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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기업구조조정 점검]공전하는 항공·해운 빅딜…새 출구 전략은 무엇④제3자 매각·통매각 등 플랜B 거론…산은 기존 매각 방식 강행 '고수' 입장

이재용 기자공개 2023-11-10 07:37:11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수년간 끌어온 굵직한 빅딜들이 실익 없이 공전하고 있다. 원매자와의 눈높이 차이, 시장의 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원인으로 언급된다. 근본적으론 산업의 구조조정 방식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벨은 산은이 발간한 '기업구조조정 백서'를 토대로 난맥에 빠진 산은 구조조정의 원인을 점검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HMM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절차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해외 경쟁 당국의 인허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HMM의 경우 원매자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계약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새로운 원매자를 찾고 매각 무산 시 선택할 수 있는 플랜B도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산은은 공식적으로는 플랜B 검토를 부인하며 기존 매각 강행을 고수 중이다. 다만 IB업계 등에서는 산은의 항공·해운 빅딜 불발을 전제해 제3자 매각, 일괄 매각 등 새로운 출구전략에 관한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 전경.

IB업계 등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과 HMM 매각 불발에 대비해 새로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플랜B를 본격 가동하는 시기는 HMM 유찰 및 해외 경쟁 당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불허 등 최종적으로 매각이 무산된 이후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발 아시아나항공과 HMM의 구조조정은 수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현재 9부 능선에서 막혀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양사 통합으로 인한 독과점 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주요국 경쟁 당국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EU는 양 사 합병으로 유럽 주요 화물·여객 노선에서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결국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 등의 내용이 담긴 시정 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했다. EU의 승인을 받았더라도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 절차도 남아 있다. 이들의 요구에 따라 대한항공은 노선을 추가로 넘겨야 할 수도 있다.

알짜 슬롯과 화물 사업을 반납하면서까지 두 항공사를 합병해야 할 명분과 실리가 있냐는 반대 여론은 거세다. 항공사의 사업 경쟁력까지 저하하며 무리하게 합병을 강행할 경우 합병의 목적으로 내세웠던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HMM 매각전의 경우에도 뾰족한 출구전략 없이 원안 매각이 강행되고 있다. 산은은 하림, 동원, LX그룹을 HMM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상 매각가는 5~6조원대로 이전 7조원보다 낮아졌으나 유찰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인수 후보들은 HMM을 인수할 만큼의 현금 동원력이 없다고 평가받는다.

외부 자금 등을 끌어와 인수해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수년 내 HMM을 다시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보들의 재무 역량에 의구심과 우려가 이어 지는 상황이다.

산은은 플랜B는 공식적으로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성과를 내야 하는 산은이 두 빅딜을 성사하기 위해 출구 전략을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매각에서도 현대중공업의 인수 외에 플랜B는 없다고 강조했다가 불발 직후 한화그룹과의 M&A 계약을 진행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 때도 매매 시도 당시부터 여러 가지 플랜B를 준비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산은의 플랜B 가운데 주목받는 방식은 새로운 원매자를 찾는 제3자 매각과 아시아나항공과 HMM을 묶어 일괄 매각하는 통매각 방식이다.

앞서 산은은 삼일회계법인에 '아시아나항공 안정화 방안' 컨설팅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 대상에는 △아시아나가 제3자 매각에 나설 경우 해소해야 할 문제와 재무적 보완 사항 △제3자 매각 시 가능한 비용 절감 방안 △합병 장기화에 따른 아시아나의 사업 계획 및 자금수지 분석 등이 포함됐다.

합병이 해외 경쟁 당국에 막혀 공전하자 새로운 출구전략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산은은 "삼일회계법인이 수행 중인 용역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 항공 시장 변화에 대비해 자금수지 점검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3자 매각 검토를 일축했다.

산은이 기업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하고 민영화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과 HMM을 일괄 매각할 수도 있다는 뒷말도 나온다. 일괄 매각은 최근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도 부합한다. 육·해·공 물류산업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은 글로벌 해운사들의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항공사와 해운사가 결합한 형태는 국내 물류산업의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통매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원매자 풀이 일부 대기업에만 한정된다는 점은 문제다. 두 기업을 같이 인수하는 것은 자금력을 갖춘 원매자에게도 부담이 크다.

산은 측은 "기업결합이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제3자 매각 준비 중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시아나항공과 HMM을 일괄 매각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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