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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전문가에게 기내식 맡긴 대한항공 데이빗 페이시 KAL호텔네트워크 대표, 호텔업계 40년 경험 이식 기대

임한솔 기자공개 2023-09-04 07:16:57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1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객기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서비스 중 하나는 기내식이다. 수킬로미터 상공에서 맛보는 음식의 향미는 비행을 끝내고 땅에 발을 디딘 뒤에도 잊히지 않고 회자된다. 때론 기내식의 품질이 어떤 항공사를 선택할지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한항공이 코로나19 기간 피치 못하게 축소했던 기내식 서비스에 다시금 적극적인 투자를 전개하는 까닭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초부터 프레스티지 클래스 고객을 대상으로 기내식 사전주문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국식 채식(비건) 메뉴를 비롯해 승객이 선호하는 메뉴를 늘리는 데도 힘쓰는 중이다.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서비스 확대를 진두지휘하는 자리도 따로 마련됐다. 지난해 말 신설된 기내 및 기내식 서비스 개선 책임이다. 최정호 부사장이 맡았다. 그는 항공업계 노하우가 깊은 인물로 손꼽힌다.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여객노선영업과 여객마케팅 등을 담당했고 진에어 대표이사를 지내기까지 했다. 기내식 서비스 품질을 다시 끌어올리는 중책에 충분한 역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최 부사장에게 기내식 서비스 개선을 맡긴 뒤 6개월도 지나지 않은 2분기 새로운 전문가를 초빙했다. KAL호텔네트워크(칼호텔네트워크) 대표 데이빗 페이시(David Pacey)를 기내식기판 및 라운지 부문 부사장에 임명하는 '핀셋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데이빗 페이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최 부사장이 항공업계 전문가인 것과 같이 페이시 부사장은 '호텔 통'으로 알려졌다. 그는 1960년 태어나 미국 애리조나대학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부터 글로벌 호텔 브랜드 하얏트에서 일하며 지금까지 무려 40년 이상을 호텔업계에 종사했다.

하얏트 리젠시 인천(현 그랜드 하얏트 인천), 그랜드 하얏트 타이베이,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하얏트 마닐라 등 세계 곳곳의 대형 호텔에서 총지배인(General Manager)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총지배인은 호텔 운영과 고객서비스, 회계 등 호텔 업무 대부분을 총괄하는 자리다.

페이시 부사장은 2017년 칼호텔네트워크로 자리를 옮겨 조현아 전 부사장과 공동대표에 올랐다. 조 전 부사장이 물러난 뒤에는 대한항공 자회사 항공종합서비스의 정성환 대표와 함께 칼호텔네트워크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한진칼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으로 국내에서 그랜드 하얏트 인천, 서귀포 KAL 호텔을 비롯한 5성급 호텔들을 운영한다.

대한항공에 영입된 뒤에도 페이시 부사장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대형 호텔들을 운영하며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의 기내식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사장 때와 달리 직책명에 '라운지 부문'이 새로 포함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한항공 여객기 승객들이 이용하는 공항 라운지에 장차 고급 호텔의 분위기가 녹아들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대한항공의 이번 인사에는 전문가 영입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는 표면적인 목적 이외에 다른 효과도 있다. 최 부사장에게 지나치게 집중돼 있던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다.

페이시 부사장 영입 전까지 최 부사장은 기내 및 기내식 서비스 개선 책임 이외에도 '아시아나 인수통합 총괄', '리커버리(Recovery) 추진 총괄' 등 굵직굵직한 업무들을 들고 있었다. 국내 1, 2위 항공사들을 합치는 절차를 주도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회복(리커버리)하는 작업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업무 역량과 별개로 최 부사장의 어깨가 너무 무겁다는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 개선도 중요하지만 현재 대한항공의 최우선 당면과제는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국적항공사 2개를 하나로 만들고자 하는 한진그룹의 대장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합병 후 시너지 전략을 구상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당장 각국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특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한 달 뒤인 10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정됐다. 최 부사장으로서는 인수합병 성사 여부에 모든 신경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관해 "최정호 부사장은 여객 등 리커버리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페이시 부사장의 선임은 서비스 관련 전문성 제고를 위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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