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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시스템 수출기]진화하는 '현지화' 전략, 한국인 없는 K팝그룹 도전①현지 엔터사와 협업…보이스토리부터 드림아카데미까지 동아시아 넘어 미주 노려

노윤주 기자공개 2023-10-16 12:53:33

[편집자주]

K팝의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 국내서 데뷔한 아티스트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각 엔터사들은 자회사, 파트너사 등을 통해 현지 국적의 멤버들로 이뤄진 아이돌그룹을 곧바로 데뷔시키고 국내에 재소개하기도 한다. 또 현지 네트워크를 가진 해외 엔터사와 협업해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을 수출하기도 한다. 새로운 K팝 물결을 만들어가고 있는 국내 주요 엔터사의 발걸음을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가 '한류'라 불렀던 현상은 이제 'K팝' 또는 'K컬쳐'로 세계관을 확장했다. 과거 중국, 일본 등 주로 동아시아 국가에서 드라마, 음악 등 콘텐츠가 소비됐다면 현재는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K팝이 인기를 끌고 있다.

K팝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방법으로 K콘텐츠를 수출하려는 엔터사들의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전방에 있는 것은 '현지화 그룹'이다. 이전에는 멤버 대부분을 한국인으로 채우고, 국내서 트레이닝해 국내서 데뷔하는 게 수순이었다. 이후 해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하면 그 때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현지화 그룹은 진출 국가 국적의 멤버들을 구성하고, 현지에서 직데뷔시킨다. 일부 그룹은 국내서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아티스트를 수출하는 게 아닌 K팝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셈이다. 한국식 트레이닝을 통해 배출된 아이돌그룹의 현지 직데뷔가 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실험 과정이다.

◇중국·일본을 시작으로 형성된 K팝 현지화 그룹

'보이스토리' 국내서는 다소 생소한 그룹명이다. 이 그룹의 탄생 배경에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있다. 2018년 정식 데뷔한 이들은 JYP와 중국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그룹(TME)가 합작해 설립한 '신성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멤버 전원은 중국인이며 JYP 현지화 전략인 '글로벌라이제이션 바이 로컬라이제이션'에 맞춰 탄생한 첫 그룹이다. JYP는 현지 맞춤 전략을 통해 해외 진출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보이스토리는 지난 7월까지도 EP2집을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올해 1월 개최된 '웨이보 뮤직 어워즈'에서 신인상격인 라이징 그룹상도 수상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의 현지화 그룹 전략이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듬해 SM엔터테인먼트의 중화권 그룹 '웨이션V'가 데뷔했다. 보이그룹 NCT 유닛 중 하나이나 국내보다는 중국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인 멤버는 없다. 태국 국적의 멤버 텐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 출신이다.

중국에서 보이그룹을 런칭했던 JYP는 일본서 소니뮤직 재팬과 협업해 니지 프로젝트를 진행, 9인조 걸그룹 니쥬를 런칭했다. 니쥬 멤버 전원이 일본인이며 데뷔 후 2년 가까이 일본 활동만 진행했고 올해 한국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첫번째 현지화그룹 '보이스토리'

◇미주지역까지 확장한 현지화그룹 전략…K팝 트레이닝 시스템 수출

엔터사의 해외진출 전략은 동아시아를 넘어 미주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하이브는 유니버셜뮤직그룹(UMG) 산하 게펜 레코드와 합작법인을 설립, 올해 8월 드림아카데미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전세계 12개 도시에서 비공개 오디션을 진행하고, 여기서 뽑인 20명이 공개 오디션을 통해 최종 데뷔 멤버로 선발된다. 한국, 미국, 스위스 등 다양한 국가의 아이돌 지망생들이 참여했다.

JYP는 이보다 이른 지난 7월 유니버셜뮤직그룹 산하 리퍼블릭레코드와 협력해 걸그룹 비춰를 론칭했다. 북미 최초로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을 적용해 탄생한 현지 그룹이다. SM엔터도 내년 하반기 미주 거점 아티스트 데뷔를 기획하고 있다. SM 3.0 글로벌 확장 계획의 일환이다. 캐스팅부터 트레이닝까지 데뷔 전 단계에서 미주 팬문화 특성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K팝 아닌 K팝 그룹'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점차 비중이 커지는 엔터사의 해외 매출을 책임질 미래 IP로 꼽힌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팬덤플랫폼 등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팬들이 팬덤 문화를 즐길 수 있게됐다"며 "이제는 하나의 국가를 타깃으로 하는 아이돌그룹은 존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진 국내서 트레이닝한 그룹이 해외서 인기를 얻으며 자연스레 해외 진출을 하는 구조였다면 현지화 그룹을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단계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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