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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카드사 비용 리스크]KB국민카드, 서은수 전무 앞에 놓인 '충당금 부담'②카드대출 부실화로 대손비용↑, 3년물 금리도 2%대→4%대 급등

원충희 기자공개 2023-09-12 07:29:23

[편집자주]

신용카드사에게 자금조달은 '앞문', 충당금 영역은 '뒷문'으로 표현할 수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문에서 조달 코스트를 줄이고 중간에선 판관비를 통제하며 뒷문으로 충당금 정책을 통해 대손비용 절감을 꾀한다. 이는 전반적인 수익성 제고로 이어진다. 하지만 경기 불안과 코로나 이후 대출 연장·유예 조치, 글로벌 금리상승세가 이런 기조가 깨졌다. 앞문과 뒷문의 코스트 방어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업 분야가 다른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비용관리 실태를 통해 CFO가 처한 상황을 가늠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7일 10:4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초 KB국민카드 리스크관리그룹장(CRO)에서 경영기획그룹장(CFO)로 변모한 서은수 전무(사진)의 첫 중간성적은 거시경제 악화 여파에 따른 충당금 쇼크다. 상반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규모가 영업이익을 웃돌고 있다. 2019년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충당금 전입액이 영업이익을 넘어선 적은 없었다.

올 들어 외형이 성장세에서 감소세로 전환된 가운데 카드대출 위주로 연체채권이 늘면서 연체율 상승추이가 가팔라져 대손비용도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금리인상 여파로 조달비용 자체도 늘어나 수익성을 옥죄고 있다.

◇'안전'한 車금융 줄고 '고위험' 카드대출 위주 성장

카드사의 순수영업력을 보는 지표는 흔히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충전이익)이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합산 값에 일반관리비를 제외한 수치로 일회성 손익이나 충당금 환입 같은 요소를 제외, 경상적인 수익창출력을 알아볼 수 있다. KB국민카드의 올 상반기 충전이익은 6240억원으로 전년 동기(5648억원)대비 10.5%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3375억원에서 2605억원으로 22.8% 감소했다. 그만큼 대손비용이 늘었다는 의미다. 카드사는 연체·부실자산으로 인한 손실에 대비해 이익의 일부를 떼어내 충당금을 쌓는다. KB국민카드의 6월 말 기준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3635억원으로 영업이익 규모를 웃돌고 있다.


KB국민카드의 지난 5년간 충전이익 추이를 보면 충당금이 영업이익 규모를 넘어선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올 초 CRO에서 CFO로 변모한 서은수 전무에게는 시작부터 충당금 쇼크로 수익성이 저하됐다. CRO는 충당금 강화 등을 통해 위협에 대비해야 하나 CFO는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충당금은 연체·부실채권이 상·매각될 경우 환입이 가능한 부분이다. 현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게 한 금융당국 지도로 인해 사실상 상각 외에는 연체·부실채권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졌다.

충당금 급증은 코로나19 사태 때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풀리면서 연체율이 치솟은 영향이다.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지연된 연체율은 1.92%로 전년 말(1.34%)대비 0.58%포인트,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은 0.96%에서 1.08%로 상승했다. 6월 말 기준 카드사들 평균 연체율(1.58%)을 웃돈다. KB국민카드가 신한·삼성과 함께 카드시장 상위사임을 고려하면 유독 높은 편이다.

연체채권은 카드대출(현금서비스, 카드론) 위주로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영업자산 내 카드대출 비중이 6월 말 기준 33.9%로 타사 평균(30.1%) 대비 높은 수준인데다 결제성 리볼빙 자산도 2021년 말 3조4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4조원으로 증가하는 등 대출성 자산 중심으로 늘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중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자동차금융은 2021년 말 4조원에 육박하다가 3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고위험 고수익 자산 위주로 성장한 탓에 연체율 증가로 대손비용이 급증한 셈이다.

◇차입부채 감소에도 이자 더 늘어…단기물 위주로 조달 선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달비용도 치솟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은행계란 이점을 뒷배로 두고 있어 'AA+/안정적'의 우량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웬만한 기업보다 영업자금 조달에 유리한 편이나 금리상승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6월 말 기준 차입부채는 4조9921억원, 사채는 16조9884억원으로 시장성 조달금액은 총 21조9806억원에 이른다. 이로 유출된 이자비용은 각각 1005억원, 2337억원으로 3342억원이다. 평균 조달금리는 1.5%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 차입성 부채는 22조1239억원, 이자비용은 2124억원이다. 조달규모는 줄었으나 이자비용은 더 나갔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자금의 대부분을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 시장에서 조달하는 카드사들은 조달환경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KB국민카드가 작년 초에 발행한 3년물 여전채(여신전금융회사채) 금리는 2.6~2.7% 수준인데 최근 발행물은 4.45~4.5%에 이른다. 신규 조달자금의 이자부담이 작년 초보다 2배 가까울 만큼 신규 발행금리와 만기도래 금리 차이가 크다.

향후 1년 내 이 같은 만기도래 부채 비중이 38.4%에 달한다. 이자부담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피하기 위해 KB국민카드 재무라인이 선택한 출구는 단기차입 확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금리상승과 조달시장 경색 탓에 금리 상승폭 완화할 목적으로 단기자금 조달 비중을 늘렸다.

올 6월 말 기준 기업어음(CP), 단기사채 잔액 가운데 50% 이상이 발행만기 1년 미만으로 구성돼 있다. 1년 내 만기도래 차입부채 비중은 35.3%로 업계 평균(33%)을 소폭 상회하고 있다. 다만 즉시 가용할 수 있는 유동성인 2조3,621억원 수준이라 90일 내 만기도래 차입부채(2조1033억원)를 웃돌고 있어 유동성 이슈 가능성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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