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 후계자들은 지금]빚 부담 커지는 조광페인트…양성아 사장의 노림수는③올해도 '투자 모드' 지속…방열소재 성장 전망은 여전 '유효'
이호준 기자공개 2023-11-08 07:29:46
[편집자주]
'후계자'. 어떤 일이나 사람의 뒤를 잇는 인물을 뜻한다. 특히 레미콘·시멘트 분야를 포함한 건자재 업계에는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해 이미 경영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선 후계자들이 여럿이다. 사업 다각화나 글로벌 무대 진출로 자신만의 사업을 구축하고 있는 오너 3·4세가 대표적인 예. 이젠 창업주의 손주로서뿐만 아니라 왕국을 발전시키는 기업가로서 그룹을 책임지는 '가장'이 돼 있다. 올해도 역시 승계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 가운데 이들의 비중과 역할은 어떻게 더 확대돼 왔을까. 더벨이 건자재 오너가의 현상황과 과제, 그리고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실 조광페인트는 2019년 양성아 사장(사진)이 회사를 단독으로 이끈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4년간 56억원이란 적자를 보면서도 768억원의 투자금을 지출했다. 차입금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고, 부채비율도 세 자릿수를 넘겼다.이전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 같았다면 조광페인트는 보수적 기조에 방점을 찍고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 확보에 집중했어야 한다. 하지만 양 사장의 목적은 '새 판짜기'에 있다. 당장의 숫자보다는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목표 아래 망설임 없이 베팅 중이다.
◇총차입금 70%↑…주범은 자회사 'CK이엠솔루션'
양 사장이 조광페인트의 단독 대표이사가 된 건 2019년이다. 2005년부터 회사를 이끈 이대은 공동 대표이사가 퇴임한 뒤부터 회사를 홀로 이끌고 있다.
조광페인트는 양 사장이 회사를 단독으로 이끌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달랐다. 가장 직관적인 변화는 빚의 규모다. 2018년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838억원이다. 그러다 이듬해 910억원으로 늘더니 올해 상반기엔 1424억원을 기록했다. 4년간 70% 증가했다.
이 기간 74%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128%로 높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넘겼다. 27% 수준이던 차입금의존도(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는 38%로 상승했다. 양 사장이 방향타를 잡고 재무구조가 부실해진 건 어느 정도 사실인 셈이다.
양 사장이 '소재 투자'를 강화하고 나서부터 생긴 결과로 봐야 한다. 회사는 2019년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되는 방열소재를 개발했다. 이후 자회사(CK이엠솔루션)까지 만들어 사업화에 주력했는데 이 기간이 회사 빚이 늘어난 궤적과 맞물린다.
배경은 충분하다. 성숙기에 접어든 도료 업계 특성상 극적인 실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재 수익을 내는 자회사라고는 베트남 도료사 조광비나뿐이다.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성이 돋보이는 만큼 CK이엠솔루션에 사운을 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CK이엠솔루션은 자회사가 된 2021년 10·11월에 헝가리와 미국에 법인을 신설하고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조광페인트의 지난해 자본적지출(CAPEX) 278억원 중 별도 규모가 91억원이라는 점에서 나머지 돈을 CK이엠솔루션이 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역시 '투자 모드'다. 조광페인트는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2억원밖에 손에 넣지 못했는데 이 기간 CAPEX로는 57억원을 썼다. 모회사 차원의 친환경 도료 연구개발 비용과 지난 6월 준공된 CK이엠솔루션 미국 공장 건설 자금 등이 주된 용처로 관측된다.
◇내년부터 가동 들어가는데…수익화 시점은?
물론 수익화 시점에 대한 걱정은 뒤따른다. CK이엠솔루션의 헝가리 공장과 미국 공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급계약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 측은 아직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익이 날 때까지 기댈 구석을 찾아야 한다. 다만 본업인 도료업은 원재료인 유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급등해 상황이 좋지 않다. 한때 대규모 순이익으로 배당의 원천이 됐던 합작회사 '조광요턴'도 2021년부터 부진하다는 점에서 고민거리다.
조광페인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차가운 상태다. 배터리 투자 열풍이 식으면서 한때 1조5000억원이 넘었던 조광페인트 시총은 8000억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9월 비슷한 시총을 유지했던 경쟁사 삼화페인트와는 현재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양 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그녀는 고(故) 양성민 회장의 셋째 딸이다. 부친의 지분(12.22%) 전량을 상속받아 일찌감치 최대주주(당시 17.84%)가 됐다. 아내 송경자 회장도 단 1주를 상속받지 못했을 만큼 경영권을 일임받았다.
조광페인트의 회장은 아직 어머니인 송 회장이다. 위로 두 언니가 있지만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양두 경영' 체제라고는 하지만 양 사장이 고령인 송 회장(81)을 대신해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조광페인트는 고기능성·친환경 제품 위주로 수익을 최대한 뽑겠다는 설명이다. 본업인 도료업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31억원을 실현했다. 원재료 가격 사정이 어려워졌지만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유가 리스크를 최대한 분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CK이엠솔루션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될 것으로 낙관한다. 방열소재 자체는 성장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양 사장도 평소 이차전지 소재에 대해 높은 관심이 있어 현재 증설 투자까지 검토 중이다.
1977년생인 양 사장은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대를 나와 서던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현재 조광페인트 대표이사 사장과 조광요턴 기타비상무이사, 리포마 대표이사, CK이엠솔루션 사내이사직 등을 겸직하고 있다.
조광페인트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도료업에서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돼 왔다"라며 "CK이엠솔루션도 내년부터 유의미한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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