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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코닝 패스트&퓨처]고객사 확대 고민, 심상치 않은 '현대차' 언급⑤웬델 윅스 회장, 정의선 회장 미팅 이례적 공개…모빌리티 분야 '타깃'

김경태 기자공개 2023-09-13 10:52:19

[편집자주]

코닝은 1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에도 일찌감치 진출했다. 고 호암 이병철창업회장이 이끌던 삼성전자와 1973년 의기투합했다. 합작사를 세우며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해 생산 거점으로도 활용했다. 호암부터 고 이건희 회장, 이재용 회장까지 3대에 걸친 삼성과의 협력은 발전적으로 심화했다.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이한 코닝의 사업 현황과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8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닝은 한국 투자 50주년을 기념해 성대한 행사를 준비했다. 올 8월 31일에는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의 기자간담회를, 이달 1일에는 충남 아산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삼성은 코닝의 확고한 파트너이기에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물밑에서 지원했다.

그런데 기자간담회에서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의 발언 중 좌중의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기자간담회를 갖기 전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회동한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삼성과의 우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에 앞서 다른 대기업 총수를 만났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간 익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코닝은 한국에 진출한 이후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현대차와는 30년 넘게 협력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LG전자와의 협업도 발전시키고 있다. 이는 코닝이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외연을 넓혀야 하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향후 다른 대기업집단과의 거래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

◇웬델 윅스 회장, "현대 회장 만나" 깜짝 공개

웬델 윅스 회장은 올 8월 31일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사를 낭독한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방한 후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웬델 윅스 회장은 "오늘과 내일에 걸쳐서 저는 코닝의 오랜 역사와 이 여정을 축하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라며 "그리고 방금은 현대 회장님과 코닝과 현대의 37년 파트너십과 혁신을 함께 축하하고 왔다"고 말했다.

잠시 장내는 술렁였다. 그가 '현대'라고 발언했기에 만난 인물이 누구인지 불명확했다. 과거 고 정주영 회장이 창업한 현대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그룹,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HD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등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질의응답이 마무리된 뒤 추가적인 확인 과정에서 웬델 윅스 회장이 만난 인물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이 2023년 8월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출처: 코닝)

웬델 윅스 회장의 '현대' 언급은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졌다. 한국에서의 5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인 데다 반세기 협력 파트너의 수장인 이 회장과 다음 날 행사를 하기 전에 다른 그룹의 총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그간 한국에서 코닝과 삼성의 협력만이 부각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코닝은 1973년 삼성과 합작사를 설립하며 국내에 진출했다. 50년간 사업을 펼치면서 삼성그룹만큼은 아니어도 다른 대기업집단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현대차와의 협력은 웬델 윅스 회장의 발언처럼 40년 가까이 됐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에도 코닝 기술이 적용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맞춰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환경 규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됐다. 코닝은 1975년 포드의 요청으로 개발한 제품이 있었는데 이를 현대차에 공급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보다 긴밀한 협력이 이뤄졌다. 코닝과 현대차그룹 사이에 기술혁신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코닝과 현대차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정기적으로 만날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LG전자와 협력…코닝 국내시장 존재감 확대, 삼성에 이득

코닝은 삼성과 현대차뿐 아니라 국내 대표 기업 중 하나인 LG전자와도 협력을 해왔다. LG전자가 과거 출시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코닝이 생산한 강화유리가 사용됐다.

범LG가에 속하는 LX하우시스(옛 LG하우시스)와도 관계가 있다. LX하우시스는 2020년 삼복층유리 제품의 중간유리에 기존보다 얇고 가벼운 유리를 적용해 무게를 대폭 줄인 'LG Z:IN 유리 수퍼라이트 삼복층유리'를 출시했다.

LX하우시스는 이 제품을 출시하며 코닝과의 협력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과거에는 중간 유리로 5mm 정도 두께의 건축용 유리를 사용했는데 이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얇은 두께를 지닌 코닝의 건축용유리를 업계 최초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코닝과 LG전자가 2022년 12월 14일 발표한 디스플레이용 지속가능한 유리 솔루션(출처: 코닝 미국 홈페이지)

코닝은 최근에도 LG그룹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작년 12월 차량용 커브드(Curved) 디스플레이를 위한 유리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공표했다. 코닝이 보유한 자동차 유리 전문성, LG전자가 가진 자동차 전장 기술을 결합해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업체로 커브드(Curved) 디스플레이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닝이 현대차그룹과 LG그룹 등과 협력을 지속하고 확장하는 건 국내에서 삼성그룹 외에 다른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코닝의 한국 법인 중 주력사인 코닝정밀소재는 1조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코닝이 100% 지배하는 체제가 된 뒤 실적이 감소세에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향후에도 코닝이 삼성그룹 외 다른 대기업집단을 고객사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코닝이 모빌리티 분야를 타깃으로 삼은 만큼 현대차, LG전자와도 관계를 발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웬델 윅스 회장은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사에서 "코닝은 계속해서 새로운 자동차 유리 소재를 개발하고 생산함으로써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보다 청정하고 연결된 자동차 시대의 가속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 구조를 고려할 때 코닝이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면 궁극적으로 삼성에도 이익으로 돌아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각지의 법인을 거느린 미국 코닝의 지분 9.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대 주주는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이다. 지분율은 약 11.4% 수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격차가 크지 않다.

사업 호조로 코닝의 지분 가치가 올라가고 배당이 확대되면 주주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익을 얻게 된다. 궁극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 모회사인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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