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조달수요 많은 SKC·SK넥실리스 '쫒아다니는' IB뱅커들이차전지 소재 투자 확대에 공모채 선제안…SKC 반응은 '아직'
이정완 기자공개 2023-10-13 13:31:49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자본시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룹이다. 최근 들어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국내외 시장에서 회사채를 비롯해 전방위 조달 행보에 나서고 있다.IB(투자은행) 뱅커가 꼽은 SK그룹 내 차세대 조달 후보는 SKC와 SK넥실리스다.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이차전지의 소재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계열사다. IB가 직접 회사를 찾아 조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6조' 투자 계획에 조달 필요성 증가
최근 IB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국내 IB가 SKC와 SK넥실리스를 찾아 조달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SKC를 중심으로 공모채 발행 의사를 묻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SK넥실리스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기업신용평가(ICR)를 받지 않아 SKC의 조달 여건이 더 나은 상황이다.
IB 뱅커가 SKC를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2020년대 들어 시작한 사업 재편으로 인해 투자 실탄 확보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필름과 화학 사업을 중심으로 하던 SKC는 2019년 전기차 배터리 필수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KCFT 인수를 발표했다. 2020년 초 1조1900억원을 들여 거래를 마친 뒤 SK넥실리스로 이름을 바꿨다. SK넥실리스는 SKC 자회사 편입 후 폴란드와 말레이시아에서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SKC는 반도체 소재도 신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2021년 2억4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투입해 미국에 반도체 글라스 기판 투자사 앱솔릭스(Absolics)를 설립했다. 지난달 27일에는 5200억원을 들여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 ISC를 인수했다.
SKC도 투자자를 대상으로 장기 성장 계획 알리기에 한창이다. 올해 7월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 행사를 열어 신사업 투자 전략을 밝혔다. 우선 2027년까지 5조~6조원의 자본적 지출(CAPEX)을 실시할 예정이다. 4조원을 들여 반도체와 이차전지 소재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추가로 1조~2조원을 투입해 M&A(인수합병)를 실시할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DCM(부채자본시장) 영업을 맡은 인력을 중심으로 SKC 재무부서를 찾아 조달 전략을 선제안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SKC와 SK넥실리스는 IB 제안에 아직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SKC가 마지막으로 공모채 시장을 찾은 것도 3년 전이다. 2020년 5월 기업어음(CP) 증권 상환과 회사채 차환을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찍었다.
사모채 시장 역시 2021년 2월을 끝으로 찾지 않았다. 당시 2년 만기로 700억원, 7년 만기로 500억원을 빌렸다. SKC는 지난해 말 인더스트리 소재사업 분할 매각을 계기로 당시 발행한 2년물 사모채를 조기상환하기도 했다.
IB업계에서는 SKC가 A급 신용도에 부담을 느껴 공모채 시장에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분석한다. SKC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 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급격한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인해 A급 발행사가 조달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했다.
SKC도 SK넥실리스의 동박 투자는 물론 반도체 소재 관련 투자금을 영업 활동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주로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C는 2027년까지 4조원이 넘는 영업활동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밖에 필요한 자금은 보유 현금에 자산 유동화와 정책 금융, 정부 보조금 등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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