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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상장리츠 점검]거시경제 급변, 자산배분 펀드서 매도세 가속화②OCIO·EMP 등 편입 비중 축소…일부는 세일즈 드라이브

이돈섭 기자공개 2023-11-07 08:25:37

[편집자주]

매크로 환경이 바뀌면서 상장리츠 투자 매력도가 뚝 떨어졌다. 수익률과 변동성이 출렁이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선 적립금 운용 비히클로 상장리츠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자산으로 다양한 공모펀드 안에 편입되면서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리츠의 높은 변동성이 퇴직연금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2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국내외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당수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상장리츠 취약성이 두드라질 것으로 보고 펀드 내 리츠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연금 시장에도 유통되고 있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들이 대표적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운용사들의 운용전략 변화를 감지, 투자 가이드를 선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유동성 높은 대체자산으로 상장리츠 주목

상장리츠는 개별 퇴직연금 운용 비히클로 활용될 뿐 아니라 다양한 펀드들의 투자처로도 활용된다.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가 그 중 하나다.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의 공모펀드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과 대체자산 등을 골고루 편입해 시장 대비 안정적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인데, 상당수 상품들이 대체자산으로 상장리츠를 편입해 왔다.

대체자산으로 사모펀드나 실물 부동산이 아닌 상장리츠를 편입한 것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통자산 수익률 추이와 상관관계가 낮은 대체자산을 담아 펀드 변동성을 관리한다는 게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 스킴이지만, 공모펀드 특성상 환금성 높은 자산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상장리츠를 대안으로 찾게 된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폐쇄형으로 운용되는 일반 부동산 펀드 등과 같은 자산을 담고 있으면 기대 수익률이 높을 수 있겠지만, 운용 입장에선 유동성이 낮은 데서 촉발되는 리스크가 크게 느껴진다"며 "상장리츠의 경우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EMP 펀드뿐 아니라 OCIO 펀드 등이 상장리츠를 적극 편입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국내외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리츠 수익률은 크게 고꾸라졌다. 맥쿼리인프라와 SK리츠, ESG켄달스퀘어리츠 등 국내 상장리츠를 집중적으로 담은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의 2일 현재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0.13%. 시계열을 확대해 2019년 7월 상장 이후 수익률을 보면 마이너스 0.4% 수준이다.

해외리츠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해외리츠에 분산 투자하는 '미래에셋퇴직연금미국리츠40'는 2일 현재 2016년 10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로 3.5%를 기록하고 있다. 2년여전 20% 안팎을 넘나들었지만 지난해 들어 우하향 그래프를 그린 결과다. 이 펀드는 온·오프라인 퇴직연금 클래스로만 운용하고 있는데, 현재 운용규모는 53억원이다.

◇고금리 환경 진입, 대부분 리츠자산 매도

금리 인상 국면에서 리츠 취약성이 두드라지다 보니 상당수 자산배분 펀드들은 리츠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다올자산운용이 2019년 9월 선보인 '다올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 펀드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구사하는 이 펀드는 저금리 상황 속 인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리츠를 담았는데, 작년 한 해 리츠 자산을 전량 처분했다.

현재는 지수 대비 변동성이 낮고 수익성은 높은 커버드콜 ETF 등으로 리츠 빈자리를 채운 상황.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OCIO-DO알아서' 시리즈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까지 리츠 자산을 모두 팔았고 금리 상승기였던 지난해 5월 설정된 '우리다같이OCIO타겟리턴'은 리츠 비중을 0.9% 수준으로 상당폭 축소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시장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리츠 투자에 대해 우호적이었지만, 매크로 환경이 변하면서 위기감이 증폭된 결과"라며 "어느 정도 업력이 되는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2013년 미국 연준발 긴축 당시 국내 리츠 수익률이 쪼그라졌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 기반 상품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었던 만큼, 금투업계에선 최근 1년여 사이 연금 가입자 퇴직연금 리츠 투자에 따른 손실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스럽게 지난해 금리 상승 시기 리츠의 인컴 수익을 강조하면서 중장기 투자를 유도했던 사업자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연금 계좌에서 상장리츠 매매를 개시했거나 확대한 사업자로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이 꼽힌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DB적립금 운용 솔루션을 제공할 때도 최근에는 리츠를 주식 카테고리에 넣어달라는 요구가 나올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는데 리테일 시장에서 판매를 촉진한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책 당국이 저금리 상황 속 리츠 투자 매력을 강조해 연금 시장에 리츠가 들어온 만큼, 고금리 상황 하에서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며 "상장리츠의 레버리지 비중에 한계를 설정한다든지 사업자 책임 등을 강조하는 등 가입자들의 연금 운용에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건의해봄직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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