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도 순찰도 가능, HL만도 로봇기업으로 변신중 전담 조직 설립해 로봇 개발…실증 후 상용화 수순
임한솔 기자공개 2023-10-10 07:38:02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봇이 '핫'하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기업공개(IPO) 여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쌈짓돈을 쓸어담았다. 한화그룹은 ㈜한화 로봇사업을 분리해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이 한화로보틱스 전략 수립을 맡을 정도로 사업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이처럼 새출발로 부각되는 로봇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로봇사업을 주력사업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자동차부품으로 이름을 날리는 HL만도가 대표적이다. HL만도는 자율주행 시스템, 센서 등 첨단 부품을 개발·생산하며 쌓은 노하우를 로봇이라는 신규 플랫폼에 담아 다종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개발된 로봇 일부는 조만간 상용화에 들어간다.
◇신사업 조직 구성…첫 로봇 탄생하기까지
HL만도가 로봇사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게 된 건 2019년부터다. 회사의 주요 수입원인 자동차가 단순한 탈것에서 연결성·자율주행·공유 및 서비스·전동화(CASE) 중심 모빌리티로 진화하는 시기였다. 기존 사업군을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HL만도는 신사업을 발굴할 필요를 느꼈다.
자연히 전담 조직이 요구됐다. 2019년 9월 신사업 조직 WG캠퍼스가 출범했다. WG는 고(故) 정인영 HL그룹 명예회장의 호 '운곡'에서 따온 글자다. 정인영 명예회장의 개척정신을 잇는다는 포부가 반영됐다. 조직문화에도 변화를 꾀했다. HL만도는 WG캠퍼스 출범에 앞서 인원 모집을 위한 사내 설명회를 개최하며 자율적인 업무환경, 빠른 실행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 성공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강조했다.
WG캠퍼스는 출범 후 약 반년 만에 HL만도의 기술을 로봇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4월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의 프로토타입이 탄생한 것이다. 골리는 스스로 주위 장애물을 파악해 이동하고 360도 카메라로 위험요소를 감지한다. 아파트, 공원 등 여러 환경에서 보안 순찰 업무를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HL만도는 골리 개발 후 곧바로 실전 테스트에 들어갔다. 2020년 7월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의 공원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2022년 5월에는 감지능력 등을 더 개선한 버전인 골리2를 서울 관악구 빌라촌에 투입했다. 이밖에도 공공기관, 공장, 연수시설 등 약 10여곳이 넘는 현장에서 실증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증 결과는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HL만도는 올해 들어 부동산 관리서비스기업 AJ대원과 손잡고 골리 사업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내년부터 국내 일부 지역 아파트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사업 고도화, 생활 곳곳을 혁신
골리가 발전하는 동안 HL만도에는 다른 변화가 있었다. 신사업 발굴이 목적인 WG캠퍼스를 대신해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에 집중할 새로운 조직이 설립됐다. 2021년 신설된 자율주행모빌리티사업부(MSTG, Mobility Solution Technology Group)가 그것이다.
MSTG의 수장은 최성호 HL만도 CTO(최고기술책임자) 부사장이 겸직한다. 최 부사장은 HL만도가 1990년대 말 특수 브레이크 ABS(잠김방지 브레이크 시스템)를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해 양산하는 데 공헌한 핵심 개발인력이다. HL만도는 로봇사업 선봉에 회사가 보유한 최고의 인재를 세운 셈이다.
최 부사장을 필두로 한 MSTG가 순찰로봇 다음으로 내놓은 건 바로 주차로봇 '파키'다. 파키는 자동차를 밑에서 들어올린 뒤 빈 공간으로 이동해 주차한다. 반대로 주차된 자동차를 주인에게 가져오기도 한다. 파키의 이점은 단순히 사람이 하는 발레파킹을 대신하는 것만이 아니다. 차량을 들어올린 채 제자리 회전이 가능해 주차공간을 기존보다 30%가량 절약한다. 도시화로 좁아진 면적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올해 초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2023에서 소개된 파키는 골리와 마찬가지로 실증 후 사업화 절차를 밟고 있다. HL만도는 판교 신사옥 넥스트엠 지하주차장에서 파키를 사용해본 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파키의 높이를 낮춘 저상형 파키L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향후 자율주행 발레파킹 솔루션을 선보이기로 했다.
HL만도의 로봇사업은 순찰로봇, 주차로봇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CES2023에서 충전로봇의 개발 현황도 공개했다. 충전소가 아닌 곳으로 찾아가 전기차를 충전해주는 형태의 제품이 등장할 공산이 크다.
HL만도가 이런 로봇들을 앞세워 재무적인 형태로 성과를 내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골리와 파키 모두 개발 후 이제 막 상용화를 준비하는 단계에 있어서다. 다만 로봇사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는 중이다.
HL만도는 올해 6월부터 한달 동안 전국 대학교의 자율주행 및 로봇 연구실을 방문해 랩 투어를 진행하는 등 MSTG 인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HL클레무브를 통해서도 로봇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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