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미래차 동맹]'이재용·정의선' 맞손, 경쟁에서 협력으로①2020년 기점으로 변화, 위기속 실리 추구…전장·완성차 선두기업간 시너지 기대
이상원 기자공개 2023-11-06 13:15:53
[편집자주]
과거 고 이병철 회장과 고 정주영 회장이 이끌던 시기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은 재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오너 3세 경영자 시대에 변화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장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삼성, 글로벌 3대 완성차 브랜드로 도약한 현대차의 협력에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제4차 산업혁명에 접어들며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걷는 삼성과 현대차를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2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과 현대는 재계를 대표하는 라이벌 관계였다. 재계 서열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이로 인해 교류가 크게 없었던 창업주간의 관계는 2세대인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이러한 기류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바로 오너 3세대인 이재용·정의선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다. 오랜 기간 재계에서 맺어온 친분을 토대로 삼성과 현대차의 관계가 경쟁에서 협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 모두 4차 산업혁명 속에서 그룹의 생존이 걸려있는 만큼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협력을 통한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래차가 자리잡고 있다.
◇'명분'보다 '실리'…마이바흐→제네시스, 협력의 상징
2020년 5월 13일. 재계에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정의선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것이다. 정 회장은 당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비롯해 소형·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현장을 참관했다. 이 회장(당시 부회장)이 미리 도착해 정 회장을 맞이했을 정도로 삼성측에서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 둘은 오랜 기간 재계에서 두터운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그럼에도 사업을 위해 상대의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현대차 오너가 삼성의 사업장을 방문한 것이 역사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달뒤인 7월 21일 이 회장의 답방이 이뤄지며 양사의 협력은 급물살을 탔다. 이 회장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것이다. 신차와 신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센터로 현대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삼성SDI 천안사업장 방문 당시 정 회장의 제안으로 빠른 시일내에 2차 만남이 성사됐다.
이에 앞서 남양연구소에 국내외 정관계 인사들의 방문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총수와의 단독 회동을 위해 개방된 것은 이 회장 방문이 처음이었다. 이날 전기차와 수소차 등을 함께 둘러본 두 총수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두 번의 만남을 계기로 삼성과 현대차간의 협력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양사 간의 협력 강화는 이 회장의 차량에서도 잘 나타난다. 자동차 마니아로서 '마이바흐'를 즐겨타던 이 선대회장과 달리 이 회장은 평소 업무용 차량으로 현대차의 제네시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목이 집중되는 공식석상에서 이 회장은 늘 어김없이 제네시스를 타고 등장한다.
과거 업무용 차량으로 현대차를 이용해왔지만 2015년부터는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을 탔다. 그러다가 2018년 무렵 체어맨에서 제네시스 EQ900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 차량과 함께 제네시스 G90, 기아 카니발 등을 번갈아 타고 있다. 최근 이 선대회장 3주기 추모식에서는 제네시스 신형 G90을 타고 나타났다.
특히 2020년 10월 25일 이 선대회장 장례식장에 이 회장은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직접 운전하고 자녀들과 나타났다. 재계의 모든 관심이 집중된 자리에서 사재를 털어 구입한 팰리세이드는 큰 주목을 받았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삼성과 현대차의 변화된 관계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협력의 중심 '미래차', 글로벌 선두기업간 시너지 기대
삼성과 현대차가 협력하는 데에는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두 회장 모두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계속된 위기속에서 총수 자리에 올랐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으로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따라서 두 회장 모두 불필요한 경쟁으로 체력을 소모하는 것보다 협력으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래차가 있다. 최첨단 IT 기술과 전기·전자 기술이 총동원되는 가운데 삼성은 전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만은 디지털 콧핏, 차량용 오디오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삼성전기는 차량용 카메카 등 전장용 부품을 공급한다. 이외에 삼성SDI는 배터리,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자동차에 탑재된다.
이외에도 자동차 한 대에는 수 백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로 갈수록 많은 반도체가 탑재된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완성차 브랜드와 반도체 기업간의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삼성은 세계 3대 완성차 브랜드로 떠오른 현대차·기아라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우수한 품질의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공급처의 다각화도 가능하다. 양사 모두 협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한 기업이 모든 분야에서 다 앞설수 없는 시대다. 이제 기업들 간의 협력은 필수"라며 "누구도 가보지 않을 길을 가야 한다는 점에서 힘을 합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삼성과 현대차가 협력을 강화하면 분명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