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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는 지금]인수가 7.2조 '유통공룡' 품은 MBK, 독배일까 성배일까①2015년 9월 인수 이후 8년째 엑시트 기회 모색 중

김규희 기자공개 2023-09-21 07:37:11

[편집자주]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지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15년 9월 7.2조라는 국내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 '메가 딜'의 주인공이 되며 최고 기대주로 꼽혔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MBK의 '아픈 손가락' 신세가 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신선식품이라는 활로를 찾으며 역성장 고리를 끊어냈다. 더벨은 반등에 성공한 홈플러스의 지난 8년을 되짚어 보고 변화된 재무·사업구조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품에 들어간지 8년이 됐다. 통상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은 5년 안팎이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코웨이, 오렌지라이프, 테크팩솔루션 등을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엑시트를 이뤄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엑시트 시점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인수 직후인 2017년부터 시작된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비대면거래 확산 등 잇따라 악재가 터진 탓이다. 그러던 홈플러스가 최근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선식품에서 활로를 찾아 길고 길었던 역성장 터널에서 벗어났다. 반등에 성공한 홈플러스, 흑자 전환에 이어 매력적인 매물로 성장할 수 있을까.

◇ 국내 유통업계 최대 규모 딜 '7.2조' 배팅

MBK파트너스의 ‘아픈 손가락’ 홈플러스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무제표에 새겨져 있는 숫자 하나하나가 홈플러스의 과거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1997년 9월 설립됐다. 삼성물산은 신세계를 그룹에서 독립시킨 뒤 자체적으로 유통업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홈플러스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곧바로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영국의 세계적인 유통업체 테스코와 합작을 결정, 1999년 5월 삼성테스코를 설립했다.

홈플러스는 설립 초기 주로 영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취했다. 수도권에 많은 매장을 갖추고 있는 이마트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후에는 수도권 등 전국으로 빠르게 권역을 넓혔다.

2008년 5월에는 홈에버(옛 까르푸) 인수를 통해 홈플러스테스코를 출범시키고 지점 33개를 흡수해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그러다 2011년 테스코는 삼성 지분을 모두 인수하고 독자 경영에 나섰다. 이후 영국 본사에서 발생한 회계조작 이슈로 인해 자산 처분 필요성이 커졌고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매물로 내놨다.


국내 2위 대형마트가 매물로 나오자 MBK파트너스는 즉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예비입찰에서부터 7조원이 훨씬 넘는 가격을 배팅하며 5조~6조원을 제시한 글로벌 PEF 운용사를 일찌감치 따돌렸다.

2014년 홈플러스의 자산규모가 6조6307억원, 매출액이 8조5682억원에 달하는 데다가 상각전영업이익(EBITDA·현금창출능력)이 7584억원이었던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에서 똑같은 경쟁자들과의 대결에서 패배해 40억달러의 수익을 놓친 경험이 있어 인수가를 과감하게 결정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는 두 달여만에 7조2000억원(61억달러)의 자금을 납입하고 신속하게 딜을 마무리 지었다. 보유하고 있는 펀드 자금과 펀드 출자자 공동 투자 형식으로 2조5000억원(21억달러) 규모의 에쿼티(Equity) 투자금을 마련했다.

나머지 자금 4조7000억원은 국내 금융사 52곳으로부터 인수금융을 일으켜 확보했다. 홈플러스 계열사의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방식이었다. 여기에는 테스코가 홈플러스에 대여형식으로 지원한 2조2000억원에 대한 차환도 포함됐다. 실제 인수금융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이었던 셈이다.

◇ 자회사가 지주사로, ‘독창적’ 인수구조 설계

MBK파트너스는 인수 이후 지배구조를 짜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통상 PEF가 바이아웃(Buy-out) 할 때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한 LBO 방식을 많이 사용하지만 홈플러스에는 ‘자회사 인수 후 유상증자’라는 매우 독창적인 인수구조 설계가 이뤄졌다. 인수구조 설계는 법조계·PEF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가 직접 구상했다.

MBK파트너스는 먼저 홈플러스의 자회사 홈플러스베이커리 지분 100%를 사들인 뒤에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 자금을 활용해 홈플러스테스코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이어 홈플러스테스코는 모회사로부터 유상증자 받은 2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과 약 3조원 가량의 인수금융 차입을 일으켜 총 5조4000억원을 마련, 이 돈으로 홈플러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최종적으로 홈플러스의 100% 자회사였던 홈플러스베이커리가 지주회사가 되고 홈플러스테스코가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인수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한 건 간주취득세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간주취득세는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기업을 SPC를 통해 인수할 경우 사실상 부동산을 매수한 것으로 간주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를 통해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아낄 수 있었다.

지주사체제로 운영되던 홈플러스는 2019년 10월 법인 통합을 통해 지금의 형태로 변화했다. 사실 법인 통합은 홈플러스의 숙원 과제였다. 그동안 홈플러스와 중간지주사에 점포가 나뉘어 있어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법인도 달라 점포 운영에서부터 조직, 운영, 재무 등까지 체계가 상이했다.

홈플러스는 지주사, 중간지주사, 자회사 등 3개 법인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해 130여개의 점포를 ‘원팀’으로 묶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도록 했다.

줄곧 암울한 실적을 보이던 홈플러스가 최근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2년 회계연도에 전년대비 1.9% 증가한 6조600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12년간 감소 추세를 이어오던 총매출이 성장세로 돌아섰다.

통합 법인으로서 업무프로세스를 간소화해 경영효율화 성과를 거둔 데 이어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강화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며 “올해는 실질적인 재도약을 이뤄내 지속가능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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