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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점검]'창업주' 박경훈 트렌비 대표, 이사회 의장만 맡는다?③지분 매각·합병 추진하다 돌연 공동대표 전환, 엑시트 고민 '설왕설래'

구혜린 기자공개 2023-11-13 07:39:37

[편집자주]

팬데믹 시절 눈에 띄게 성장한 플랫폼 산업 중 하나가 '명품 이커머스’다. 면세 산업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 규모를 급격하게 키웠다. 명품 이커머스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고금리 기조 속에 모험자본이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요구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펀딩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출혈 경쟁이 발목을 잡았다. 더벨은 시장 핵심 플레이어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트렌비의 지배구조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창업주인 박경훈 대표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는 게 아니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트렌비는 돌연 단독대표에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란 게 명목상 이유다. 다만 박경훈 대표가 매각과 합병 등을 추진해 일부 지분을 처분하려는 가운데 체제 전환이 이뤄졌단 점에서 점차 업무 부담을 가볍게 가져가려는 게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8일 트렌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7월 박경훈 단독대표 체제에서 박경훈·이종현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종현 신임 대표는 메쉬코리아를 거쳐 2020년 트렌비에 입사, 오퍼레이션 총괄(COO)을 역임한 인물이다.

VC 업계에서는 박경훈 대표가 의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옥스포드 소프트웨어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개발자 출신의 박 대표는 '전세계 최저가 명품을 찾아준다'를 콘셉트로 지난 2017년 영국에서 트렌비를 창업했다. 창업 후 6년간 C레벨 임원들과 사업을 꾸려왔지만,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같은 반응이 나오는 배경엔 박 대표가 지난해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는 점이 있다. 복수의 VC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박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 40.7% 중 10% 이하의 물량을 인수해 줄 원매자를 직접 물색했다. 실제 트렌비 최대주주인 박 대표의 지분율은 2021년 말 기준 보통주 16만5601주에서 지난해 말 기준 16만5026주(지분율 35.04%)로 소폭 줄어들었다.

발란과의 합병을 추진하기도 했다. VC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트렌비는 명품 이카머스 플랫폼 간 합병을 위해 경쟁사인 발란 관계자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다만 이에 대해 이종현 대표는 "합병설은 완전히 근거 없는 사실"이라며 "특히 우린 발란을 만나본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최대주주가 구주 매각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는 가운데 공동대표 체제 전환은 의미심장하게 읽힌단 분석이다.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된 뒤 대부분의 실무는 이종현 대표가 맡고 있기도 하다. 트렌비에 따르면 박 대표는 개발 업무와 해외 지사 관리, 투자 유치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트렌비의 해외 지사가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긴 하다. 트렌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82억원이며 별도기준 매출액은 225억원이다. 한국 본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이탈리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4분의 3을 차지한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명품 재고 일부가 사라지는 횡령 사건이 발생해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단 후문이다.

다만 트렌비는 최근 국내 법인 구조조정과 동시에 해외 지사도 축소한 상태다. 국내 법인의 경우 140여명의 직원들을 100여명까지 줄였다. 지난해에 이어 계속적인 비용 다이어트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법인은 법인 자체를 없애진 않았으나, 인원을 최소화해 운영 중이다.

당분간 펀딩 계획이 전무하기도 하다. 지난해 9월 트렌비는 기존 투자사인 IMM인베스트먼트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시리즈D 라운드다. 다만 여기에는 2021년 말과 2022년 초 전환사채(CB) 발행으로 납입된 자금까지 포함된 것으로 해당 라운드를 성황리에 클로징했다고 보긴 어렵다. 투자 시장이 경색된 상태에서 트렌비가 다음 조달을 추진하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 대표는 "박 대표는 개발자 이력을 살려 개발 관련 프로젝트와 해외 법인 관리, 투자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며 "현직에서 손을 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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