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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테라퓨틱, 빅딜로 사수한 '60일 리픽싱 마지노선' 바이오벤처 L/O 역사 바꾼 막전막후… 무산되거나 규모 적었다면 RCPS 연쇄 트리거

최은수 기자공개 2023-11-10 09:36:14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08:3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름테라퓨틱이 단백질 분해제(TPD) 파이프라인 'ORM-6151'를 BMS에 이전한 빅딜은 회사의 명운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였다. 더불어 시리즈C 브릿지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리픽싱 기일 전까지 딜클로징을 위한 절박한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2021년 발행한 또 다른 RCPS는 딜 협상 과정에서 이미 리픽싱 요건이 완성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을 다잡고 기업가치 하락을 막으면서 딜을 쟁취해냈다. 오름테라퓨틱의 딜을 목말랐던 비상장 바이오 섹터에 단비와 같은 낭보로 여기는 시각은 단편적인 접근에 불과할는지도 모른다.

◇업프론트 '1억 달러' 딜에도 기쁨보다 미련… 적은 마일스톤 기저 'RCPS 리픽싱 압박'

오름테라퓨틱이 BMS와의 딜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1억 달러(한화 1300억원)다. 업프론트만 보면 SK바이오팜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선 SK바이오팜의 딜은 임상 3상을 마무리한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판권 계약이었던 점을 고려해 1상 프로그램으로 오름테라퓨틱이 만들어낸 성과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오름테라퓨틱 내부에선 국내 바이오텍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딜을 마쳤음에도 기쁨보다는 대체로 아쉬움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이는 업프론트를 포함한 계약 총액이 당초 오름테라퓨틱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딜이 시작되고 구체화된 시점은 올해 초다. 당초엔 기술 거래 뿐만 아니라 M&A 등 다양한 출구전략을 논의할만큼 오름테라퓨틱과 BMS를 포함한 복수의 원매자 모두 여유를 갖고 딜을 진척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말을 목표로 하던 딜이 지연되자 점차 오름테라퓨틱 측에서 시간에 쫓기기 시작했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설정한 '옵션'이 오름테라퓨틱을 조급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다. 통상 벤처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자금을 수혈하는 바이오벤처에 RCPS 관련 옵션을 설정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IPO 시기 정도를 요건으로 넣는 데 그친다. 그런데 오름테라퓨틱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인 리픽싱 이유'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2021년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당시 발행한 RCPS에서부터 전환점을 맞았다. 세부적으로 지난 9월 30일까지 미국 FDA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고 L/O을 체결하는 '퀘스트'를 달성하지 못하면 전환가격을 기존 발행가액 대비 30% 낮춘 5만6000원으로 조정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었다.

오름테라퓨틱은 FDA IND의 경우 올해를 기점으로 2건의 프로그램을 1상으로 입성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L/O 부문에선 물밑 접촉만 활발했을 뿐 성과가 도출되지 않았던 터라 트리거가 작동할 '조건'은 충족됐다.

◇업계"유동성·바이오텍 포지셔닝 고려하더라도 최적의 딜이었을까 의견 분분"

오름테라퓨틱이 올해 상반기 말 단행한 시리즈C 브릿지 투자를 통해서도 비슷한 형태의 리픽싱 조건이 나타난다. 이번엔 L/O와 관련해 한층 더 촉급하고 구체적인 요건을 오름테라퓨틱에 제시했다. 올해 말까지 M&A를 체결하지 않거나 500만 달러 이상의 업프론트를 수령하지 않을 경우 해당 물량도 역시 리픽싱을 적용해달라는 게 골자다.


업계에선 오름테라퓨틱이 이같은 투자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당초 올해 상반기로 마무리될 것이라 전망하던 딜이 명확지 않은 이유에서 연기가 됐던 것도 이런 시각과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딜에 대한 확실한 '징표'로서 리픽싱을 걸라는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약했던 상황이다.

오름테라퓨틱의 유동성 여력이 충분치 않았던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2022년 말 기준 오름테라퓨틱의 현금성자산은 116억원이다. 당시를 기점으로 오름테라퓨틱이 2016년 설립 후 시드를 포함해 조달한 자금 총액은 1100억원이다.

연평균 150억원 이상을 써 왔고 미국 본임상에도 진입한 점을 고려하면 한 해를 버티기에도 부족한 규모였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선 애초에 오름테라퓨틱이 지향하는 미국 R&D 중심의 사업구조를 국내 비히클만 활용해 접근한 건 무리였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핫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을 한 데 모아놓아 진행하는 임상이다보니 임상 시료를 개발하는 데만 수백억원이 든 것으로 안다"며 "1상에서 안전성 등을 확인했다 해도 투자시장이 안 좋아 오름테라퓨틱이 이번 딜이 없었다면 자력으로 후기 임상을 이어갈 동력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급박한 오름테라퓨틱의 상황 속에 체결한 딜을 '빅 사이즈'로 보기 어렵다거나 BMS가 TPD 트렌드를 선도하는 팬시한 기술에 너무 짜게 베팅을 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며 "이승주 대표는 딜이 마무리된 후 사석에서 이제는 임상에 집중하고 싶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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