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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략장비 빌드업]HPSP와 어닐링 특허분쟁, 예스티 신뢰도 또 금가나②고압수소어닐링 구조제어 침해 가능성, 법리 별개로 자회사 매각에 시장 실망감 여전

조영갑 기자공개 2023-10-26 08:07:20

[편집자주]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반도체 섹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테크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전선에 나서면서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택이다. 이를 대비해 그간 전략장비를 개발, 테스트해온 제조사들 역시 양산 페이즈에 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벨은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의 '킬 아이템'을 중심으로 호황 싸이클 지형도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4일 13: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스티가 2021년부터 개발한 전략장비 '고압수소어닐링' 장비가 주요 고객사 테스트 라인에서 양산공급을 전제로 한 퀄(품질인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 허들인 특허소송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예스티는 9월 국내 고압수소어닐링 주요 제조사인 HPSP로부터 기술 침해를 이유로 특허소송을 당했다. 기술침해의 여부와는 관계 없이 특허법원의 판결 때까지 신규 장비의 정식 판매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예스티는 최근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양산 라인에 고압수소어닐링 장비를 입고시키고, 베타버전 관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스티에 따르면 예스티는 지난해 중수소 리액터 관련 장비의 특허를 출원한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 알파 장비에 대해 고객사 공정평가를 완료하면서 양산공급의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 SK하이닉스 라인에서 테스트하는 장비는 양산공급을 전제로 한 베타버전의 장비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구축하고 있는 HPSP가 해당 예스티의 고압수소어닐링장비가 자사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현재 특허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HPSP는 고압수소어닐링 분야의 1위 기업이다. 매출의 대부분이 고압수소어닐링 관련 매출에서 발생한다.

3분기 HPSP는 1개의 공정특허, 6개의 구조, 제어 특허와 관련 예스티의 어닐링 장비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특허검색서비스 KIPRIS에 따르면 HPSP는 △감압을 이용한 웨이퍼 처리 방법, 및 그에 사용되는 고압 공정 및 진공 공정 병행형 웨이퍼 처리 장치 △고압 기판 처리 장치 및 그에 사용되는 가스 모니터링 모듈 등 고압수소어닐링 관련 특허를 다수 출원해 놓고 있다. 올 3월에는 △고압 기판 처리 장치 및 그를 이용한 기판용 고압 화학적 기상 증착 방법을 추가로 출원, 최근 특허등록해 특허장벽을 높이기도 했다.

예스티는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수의 특허법인과 함께 회피방안을 모색했으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이에 대해 양해가 이뤄졌기 때문에 여전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논리다. 소송에서도 질 가능성이 낮다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예스티의 고압수소어닐링은 HPSP의 장비와 기본적으로열 특성이 달라 동일한 기술로 보기 어려우며, 근본적으로 예스티의 시장 점유율 잠식을 우려한 HPSP의 '챌린지'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구조적 특성에서 압력 용기의 이중벽 구조에 대한 예스티의 특허침해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므로 이를 변경하지 않으면 일부 패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시각이다. 양사는 이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예스티와 HPSP가 중원을 놓고 겨루는 고압수소어닐링은 반도체 실리콘(Si) 표면 결함을 고압의 수소·중수소로 치환해 웨이퍼의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금속 산화계 소자에서 열화 현상을 개선하고, 고온의 장비 적용이 불가능한 16nm 이하 미세화 공정에서 수소를 활용한 고압 어닐링으로 공정 수율을 높이는 장비다. 지난해 약 2000억원 가량의 시장을 형성했다.


업계에 따르면 예스티가 개발한 어닐링 장비는 30기압의 고압 처리가 가능하고, 100% 중수소 농도를 유지, 신뢰성을 향상하고 회로 성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드타임을 축소하고, HPSP 대비 가격 경쟁력 역시 끌어올렸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HPSP와의 특허 소송이 양산 공급 전 최대 이슈인데, 회피 수준을 감안해 봤을 때 예스티 측에 크리티컬하게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판결까지 최대 1년이 소요될 수 있어 예스티의 양산 일정에는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업계에서는 예스티가 반도체 시장에 고압수소어닐링 신규 장비를 안착시켜도 이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기대감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예스파워테크닉스 매각으로 이미 시장의 신뢰를 한번 져버렸다는 게 이유다. 예스티는 지난해 4월 SiC 전력반도체 자회사인 예스파워테크닉스를 SK에 매각했다. 그린수소 산업과 자율주행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전력반도체 부문의 유망함을 보고 투자한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었다. 실제 공시 직후 예스티는 하한가를 맞았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장동복 의장의 사업 의지를 의심한다는 여론까지 대두됐다.

한 기관 투자자는 "당시 전력반도체 매각 건으로 예스티의 시장 내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어닐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HPSP와의 특허소송 역시 법리와는 관계 없이 예스티의 대외 신뢰도에 순기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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