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부터 다를 것" 삼성 파운드리 CTO의 자신감 세계 최초 'GAA' 기술 구현, 글로벌 고객 관심…경쟁사 대비 빠른 고도화 기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3-10-27 11:16:17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14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이 기로에 섰다. 현시점에서 대만 TSMC와 유이하게 5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전후 공정을 상용화했으나 대형 고객 수주전에서 밀리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먼저 구현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앞세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이다.
정기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3' 부대행사에서 "현재 2nm, 1.4nm 공정은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회사들과 함께 연구개발(R&D)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CTO는 지난 7월 파운드리사업부 기술개발실장(부사장)에서 CTO로 승진한 인물이다.
◇3nm부터 시작한 GAA, 최적화 작업 지속
삼성전자는 작년 6월 GAA 기반 3nm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4nm에서 3nm로 넘어온 것보다 더욱 주목받은 건 새로운 트랜지스터 방식인 GAA다. GAA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전류가 드나드는 문)와 채널(전류가 흐르는 길)이 닿은 면을 4개로 늘린 구조다. 기존 핀펫(FinFET)은 3면으로 많이 닿을수록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TSMC의 경우 2022년 말부터 FinFET 기반 3nm 반도체를 생산 중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채널을 와이어 형태에서 넓적한 나노시트로 변경하기도 했다. MBC(Multi Bridge Channel)FET이라고 불리는 기술로 이를 통해 게이트와 채널의 접촉면을 재차 확장했다.
세간의 관심과 별개로 실질적인 성과는 아쉬웠다. 상대적으로 개시 시점이 늦고 한 단계 낮은 트랜지스터 공정을 도입한 TSMC가 애플 등을 3nm 고객으로 맞이한 반면 삼성전자는 의미 있는 3nm 계약을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에 대한 우려가 커진 이유다.
이날 정 CTO는 "아직 3nm GAA 공정이 3nm FinFET보다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대신 전자는 개선할 여력이 많고 후자는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또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될 때 고객들이 바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고객 입장에서는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GAA가 잘 구현되는 것을 증명하는 게 핵심이다. 내년부터 3nm 2세대 공정을 사용하는데 이때 GAA 경쟁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파운드리 산업에서는 고객의 선택을 받는데 2년 반 이상이 걸린다. (GAA 성숙도가 올라간) 2025년 2nm, 2027년 1.4nm 시대가 되면 현재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고 덧붙였다.

◇응용처 다변화, 첨단 패키징·자체 생태계 강화 추진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모바일 의존도가 높다. 후발주자인 만큼 외부보다는 내부 물량이 많았고 스마트폰 등에 장착되는 반도체 생산이 주요 업무였던 영향이다.
문제는 모바일 시장은 기복이 심한데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확장성이 떨어진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컴퓨팅(HPC), 오토모티브 등을 새 먹거리로 낙점한 배경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전기차 등에 활용되는 반도체 성능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등 수요와 수익성이 동반 개선된 점도 고려 사항이었다.
정 CTO는 "과거 파운드리는 모바일에서 HPC, HPC에서 오토모티브로 기술 트렌드가 이전됐다면 근래에는 동시다발적으로 기술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2nm 공정부터는 3개 부문을 한번에 제공하는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2027년경 HPC와 오토모티브 영역이 모바일 매출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 외에도 후공정 경쟁력 향상, 동맹 전선 확장 등도 꾸준히 이행하고 있다. 최신 반도체 개발 및 양산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전공정 대신 후공정으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및 성능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데다 파운드리 업계 특성상 전후방 협력사와의 시너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 CTO는 "패키징이 과거에는 단순히 반도체를 보호하고 결합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칩 사이즈를 줄이고, 여러 칩을 효율적으로 쌓고 붙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매우 높은 패키징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기존에 설계 및 생산 노하우를 갖춘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이 대세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야기했다.
우군을 늘리기 위해 삼성전자는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라는 조직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DSP에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와 파운드리 업체 간 가교 임무를 수행하는 디자인하우스들이 포함돼 있다. DSP에 속한 에이디테크놀로지, 코아시아세미, 가온칩스, 세미파이브 등은 각 영역에서 팹리스를 지원하는 한편 직접 고객을 데려오는 등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 CTO는 "국내 DSP, 팹리스 등 역량을 해외사들 대비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리소스가 부족하다. (이를 만회하고자) 이들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런 업체들이 크면 잠재 고객이 될 수 있어 그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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