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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반도체의 시간]유례 없는 불황 버틴 삼성전자, 'AI 메모리 초격차'가 온다AI 시대, HBM·LLW·CXL 메모리 승부수…테일러 파운드리 가동 효과 기대감

김혜란 기자공개 2023-11-27 10:28:52

[편집자주]

긴 불황의 터널이다. 한국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주변 생태계 모두 올해 혹한기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3분기 다운턴(불황)의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버텨낸 'K반도체' 기업들의 한 해를 돌아본다. 그리고 반도체의 봄을 기다리며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재무와 사업 전략, 기회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3일 09: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상 최악의 적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한해를 정리하면 이렇다. 3분기로 갈수록 적자 폭을 줄이긴 했으나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이 넘는 적자로 한 해를 마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불황은 갑자기 찾아왔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의 감염병화) 이후 극심한 수요 부진, 세계 곳곳에서 터진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여러 변수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불황기에 투자를 늘리며 미래에 대비했다. 내년 회복기에 빠르게 정상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서다.

◇유례 없는 적자, 얼마나 힘들었나

올해 1분기 DS(반도체) 부문의 적자는 약 4조5819억원에 달했다. 2분기에도 비슷한 규모로 적자를 내 누적 적자는 약 8조9437억원으로 불어났다. 3분기 들어선 적자 폭을 줄이며 누적 영업손실은 약 12조697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증권가에선 4분기에도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DS부문이 10조원이 훌쩍넘는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황은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2015년~2016년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다운사이클이었다. 그래도 2015년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43조1401억원, 약 12조7873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다. 다시 찾아온 다운사이클은 2018년 말~2019년 말이었다.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약 79조4715억원, 약 44조5739억원으로 영업이익이 56%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침체기를 겪으면서 2019년 말 매출은 약 58조8277억원, 영업이익은 약 14조16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은 약 24%다. 당시와 비교해 올해 다운턴이 얼마나 유례없이 골이 깊은지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사상 최악의 반도체 불황인 셈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메모리의 부진을 상쇄해 주지 못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실적
*단위:억원

◇재고 줄고 ASP 상승, 회복 기대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도 메모리 감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감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한 뒤 감산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의 여파가 점점 심해지자 감산을 통해 공급량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도 충격을 줬다. 처음엔 메모리의 부진을 지탱해 줬던 파운드리 사업부마저 하반기로 갈수록 주문량이 감소하며 수익성이 나빠졌다.
자료:KB증권 김동원 연구원 리포트

감산효과는 분명했다. 3분기부터 D램과 낸드 일부 품목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D램 ASP가 한 자릿수 중반 정도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적자 폭이 줄어든 것도 감산효과로 풀이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낸드 가격을 최대 15%까지 올리고, 상반기에도 최대 20% 추가 인상할 예정이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내년 D램과 낸드 가격이 올해 대비 각각 40%, 2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DS도 내년 연간 기준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점쳤다.

DS부문이 감산은 했지만 캐펙스(CAPEX·시설투자액)는 줄이지 않았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장 증설 등에 투입됐다. 올해 연간 캐펙스 계획을 47조5000억원 규모로 잡았는데, 이는 슈퍼사이클(초호황)이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불황일 때 과감하게 투자를 늘려 반등기에 시장지배력을 확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읽힌다.

◇AI 시대 새로운 메모리의 등장 'HBM·CXL·LLW'

내년에는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시장에서도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AI 시대가 고도화될수록 고성능·고용량·저전력 메모리 판매는 함께 늘어난다. 그리고 AI용 메모리 시장의 화두는 생성형 AI를 넘어 온디바이스(On-Device) AI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AI 기능이 서버 중심에서 스마트폰, PC 등 모든 전자기기로 응용처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도 D램 중에서 고부가가치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LLW(Low Latency Wide I/O·저지연와이드I/O) D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 중 HBM은 서버에 탑재되는 메모리다. 현재는 5세대인 HBM3를 양산 중이며 차세대 HBM3E도 샘플을 고객사에 보내 테스트 중이다. DDR5의 경우 서버와 PC에 들어가며 모바일용으로 저전력을 구현한 LPDDR이 따로 있다.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생태계가 커지고 있단 점도 긍정적이다. 데이터 처리량을 늘리려면 D램 용량을 늘리고 중앙처리장치(CPU)를 추가해야 하는데, CXL D램을 활용하면 CPU를 늘리지 않고 서버 한 대당 메모리 용량을 수십 테라바이트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 메모리 제조사 입장에선 D램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서버나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LLW D램 수요도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LLW는 정보가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인 입출구(I/O)를 늘려 LPDDR보다 반응 속도는 빠르고 전력 소모는 낮으며 크기도 더 작게 설계됐다. 삼성전자는 내년 말 양산을 목표로 LLW D램을 개발 중이다. 자체 개발 생성형 AI '가우스'의 모바일 제품 탑재를 시작으로 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해도 AI용 메모리 자체는 좋았고 내년에도 AI용 메모리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핵심은 내년엔 전체적으로 반도체 ASP가 상승할 것이란 점"이라며 "특히 LLW D램은 지금 재고가 없는 새로운 제품이기 때문에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이 가동을 시작해 점진적으로 매출 확대와 이익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테일러 공장은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HBM3E D램(사진=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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