LCC업계도 '합병 성공'과 '어려움 속에서도 합병은 하지 않겠느냐'는 정도로만 의견이 나뉘었다.
최근에는 합병 불발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달 더벨에 "대안 LCC로 거론된 곳 등 합병을 확신했던 업계 내부에서도 '불발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업계 내부 관계자들도 상반기까지는 9할 이상이 합병은 어떻게든 성사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최근에는 반신반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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