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ETF 언더독에서 반란 중책 맡은 퀀트 매니저, 남용수 본부장③"개인 중심 시장 재편…내년 인출기 상품 걸겠다" 포부
황원지 기자공개 2023-10-11 09:37:06
[편집자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변하고 있다. 국내 수위권 종합자산운용사임에도 불구하고 운용 전략과 투자 철학면에서 하우스 색채가 뚜렷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작년부터 사령탑 교체와 조직 개편 등으로 격랑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공모펀드의 빈자리를 채워줄 ETF 상품 활성화에 주력하면서 서서히 그 노력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더벨은 한투운용을 이끄는 주요 인물들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0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올해 초 새롭게 만들어진 본부가 있다. 기존의 ETF부서를 본부로 승격시키고 타 조직에서 관련 부서를 한데 모아 신설한 ETF운용본부다. 일종의 ETF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배재규 대표가 부임 후 ETF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시작부터 기대를 모았다.부서를 이끄는 인물은 남용수 ETF운용본부장(사진)이다. 본부를 맡기 위해 올해 초 한화자산운용에서 영입했다. 국내외에서 퀀트 매니저로 수년간 일하며 경력을 쌓은 퀀트 운용역이다. 최근에는 한화자산운용에서 ETF 운용과 TDF 사업을 이끌다가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합류했다.
◇전자공학도 출신 퀀트 운용역… ETF·TDF 경력 주목
남용수 ETF운용본부장은 공학도 출신 펀드매니저다. 대학시절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가 퀀트 운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경마다. 대학시절 경마장에 가서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대부분 적중 가능성은 낮지만 기대수익은 큰 패에 돈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수학적으로 계산해 봤을 땐 수익은 낮지만 확률이 높은 패에 베팅하는 게 기대수익률이 높았다. 이때 확률과 통계에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수학적 기법을 주식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그는 금융으로 진로를 틀어 미시간 대학교에서 금융공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남 본부장 커리어의 대부분은 퀀트 운용이다. 2007년 미국 뉴욕의 블랙십 캐피탈 매니지먼트(Blacksheep Capital Management)에서 퀀트 트레이더로 일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파생, 선물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차익거래를 노리는 트레이딩을 전문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던 중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시장이 붕괴하자 국내로 복귀했고, 2009년부터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솔루션팀, 퀀트 리서치팀 등에서 근무했다.
한화자산운용에서는 펀드 매니저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과거에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틈을 노리는 트레이딩에 주력했다면 거시적으로 시장을 분석해 투자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퀀트 리서치란 코딩을 통해 특정 요인이 주식시장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지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과거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다. 사실상 ETF나 패시브 펀드를 만들 때 기초가 되는 작업인 셈이다. 이때의 경험이 남 본부장이 추후 ETF 운용을 맡을 때 밑거름이 됐다.
그는 2015년 한화자산운용을 떠났다가 2019년 다시 돌아왔다. 2015년부터 3년간 DGB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다가 직접 루트앤글로벌자산운용을 차리며 독립했지만, 2019년 시장 한파에 다시 친정으로 복귀했다. 이때 한화자산운용의 ETF 브랜드인 ARIRANG 상품들을 운용하는 ETF운용본부를 이끌었다. 이후 2021년부터는 TDF 같은 연금 사업도 함께 맡아 일하다가 올해 초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패시브 운용 맡은 ETF운용본부 “내년엔 인출기 상품 낼 것”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운용본부는 올해 초 새롭게 신설된 본부다. 지난해 부임한 배재규 대표가 ETF사업 확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었다. 산하 부서로는 ETF운용부와 ETF상품전략부를 두고 있다. 남 본부장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심재환 CIO의 제안으로 ETF운용본부로 합류를 결정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안에서 ETF 운용 부문을 모두 총괄하고 있다. ETF운용부에서 ACE200, ACE단기통안채, ACE레버리지와 같은 모든 패시브 ETF를 운용한다. 이외에 다른 액티브 ETF는 주식운용본부, 글로벌주식운용본부 등에서 맡는다.
액티브 ETF에서는 운용을 맡지는 않지만 사내 수문장 역할을 한다. 배 대표는 부임 후 매달 각 부서가 참여하는 일종의 ETF 아이디어 회의를 만들었는데, 여기에서 각 운용부서들이 직접 고안한 액티브 ETF를 소개한다. ETF 상품전략부에서 이를 검토하고 출시 여부를 결정한다. 각 부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나온 대표적인 상품이 인기몰이를 한 ACE테슬라밸류체인이다.
남 본부장은 “ETF 시장에서는 언제, 어떠한 상품을 내는지가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며 “시장이 원할 때 타사보다 먼저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ETF본부를 비롯한 모든 운용 본부가 함께 신규 상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당장 낼 수 있는 수십개의 ETF를 내부에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투운용에 합류한 지 꼬박 1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는 내년에는 인출기 투자용 ETF를 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남 본부장은 “ETF시장은 앞으로 개인이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본다”며 “최근 이러한 개인투자자들은 주로 S&P500이나 나스닥100같은 지수 추종 상품을 꾸준히 사는 적립식 투자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 이같은 적립식 투자용 ETF는 충분히 많다고 봤다. 하지만 반대로 인구구조상 늘어나는 은퇴자들을 위한 인출식 상품은 아직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고령의 은퇴자에게는 월급 대신에 꾸준히 일정 금액이 나오는 인출기 상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게 만기채권형 ETF다. 내년에는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ETF를 출시할 생각이다.
남 본부장은 “적립식 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하는 주가추종형 상품들이 적합하지만, 인출기에는 채권을 중심으로 구성해 수익률을 예측할 수 있는 상품이 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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