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조선3사]한화오션과 HD현대, 40년의 전쟁[방산] 첫 전투함 만든 HD현대, 첫 잠수함 건조한 한화오션…'선택과 집중'의 삼성重
허인혜 기자공개 2023-11-24 10:09:3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0일 11: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조선·중공업 업계의 해상 방산 부문은 1970년대부터 약 50년간 유지돼 왔다. 반세기가 이어지는 동안 방산 부문은 조선 3사의 뿌리이자 주요 수익원으로, 승계의 재료로 굵직한 역할을 담당했다. 한때는 국제 정세와 수익성 등의 문제로 계륵 취급을 받기도 했다.최근에는 해양 방산 분야 투톱인 한화그룹과 HD현대의 라이벌전이 치열해지며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이달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각각 '3세의 자격'을 증명하는 무대로 방산을 골랐고 치열한 접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방산 부문 완전철수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 과정에도 재계 3세 간의 협의와 전략 구축 등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조선 3사는 왜 다른 길을 골랐고, 지금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김동관·정기선만 라이벌? 80년대부터 길고긴 싸움
'삼성, 현대, 대우, LG, 한진, 한화'. 1990년대 방산 사업에 뛰어들었던 그룹들이다. 국내 상위기업들은 이 시기 모두 방산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당시 산업 규모가 10조원에 달했다. 세대를 거쳐 쪼개진 기업과 인수합병 등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방산 명맥을 현재까지 잇고 있다.
그중에서도 해양 방산 부문은 HD현대와 한화오션의 접전이 치열했다. HD현대는 1975년 한국형 전투함 건조업체로 선정돼 국내 첫 2000톤(t)급 한국형 호위함을 만든다. 그때까지 국산 군사용 선박은 100t 안팎의 소형 경비정 수준이었다. 이후 한화오션과 엎치락뒤치락 경쟁 속에서 차세대 호위함을 만들어 나간다.
이때 배운 기술로 1987년 1차 잠수함 건조 사업의 시작부터 3척 수주를 싹쓸이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Ⅰ 9척의 수주를 모두 따냈다. 건조기술을 축적한 한화오션은 2000년 현대중공업이 잠수함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까지 독주한다.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이때부터 서로 기자회견과 법정다툼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 HD현대의 기자회견. HD현대가 한화오션이 잠수정 사업을 독점해 국내 기술개발이 더뎌진다고 주장했고 한화오션은 정부의 결정이며 기술력이 이미 갖춰진 업체가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툼은 약 40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2023년 한화오션과 HD현대의 울산함 수주 공방전은 데자뷰다. 수주 대상도 쟁점도 달랐지만 요지는 법정행을 불사해서라도 수주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이유는 수주 한 건의 규모가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이를 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양사도 최근까지 방산 부문을 발전시켜 왔다.
◇60조 잠수함 수주전 노린다…투자 확대
한화오션과 HD현대 모두 호위함과 잠수함 두 영역에서 고유의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1980년대부터 이어진 장보고함을 3세대에 걸쳐 신형으로 개발해 왔다. 현재 장보고-III 배치2 중형 잠수함을 건조 중이다. 핵추진 잠수함을 제외한 디젤투진 잠수함 중 가장 강하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주전을 '본게임'으로 보고 있다. 잠수함은 1척당 가격만 2조원이 넘는다. 가장 눈독들이는 사업은 캐나다 해군 잠수함 수주다. 사업 규모가 60조원 수준이다.
HD현대는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 방산 수주를 맡고 있다. 국내 첫 전투함 울산함과 국내 최초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한 경력이 무기다. 최근 2800t급 신형 호위함 '춘천함'을 해군에 인도했다. HD현대중공업도 신형 호위함 수주를 포함해 잠수정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사업 수주전도 내년 본격화된다.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입찰 경쟁을 앞뒀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방산 부문은 3세 경영과 함께 또 한번의 도약점을 맞고 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그룹의 품에 안긴 원년인 만큼 정상화뿐 아니라 선두 탈환에 잰걸음을 걷고 있다. 8월 발표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활용 계획을 보면 이중 절반가량인 9000억원을 방산에 쓴다는 각오다. 방산 매출 비중은 현재 10% 수준에서 2030년 2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030년 3조원, 2040년 7조원으로 늘린다.
HD현대는 2022년 4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방산 부문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미래 투자금 21조원 중 12조원을 사업경쟁력 강화에 쓴다는 목표다. HD현대는 기술 고도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의 사업보고서를 참고하면 올해 특수선 관련 연구는 함정 소음과 진동의 저감에 집중돼 있다.
◇'3세 빅딜', 해양플랜트 택한 삼성重
삼성그룹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관련 계열사를 필두로 1970년대부터 방산 사업에 천착했다. 40년간 유지했지만 2014년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화학·방산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완전철수한다.
HD현대나 한화오션과는 시작부터 조금 달랐다. 삼성그룹의 방산 분야는 해상 방산 사업보다는 육상 방산 사업 쪽으로 기울어있었다. 특히 삼성그룹에서 자랑하던 기술은 삼성테크윈의 육상무기와 삼성탈레스의 군사장비였다. 삼성중공업도 함정 건조 등에 참여하지 않고 군용 중장비를 수출하는 수준이었다.
삼성그룹의 방산 매각은 방산의 규모 확대를 원했던 한화그룹과 사업구조개편 작업 중이던 삼성그룹 양쪽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후 삼성중공업은 방산에 힘을 분산하지 않고 해양플랜트 부문에 집중했다. 1980~1990년대 특수선 개발도 무게중심이 방산이 아닌 해양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특수선에 맞춰져 있었다.
삼성중공업도 포트폴리오에서 방산을 뺀 것을 약점보다 장점으로 꼽고 있다. 방산 외에도 굵직한 수주전이 많고 삼성중공업은 여기서 앞선다는 자부심이다.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조단위 수주전에서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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