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21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증권사 RM(Relationship manager)을 만나면 항상 단골 주제로 나오는 소재가 바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행해지는 캡티브 영업이다. 금융그룹 계열 증권사들이 보험사, 자산운용사, 캐피탈사 등 계열사 참여를 약속하며 딜 주관 수임을 따내는 방식의 관행이다.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최근엔 고금리 기조까지 겹치자 발행사들은 미매각 사태를 막기 위해 수요예측에 계열사들을 참여시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계열사들을 데리고 들어와야만 주관사로 선정시켜준다.
딜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대신증권 등 금융계열사가 없는 증권사들의 경우 셀프 참여하는 사례도 잦다. 제 3자로 분류되는 자체 채권운용팀까지 투자자로 동원한다.
문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IB관계자는 "주관사가 연기금에게 특정 금리 수준으로 참여하라고 세일즈를 해놓고, 막상 해당 증권사나 같은 계열사 자산운용사가 수요예측에 들어와 더 낮은 금리로 주문을 넣어 버린다"며 "채권 가격 왜곡 현상이 심각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도 칼을 빼들었다. 이러한 수요예측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그와 관련된 규정을 개정하거나 시장에 명확한 지침을 주려는 의도다. 현재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 RM들을 만나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요점은 주관사나 인수회사의 관계 계열사들의 수요예측 참여를 막겠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상 AA급까지는 자산운용사들이 30%까지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것조차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일부 증권사 RM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IB관계자는 "AA급 우량채들은 상관없지만 A급은 부침이 너무 심히다"며 "A급은 발행환경이 조금만 악화되도 바로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등급인데 여기에 규제까지 더해지면 코너에 몰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IB는 "규제가 강해지면 시장이 작동을 안한다"며 "하이일드급, A급 기업들은 시장의 도움을 안받으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데 오히려 한계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 시장을 활성화해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표했다.
회사채 수요예측은 '차이니즈월 규제 완화' 이후 한층 자율적 원칙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 사전 세일즈도 마찬가지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가 나오기 전에는 신디케이션부에선 세일즈를 할 수 없는데 사실상 기업 NDR이란 이름으로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
자유와 규제의 기로에 선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그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격왜곡 완화' 뿐 아니라 '한계기업들 참여 활성화를 위한 길'도 마련되는 시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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