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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TDF 맡은 자산배분 전문가, 박희운 솔루션본부장②"시스템으로 승부, 내년 마케팅 강화 원년 삼겠다"

황원지 기자공개 2023-10-10 08:05:55

[편집자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변하고 있다. 국내 수위권 종합자산운용사임에도 불구하고 운용 전략과 투자 철학면에서 하우스 색채가 뚜렷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작년부터 사령탑 교체와 조직 개편 등으로 격랑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공모펀드의 빈자리를 채워줄 ETF 상품 활성화에 주력하면서 서서히 그 노력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더벨은 한투운용을 이끄는 주요 인물들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0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희운 솔루션본부장(사진)은 배재규 대표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차기 동력으로 낙점한 TDF(타겟데이트펀드)와 OCIO(외부위탁운용) 사업의 총괄을 맡은 핵심 인물이다. 삼성자산운용에 MP(모델 포트폴리오) 시스템을 처음 도입하고, 유진투자증권 등 국내 리서치센터의 초기 세팅을 맡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과거 삼성자산운용 시절 배 대표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합류했다.

박 본부장은 한투운용 TDF만의 강점으로 ‘시스템화’를 꼽았다. MP시스템을 도입해 하우스 전체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었듯, 운용역이 달라지더라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장기간 초과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TDF의 핵심인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를 발표하고, 이를 웹으로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리서치 잔뼈 굵은 전문가…삼성운용에 MP시스템 도입

박희운 본부장은 대학원 시절 처음 기업분석을 접했다.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정부 투자기업 평가단 조교로 일할 때 KT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을 평가했다. 이때 기업분석에 흥미를 느낀 그는 1992년 전공을 살려 동양화재 주식운용본부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동아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한누리살로몬증권 리서치센터 등을 거치며 애널리스트 경력을 쌓았다.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

이후 리서치 업계에서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1999년 한누리살로몬증권에서 CJ투자신탁(현 하이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해 CJ투자신탁의 수익률이 업계 1위를 기록했는데, 그 배경으로 박 본부장이 몸담고 있던 리서치센터가 주목됐다. 이를 눈여겨본 삼성자산운용은 전략적으로 리서치센터를 키우기 위해 2000년 박 본부장을 헤드 리서치로 스카우트했다.

박 본부장은 이때 삼성자산운용에서 MP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MP는 리서치센터가 최적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구성한 가상의 포트폴리오다. 당시만 해도 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일반적이던 MP시스템이 국내 운용사에서는 도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모델 포트폴리오 시스템을 국내 운용사에도 적용해 일관된 수익률을 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이때 도입된 MP는 이후 후배들을 통해 한국투자신탁운용, 국민연금 등 국내 운용업계로 확산됐다.

이후 업계를 오가며 여러 리서치센터의 초기 세팅을 맡았다. 2007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 2009년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장을 맡아 기틀을 닦았다. 그러던 중 2014년 삼성자산운용에서 다시 러브콜을 받으며 재합류했다. 당시 삼성자산운용은 그가 만들었던 MP 시스템을 펀드매니저들에게 본격적으로 적용하려 했는데, 박 본부장이 해당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후 KB증권에서 자문을 맡다가 삼성자산운용 시절 함께 일했던 배 대표의 제안에 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합류했다.

◇"2008년 이후 정보 비대칭성 깨졌다" 자산배분에 주목

박 본부장이 자산배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2014년이다. 삼성자산운용에 다시 돌아간 그는 2000년대 초반과는 시장 상황이 아예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기관투자자가 개인에 비해 정보의 우위를 가지고 있어 이를 통해 초과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정보의 비대칭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펀드매니저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시장을 이기는 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과거에는 기업탐방을 직접 다녀서 얻는 정보들이 수익률로 연결됐는데,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런 것들이 모두 공시되다 보니 기관투자자의 정보우위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초과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자산배분이 핵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박 본부장은 액티브 투자를 통해서는 구조적인 초과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면, 자산배분을 통해 변동성을 줄여 고객의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답이라고 판단했다.

박 본부장은 이때부터 자산배분의 핵심인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를 구상했다. 박 본부장은 “LTCMA는 삼성자산운용 시절부터 7년이 넘게 직접 개발해온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끝에 올해 초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이를 발표했다.

LTCMA를 적용한 한투운용의 TDF는 올해 선전중이다. ‘한국투자TDF알아서포커스펀드’ 시리즈는 4일 기준 연초후 수익률이 전 빈티지(2030·2035·2040·2045·2050·2055·2060)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수익률로는 13.42%로 2위인 NH-Amundi하나로TDF(9.11%)를 4%p넘게 아웃퍼폼하고 있다.

◇TDF에서도 MP같은 시스템 구축…사모 OCIO도 유망

박 본부장은 TDF, OCIO 시장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만의 강점으로 ‘시스템화’를 들었다. 박 본부장은 “연금 자금은 장기투자가 기본”이라며 “운용역이 바뀌고 하우스가 변화하더라도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으려면 시스템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3년 전 설계했던 MP시스템이 여러 보완을 거쳐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TDF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시스템화의 핵심이 LTCMA”라며 “이를 엑셀이 아니라 웹에서 구현하기 위해 현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수익률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마케팅에도 보다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는 “올해 솔루션 본부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판매사에 상품을 올리는 것"이었다며 “현재까지 11개의 판매사를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높은 수익률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자 맞춤형 사모 OCIO 펀드도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봤다. 각 기업별 퇴직자 수, 부채 비율 등 재무상황에 따라 퇴직연금의 설계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부터 이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컨설팅형 OCIO를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박 본부장은 “아직 금리가 높은 상황이라 기업들이 OCIO를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향후 점진적으로 커질 시장이기에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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