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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HMM-아시아나' 통매각 플랜B 내부 검토 해운·항공 시너지 기대+글로벌 트렌드…매각 불발시 일괄매각으로 속도전 노려

고설봉 기자공개 2023-09-25 09:17:55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1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HMM과 아시아나항공 등 지지부진한 빅딜을 일괄매각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내부검토하고 있다. 두 회사의 매각이 불발될 것을 전제로 해 '플랜B'로 불리는 구조조정 및 M&A 새 전략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흘러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HMM과 아시아나항공을 하나로 묶어 일괄 매각하는 '플랜B'다. 항공과 해운을 더할 경우 물류 및 모빌리티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비즈니스를 더하면 그만큼 인수 메리트가 생겨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

◇지지부진한 M&A…출구전략 플랜B 준비하나

20일 투자은행(IB) 등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이 HMM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을 대비해 새로운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 가운데 주목 받는 방식은 두 회사를 하나로 묶어 일괄 매각하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기업 정상화가 완료됐지만 수 년간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HMM과 아시아나항공이 따로 딜이 진행되고 있는데 깨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 이후 일괄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HMM과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딜이 깨질 경우 산은의 기업구조조정 절차는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하게 된다. 수년째 끌어온 기업 정상화 방안도 처음부터 다시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7월 M&A가 시작됐지만 몇 년째 공전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합병을 전제로 한진칼그룹과 산은 등 채권단간 협상을 마쳤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경쟁 다국의 입장이 불투명하다. 미주 주요 노선에선 두 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점유율이 9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유럽 주요 노선에서도 80% 이상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경쟁당국은 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결합심사를 주도하고 있는 한진칼그룹은 슬롯을 반납하는 안을 내놓고 각국 경쟁당국을 설득하고 있다. 여객과 화물 모두에서 미주와 유럽 항로를 줄여 과점을 방지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한진칼그룹의 계획에도 미국과 유럽 경쟁당국은 요지부동이다. 더불어 국내에선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알짜 슬롯을 반납하면서까지 두 항공사를 합병해야 할 명분과 실리가 있냐는 반대 여론이 있다. 특히 한번 슬롯을 반납하면 다시 되가져 오지 못하는 만큼 우리 항공노선 전체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HMM 매각도 가시밭길이다. 산은은 지난 7월 매각 공고를 내고 민영화에 착수했다.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현재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된 기업들이 본격 실사에 돌입했는데 이들 기업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이 많다.

3곳의 숏리스트 모두 자금력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HMM을 경영 정상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산업계 등의 시선도 좋지 않다. 해운업 불황에 대비해 HMM에 지속적인 투자와 운영자금 마련 등 자금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 원매자들이 이를 해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원매자들은 누가 인수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은은 공식적으론 플랜B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기업 구조조정 성과를 내야 하는 산은이 두 기업을 민영화 하기 위해 현재 딜이 불발될 경우에 대비해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은 과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유럽연합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을 때 국회에 플랜B는 없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불허 결정 이후 곧바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서 한화그룹과 M&A 협상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금의 한화오션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 및 시장에선 산은이 기업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하고 민영화 과정도 단축하기 위한 파격적인 딜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는 뒷말이 흘러 나온다. HMM과 아시아나항공을 묶어 일괄 매각하는 방식도 그 중 하나다.

다만 HMM과 아시아나항공 일괄 매각은 원매자에겐 부담이 워낙 크다.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그룹 외엔 쉽게 나설수 없는 매물이다. 두 기업을 일괄매각한다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원매자 풀이 너무 적어 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만큼 우량 기업에 해당 매물을 넘길 수 있다는 점은 산은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검토할 대목이다.


◇글로벌 물류산업 트렌드 '육·해·공' 통합…산업정책적 측면 고려해야

일괄 매각 계획은 최근 글로벌 해운·항공·육상 물류산업의 트렌드 변화에도 부합한다. 모빌리티산업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해운과 항공, 육상 물류산업도 일종의 산업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육·해·공 물류산업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글로벌 해운사들의 신경영전략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선복량 기준 세계 6위 해운사인 대만 에버그린(Evergreen)은 대만 국적 항공사인 에바항공(EVA Air)과 사업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화물항공 브랜드인 에바항공 카고(EVA Air Cargo)를 통해 물류업을 강화했다. 두 법인 모두 대만 에버그린그룹 자회사로 그룹사 내에서 해운과 항공(여객·화물) 사업을 결합해 물류산업 강자로 거듭났다.

세계 1등 해운사로 올라선 MSC는 화물 항공사 MSC 에어카고(Air Cargo)를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둔 화물 항공사인 알리스카고(Aliscargo)를 인수했다. MSC는 해운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지배력을 한층 공고히 하기 위해 항공화물사업에 진출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MSC와 1위 경쟁을 벌이는 머스크(Maersk)도 지속적으로 항공화물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머스크는 자회사 스타에어(Star Air)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2년 항공물류에 강점을 보유한 독일계 세나토 인터내셔널(Senator International)을 인수했다. 또 스타에어 사업부문을 이관해 화물전용 항공사 머스크 에어카고(Aircargo)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해운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모빌리티 가속화로 전통적인 물류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물류산업의 추세는 산업의 대형화로 나아가고 있다.

물류산업 경쟁력을 위해 국내 항공사와 해운사, 물류사가 다양한 형태로 결합하는 것은 산업 정책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이를 위해 산은이 앞장서 HMM과 아시아나항공을 결합해 제3자에 일괄매각하는 방식은 국가 산업 정책면에서도 유리한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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