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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 역사 쓴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타계 국내 첫 GMP·부설연구소 구축, 생전 강조한 '쏘시오' 정신 업계 유일 ESG 'A' 등급 이어져

최은수 기자공개 2023-10-03 16:10:11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3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이날(3일) 새벽 향년 96세로 영면에 들었다. 그는 국내 첫 GMP 확보, 기업부설 연구소 설립 등 숱한 '제약업계 최초' 수식어를 따내며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이다. 강 명예회장은 1977년 별세한 동아제약 창업주 고(故) 강중희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 40년 간 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져 왔다.

고인은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내려오고 명예회장으로 자리했다. 다만 그룹은 '의약보국'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그의 신념을 계승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을 업계 최고 'ESG' 종합등급(A) 반열에 올린 근간엔 그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한 경영철학이 자리해 있는 셈이다.

◇'GMP', '박카스', '자이데나'까지… 그의 손에서 완성된 숱한 '최초의 역사'

강 명예회장은 1927년생이다. 강중희 선대회장의 1남 1녀 중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박사를 거친 뒤 1959년부터 동아제약에 몸담았다. 1975년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하면서 본격적으로 동아제약의 경영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강 명예회장 체제에서 동아제약은 수많은 '업계 최초' 수식어를 따내기 시작했다. 1977년 업계 최초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는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던 시절이다. 강 명예회장은 자체 신약 개발이 곧 국가 부강으로 이어지는 '제약보국'을 주변에 강조했는데 이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985년 업계 첫 GMP 시설 지정을 받은 경기도 안양 공장 또한 앞서 제약주권을 확립하겠다는 강 명예회장의 의지에서 출발했다. 이어 1988년엔 경기도 용인 신약 안전성을 실험할 수 있는 우수 연구소 관리 기준(KGLP) 시설도 마련하면서 신약 개발의 기틀을 닦았다.

명예회장의 신약개발을 중심에 둔 경영 철학으로 동아쏘시오그룹은 국내 대형 제약사 중에서도 의미 있는 신약 출시 족적을 남겼다. 국내 최초 발기부전치료제로 승인 받은 자이데나(2005년), 미국 FDA 품목허가를 따낸 슈퍼 항생제 시벡스트로(2014년),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2015년) 등이 꼽힌다.

신약개발과 제약주권을 향한 강신호 명예회장의 열의는 전문의약품을 너머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여러 주력 제품의 디자인부터 상표 확립, 작명으로까지 이어졌다. 국내 대표 피로회복제로 자리한 박카스나 혈행개선 영양제 써큐란 등은 모두 강 명예회장이 직접 제품명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Socio'로 요약되는 사회공헌 의지는 기업 문화로… "명실상부 업계 어른이자 맏형"

동아쏘시오그룹은 2013년 지주사 전환을 후 그룹 사명에 '쏘시오(Socio)'를 쓰고 있다. 1994년 동아제약그룹을 동아쏘시오그룹으로 명칭을 바꿨는데 이를 지주사 체제에도 이어갔다. 이 사명 역시 강 명예회장이 직접했다. 쏘시오는 라틴어로 '사회'를 뜻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를 그룹사명에도 담은 것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강 명예회장의 신념에 걸맞게 'S'로 요약되는 사회공헌에 강점을 보여 왔다. 강 명예회장이 중시한 '쏘시오 스토리텔링'은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기업 문화로 정착했다. 2022년 ESG 평가에서 대형 제약사 가운데선 유일하게 종합등급 'A'를 받게 된 것도 강 명예회장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

강 명예회장은 2004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제약산업 경영인으로는 최초다. 전경련의 위상 제고와 함께 제약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했다. 이밖에 작년까지 팔진회 멤버로 활동했다. 팔진회는 현안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중지를 모으고 업계 발전을 위한 혜안을 전달하는 제약원로 모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밖에 1980년 경기도 용인시에 인재개발원을 건립하고 사원교육을 제도화한 것도 국내 제약업계에선 첫 사례로 꼽힌다"며 "동아쏘시오그룹은 의약품 선진화를 선도했고 강 명예회장은 업계의 중지를 모아 방향을 제시해 온 명실상부 국내 제약업계 맏형이자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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