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방사성치료제 새먹거리 꼽는 '세가지 이유' 국내 최고 기관과 맞손, 신약 연구 시작…"아시아 최고 RPT 목표"
차지현 기자공개 2023-09-13 10:54:13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팜이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개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국내 최고 방사선의학 전문 연구기관과 손을 잡으면서다. 이를 발판 삼아 5년 뒤 아시아 최고 RPT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새 먹거리 RPT, 한국원자력의학원과 MOU 체결
SK바이오팜은 최근 한국원자력의학원과 RPT 연구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방사선의학 연구 분야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수준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RPT는 특정 장기나 암을 표적하는 '물질'과 치료용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한 차세대 항암제다. 암세포만 정확하게 찾아가는 약물의 표적 특이성에 방사성 동위원소의 암세포 사멸 효과를 더했다는 점에서 '유도미사일'이라고도 불린다.
앞서 지난 7월 회사 성장을 이끌 3대 플랫폼 중 하나로 RPT를 낙점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장 직속 기구 과학자문위원회를 출범, 방사성 의약품 개발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번 협약 체결로 본격적인 RPT 개발의 신호탄을 쐈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RPT 차세대 원료인 '악티늄-225'를 활용해 신약 연구와 임상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해당 원료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 구축에도 나선다. 궁극적으로 5년 뒤 아시아 1위 RPT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RPT 분야는 아직 제대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영역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진단용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치료제의 경우 이제 막 개화 단계다. 특히 RPT는 취급이 까다로워 제조를 위한 별도 허가 시설이 필요한 등 진입장벽도 높다.
그럼에도 SK바이오팜이 RPT 사업에서 성공을 자신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자간담회 내용과 최근 행보를 통해 몇 가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회사가 엿본 성공 가능성은 세 가지 정도로 추려진다.
◇합성의약품, 원료 확보 그리고 밸류체인
우선 잘하는 분야를 선택했다. SK바이오팜은 합성의약품(케미칼) 강자다.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품목허가 획득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합성의약품 신약을 탄생시킨 경험이 있다. RPT는 항체의약품이나 합성의약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만든다. 새로운 기전이면서도 기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골랐다.
또 다른 요인은 원료다. RPT의 핵심은 원료 조달이다. 노바티스의 RPT '플루빅토'는 임상에서 높은 효능을 보이며 전립선암 치료제의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은 제품이다.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출시 첫 해 약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1조원가량의 매출밖에 올리지 못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없어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병목 현상이 걸린 탓이다.
SK바이오팜은 이미 그룹 차원에서 확보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SK㈜는 지난해 8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에 3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곳이다. 이번 협약에서 SK바이오팜과 한국원자력의학원이 공동 개발하기로 한 RPT의 원료 악티늄-225 판매를 추진 중이기도 하다.
악티늄-225는 방사성 동위원소 중 가장 효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도가 높고 반감기도 적절해 정상세포 손상 없이 암세포를 표적·파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과거 SK㈜가 테라파워에 투자해 놓은 덕분에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SK바이오팜의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악티늄-225의 아시아 4개국 독점공급권까지 따냈다.
마지막으로 전(全)주기 밸류체인을 완성해 향후 글로벌 RPT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RPT 개발뿐만 아니라 악티늄-225 원료 위탁생산(CMO) 사업도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룹이 보유한 대규모 자본이 기반이다. RPT 시장 진입장벽이 높다는 건 일단 공급망을 구축하면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로써 관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번 협약으로 RPT 개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면서 "이를 기점으로 미국 항암 시장에 진출하고 아시아 시장에서 원료 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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