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동아줄' 없는 큐리언트, 법차손 해소비법은 '증자'뿐관리종목 피하기 안간힘, 아드릭세티닙 후기임상 총력…무상증자 동시 진행
최은진 기자공개 2023-10-17 11:18:48
[편집자주]
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14: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간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됐던 큐리언트가 거래재개에 성공한 지 불과 1년만에 또 다시 자금조달에 나섰다. 분명한 최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신약개발에 필요한 자금지원 역할을 해줄 이가 소액주주들밖에 없다.그렇다면 주주입장에선 큐리언트의 증자가 합리적으로 이용될 지, 추가 조달 가능성은 없는 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사업적으로는 아드릭세티닙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에 힘을 줄 예정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관리종목 이슈를 피하기 위한 승부수로 평가된다.
◇유상증자 후 무상증자 단행, 주주참여 독려 차원…파스퇴르 불참 확정
큐리언트는 800만주, 417억원 규모의 주주 우선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주당 예상 발행가는 5210원이고 오는 11월 24일 확정된다. 구주주 청약일은 11월 29일부터 시작된다. 신주 상장일은 12월 22일이다.
이와 더불어 638만5683주의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한다. 신주상장일은 내년 1월 8일이다. 주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무상증자를 동시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는 무상증자 때문에 더 많은 지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큐리언트 입장에선 이번 유상증자가 꽤 절실하다.
증권신고서를 보면 최대주주인 재단법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유상증자 참여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사실상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출연자금으로 운영되다보니 증자에 투입할 재원은 확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큐리언트는 2008년 설립 당시 경기도와 파스퇴르연구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가 수차례 증자 및 펀딩 등에 따라 현재 8%로 희석된 상태다. 2대 주주는 쿼드자산운용으로 6.8%를 보유 중이다. 확고한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자금지원의 공은 결국 소액주주가 쥐고 있다. 이를 의식해 남기연 대표이사 등 핵심 경영진들이 배정주식의 40% 이상을 참여키로 했다.
◇거래재개 후 1년, 남은 현금 130억…순손실 피하기 어려운 구조
이 같은 유상증자는 거래재개 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큐리언트는 2016년 2월 기술특례제도로 상장했다. 그러나 2021년 2월 관리종목 면제기간이 끝나자마자 상장유지를 위한 매출요건을 맞추지 못해 같은 해 5월14일 거래가 정지됐다. 경영개선기간동안 의약품 유통업체인 에이치팜을 합병하는 등의 방식으로 매출을 마련했고 작년 10월 7일 주식거래개 재개됐다.
하지만 또 다시 1년만에 유상증자의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는 건 결국 실적 때문이다. 규정 상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하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 이상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지난해 자기자본 294억원의 77.2% 비율인 227억원이 법차손이었다. 올해 역시 상반기동안만 전년보다 많은 110억원의 법차손을 기록한 데 따라 자기자본을 늘리지 않는 한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유상증자 규모를 '417억원'으로 결정한 것도 법차손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마지노선이었다. 6월 말 기준 큐리언트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28억원이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조달규모를 정하게 된 배경은 당장 운영자금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법차손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며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을 맞추기 위한 안정적 자금 규모가 417억원이었다"고 말했다.
◇키트루다 병용임상 1b/2상 중, 기술이전 성과 있으면 기술도입도 고려
그렇다면 조달한 자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우선 공모자금 중 연구개발비 및 임상시험비로 239억원을, 인건비로 45억9200만원을 쓴다. 특허료 및 연구컨설팅비용으로 39억3700만원을, 기타판매관리비로 92억3400만원을 배정했다.
이 가운데 기타판매관리비로는 9억8400만원은 임직원을 위한 복리후생비로 쓰고 40억1800만원은 지급수수료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지급임차료로 12억4600만원, 해외출장 등 기타비용으로 29억8600만원을 배정했다.
큐리언트의 핵심이 항암제·항생제·항염제 등의 신약개발이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행과정 그리고 기술이전 가능성이 결국 경쟁력을 좌우할 기반이 된다.
큐리언트는 주력 파이프라인인 아드릭세티닙(Q702)에 대한 5건의 임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진행형 고형암에 대한 단독투여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올해 종결할 방침이다. 같은 적응증으로 한 키트루다 병용임상은 MSD와 공동개발로 임상 1b/2상을 진행하고 있다. 희귀혈액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췌장암 및 대장암은 미국에서 연구자임상 2상 중이다.
이밖에 CDK7 저해제인 Q901 파이프라인 역시 5건의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키트루다 병용임상은 역시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유증 자금은 이들 임상이 진행하는 데 쓰인다. 후기임상 자금을 미리 마련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기술이전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조달하는 자금이다. 중간에 기술이전이 된다면 추가 파이프라인을 도입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대비 차원이다.
결국엔 증자를 통해 후기 임상자금까지 조달한 상황에서 아드릭세티닙 등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 그리고 기술이전 성과가 큐리언트의 지속가능 기업으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임상결과 등이 공개될 내년 성과에 이목이 쏠릴 방침이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기술도입은 후순위로 밀려있는 상황에서 기술이전하지 않는 가정으로 유증을 모집하고 있지만 기술이전이 이뤄진다면 기술도입을 통해 지속가능 R&D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