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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미래위한 선택, "개인이익 염두에 둔 적 없다" 말미에 울먹인 이재용 회장, 다른 피고인 선처 부탁…"초일류 도약 위해 모든 걸 쏟아붓겠다"

이상원 기자공개 2023-11-17 19:54:16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1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적이 없다.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 없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결심공판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후진술을 통해 이처럼 밝혔다.

특히 지배구조 투명화와 단순화 등 사회 전반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생각으로 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을 거듭나겠다며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가는데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말미에 울먹인 이 회장…"모든 것은 제 불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결심공판에 참석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삼성 임직원, 주주,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면목이 없다"며 운을 뗐다.

이 회장은 "40대 중반 아버님이 병환으로 쓰러지시고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세 번의 영장 실질심사, 1년 6개월간의 수감도 경험했다"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느덧 저도 50대 중반이 됐고 오늘 1심 재판이 마무리되는 이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왜 이렇게까지 엉클어 졌을까 자책도 들고 때로는 답답함도 느껴졌다"면서도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하지만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이 회장은 덤덤하게 최후진술을 이어갔다. 그는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매사에 임했어야 했지만 많이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중요한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신경쓰고 더욱 신중하게 살펴봤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빠르게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미래를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그다. 이를 통해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기업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게 목표였고 두 회사의 합병도 이런 흐름속에서 추진됐음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지는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기본적 책무가 있다"며 "이병철 회장이 창업하고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책임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선대 회장 시대와 지금의 경영 환경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친환경,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소액주주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이 이 회장에게 주어졌다.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이 회장은 밝혔다.

이 회장은 말미에 다소 울먹이며 오랜 재판 기간동안 함께해온 피고인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가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며 "만약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제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은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2023년 11월 1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변호인단 치열한 공방, 선고공판 내년초 예상

이 회장의 최후변론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날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갔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자체가 이 회장으로의 승계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단은 경영상의 목적이었고 이를 통해 외형 성장과 함께 주주들의 이익에도 부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최후의견에서 "살아있는 경제권력의 불법 행위가 문제된 사건을 법원이 최후의 보루로서 반드시 바로 잡아줘야 한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지배주주들은 거리낌 없이 위법, 편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오전 이 회장에게는 징역 5년, 벌금 5억원의 실형을 구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사건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점과 실질적인 이익이 이 회장에게 귀속된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리고 최지성 전 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반면 법무법인 태평양과 화우로 구성된 변호인단은 오후 최후변론을 통해 "합병은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모두 준수해 적법하게 이뤄졌다. 법률 자문을 받아가며 절차 준수를 위해 노력했다"며 "합병후 8년이 지난 지금 더 좋은 회사가 된 것은 확실하다. 이런 합병이 업무상 배임이나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직후 재판부는 1심 선고공판 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초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1심 결과에 따라 검찰과 이 회장 측이 2심 제기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2심에 이어 3심까지 할 경우 3년의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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