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생산에 스마트 이식…HD현대일렉트릭 매출 5조 기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변압기 호황,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
울산=임한솔 기자공개 2023-11-09 14:47:02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변압기는 주위에서 의외로 자주 보이는 물건이다. 전봇대 위에 설치된 원통형 주상변압기가 대표적이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의 높은 전압을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낮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HD현대일렉트릭이 생산하는 변압기도 하는 일 자체는 비슷하다. 하지만 들어가는 기술력, 크기, 가격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발전소와 변전소 등에 설치되는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는 입지를 자랑한다.
특히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추세로 변압기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HD현대일렉트릭으로 주문이 몰렸다. 이에 따라 매출과 수익성은 나날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회사는 스마트팩토리 도입, 캐파 증설 등으로 쏟아지는 수주를 해소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스마트한 수작업', 생산 효율 업그레이드
7일 방문한 HD현대일렉트릭 울산 500킬로볼트(kV) 변압기 스마트팩토리에서는 거대한 기계가 빠르게 움직이며 철판을 나르고 있었다. 기계는 두께 0.2~0.3밀리미터(mm)에 불과한 철판을 진공흡착한 뒤 한쪽에 층층이 쌓았다. 변압기의 기본이 되는 철심을 만드는 공정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기계는 변압기 스마트팩토리를 상징하는 철심자동적층설비다. 기존에는 철심을 만들기 위해 4~6명이 붙어 적으면 2만장, 많으면 5만장에 이르는 얇은 철판을 하나하나 쌓아올려야 했다. 하지만 철심자동적층설비가 도입되면서 들어가는 품이 대폭 줄었다. 또 철판을 쌓으면서 발생하는 오차도 최소한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철심 적층 후 묶어서 고정시키고 세우는 과정 역시 철심자동적층설비가 일괄적으로 수행한다.
공장 안내를 맡은 양재철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담당 상무는 "철심자동적층설비는 야간에도 작업이 가능하다"며 "초고압 변압기의 철심 적층 공정을 한 번에 처리하는 장비를 도입한 것은 우리가 최초"라고 말했다.
철심자동적층설비 근처에서는 완성된 철심에 코일(권선)을 조립한 뒤 각종 전선을 빽빽하게 연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스마트팩토리에서도 전선을 연결하는 작업은 여전히 숙련된 직원들이 처리해야 한다. 변압기는 주문하는 기업이나 설치 환경에 따라 사양이 달라지는 주문제작 제품이라 자동화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작업 자체는 스마트 기술의 적용으로 보다 수월해졌다. 직원들은 전선을 연결하는 틈틈이 조립장에 설치된 키오스크로 3D 도면을 참고했다. 전선을 어떤 위치에 어떤 간격으로 설치해야 하는지를 현장에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종이 도면을 사용하느라 최신 도면 공유가 어려웠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밖에 전반적인 생산과정을 관리하는 통합 관제시스템, 내부 온도와 수분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공조시스템, 변압기 및 무거운 자재를 이송하는 에어쿠션시스템 등 곳곳에 스마트 기술이 적용됐다. 모두 사람 손길을 최소화하고 작업 능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스마트팩토리로 효율성을 키웠지만 일감은 여전히 밀려 있다. 변압기 생산량 85%를 차지하는 수출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날 공장에서는 미국, 영국,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주문한 변압기가 조립되고 있었다. 양재철 상무는 "고객 미팅과 자재 점검을 포함한 변압기 인도기간은 통상 8~10개월이다"며 "현재는 오더가 꽉 차서 인도기간이 더 길어졌다"고 말했다.
◇에너지 대전환 기회...매출 내년 3조, 2030년 5조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수주잔고는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7040억원이었던 수주잔고가 2021년 말 8632억원으로 늘었고 2022년 말에는 1조899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는 2조9446억원에 이르렀다. 연말에는 3조원을 채울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변압기 주문이 몰리는 배경에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확대 추세가 있다. 태양광,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로 조성되면서 발전시설과 전력 수요처를 연결하기 위한 송전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석유 기반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에너지 대전환'이 HD현대일렉트릭에 막대한 사업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늘어난 수주잔고는 매출 증가세로 나타났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2조1045억원을 거뒀는데 올해는 1~3분기 누적기준 매출 1조9055억원을 달성하며 작년 한 해와 버금가는 금액을 벌어들였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6.3%에서 올해 1~3분기 10%로 높아졌다. 수익성 높은 제품을 위주로 수주하는 선별수주 정책의 효과다.
회사에서는 올해 말까지는 물론 내년과 그 이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전력사업본부장 부사장은 "당장 내년에도 매출 3조원 이상을 낼 수 있고 2030년에는 5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2~3년 전 수주한 이익률 낮은 제품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 4분기에는 더 높은 이익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신재생에너지 호황의 수혜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어려웠던 시기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했기 때문이다. 2017년 HD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뒤 영업적자가 지속되던 가운데 생산시설 확대를 결정했다. 2019년 미국 앨라배마 변압기 공장 증설, 2020년 울산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을 완료했다. 다른 경쟁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사업 확대를 망설였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지금은 당시보다 수주잔고가 훨씬 더 쌓인 만큼 추가 증설을 추진하는 중이다. 울산 공장의 경우 공장별 철심 공정을 별도로 분리해 통합 운영하기 위한 신규 시설을 짓고 있다. 내년 10월 완공할 예정이다. 앨러배마 법인은 내년 9월까지 변압기 야적장을 따로 마련해 공장 내 조립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생산성 향상을 꾀한다. 2곳의 증설로 연간 약 2200억원 규모 매출 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사장은 "증설 효과는 내후년부터 즉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밖에도 지속적으로 캐파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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