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클러스터 기행/전남 화순]셀트리온이 송도에서 컸다고? 시작은 화순이다①화순전남대병원 둘러싼 국내 유일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 인프라
화순(전남)=최은수 기자공개 2023-11-22 12:41:24
[편집자주]
바이오 클러스터의 아이콘 미국 보스턴. 한 세대 이상 구축된 각종 신약개발 인프라는 세계 내로라하는 바이오텍들이 보스턴을 '글로벌 바이오 메카'로 지목하는 배경이다. 한국의 보스턴을 꿈꾸는 바이오 클러스터들 또한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각자의 역량과 매력을 앞세워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산학연 그리고 임상 병원의 유기적 연계가 갖춰진 전국 각지의 'K-바이오 클러스터'를 찾아 경쟁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남 화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백신산업특구를 보유한 전라남도가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거점이다. 수도권 중심으로 움직이는 산업과 자본시장 특성상 주목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명실공히 국내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 대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는다.국내 K바이오 대표주자인 셀트리온의 첫 번째 파이프라인 램시마 임상 시료와 시제품을 화순 지역에서 생산한 일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K바이오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전이자 특히 지금은 익숙한 CDMO(위탁개발생산) 개념조차 없었던 무렵부터 수도권 기준 벽지로 여기던 바로 여기, 전남 화순에서 일어난 일이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은 바이오벤처에 충분한 임상 기회를 제공할 거대 코호트(Cohort) 역할을 자처한다. 여기에 상당한 재정자립을 이뤄낸 전남바이오진흥원이 더해지며 '산학연병'의 위용을 갖췄다. 전북이 호남평야를 앞세워 대한민국 곡창으로 손꼽힌다면 전남은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를 앞세워 바이오텍을 낳는 '산실'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K-바이오 신드롬 이전부터 존재한 '원스텝' 서비스 주목
류강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장은 "초기 바이오텍이 극복하기 어려운 시료 및 전임상과 관련한 인프라는 물론 초기 임상에 필요한 물질 생산까지 수행할 역량을 갖췄다"며 "원 스텝엔 바이오벤처들이 화순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와 연계에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말했다.
원스텝 서비스로 상업화 길목까지 다다른 대표 업체는 박셀바이오가 꼽힌다. 박셀바이오는 전남전남대병원 교수로 재직중인 이제중 대표가 2010년 설립한 후 10년의 인고 끝에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 과정에서 전임상 독성시험을 비롯해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시료 제작을 생물의약연구센터를 포함한 클러스터와 긴밀히 연계해 진행했다.
이는 박셀바이오가 탄생하기 전부터 화순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가 관련 인프라를 제공할 '체급'을 갖추고 있었는 뜻이다. 실제로 셀트리온 또한 초창기 화순 지역에서 램시마의 임상 시료를 생산해 글로벌 상업화에 도전했다. 이같은 사실을 아는 이는 업계에서도 많지 않다.
이제중 박셀바이오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상장 전까지 R&D는 물론 공정과 샘플 개발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데 화순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의 역할이 컸다"며 "박셀바이오 뿐만 아니라 입주를 원하는 바이오텍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동반 성장을 위한 청사진을 지금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병상 약 70%가 암환자' 화순전남대병원과 연계한 임상 시너지 주목
전남 화순이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로 기능할 수 있는 또 다른 변별점은 화순전남대병원이 꼽힌다. 국내 기준 바이오텍이 소구하는 백신과 면역치료제 개발부터 다양한 바이오 인력 공급까지 병원이 담당할 수 있는 '최선'의 수준으로 기능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남도는 2002년 전남바이오진흥원을 설립해 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를 꾸준히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2004년 화순 전남대병원을 개원하면서 바이오텍에 충분한 임상 환경을 제공하는 클러스터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국내 한정 병원과 클러스터의 긴밀한 연계는 의외로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유력 클러스터 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히는 오송첨단산업단지를 둘러싼 클러스터 또한 소재 병원(화상전문 베스티안병원)의 특성화 전략과 바이오텍의 개발전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나타난다. 일면 시너지를 기대하기 위해선 장기간의 호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당장 화순전남대병원의 항암 환자가 전체의 약 70%에 달하는 점은 화순 클러스터에 발을 디딜 바이오텍에겐 최적의 요건이다. 임상 환자를 모집하기 위해 다양한 코호트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비용 절감과 임상 통제를 비롯한 각종 신약 개발 여건의 난이도를 낮추는 키 포인트다.
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장은 "바이오 클러스터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으로 산업과 학계 연구단지가 집결한 것과 함께 거점 병원 확보가 꼽힌다"며 "국내에서 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전남 화순이 첫 번째로 손꼽히기까진 화순전남대병원의 특수성과 역량이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천혜의 요건을 갖춘 전남 화순 지역에도 '인적 자원 유입'에 대한 고민은 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 때문이다. 클러스터 관계자 및 전남도청 등이 이같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화순 지역에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를 유치한 것도 눈길을 끈다.
화순의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유치는 그간 약점으로 지적받던 인적 재원 확충 이슈를 극복할 회심의 전략이다. 국내 인력과 글로벌 전문 인력을 함께 육성해 지역에 공급하는 한편 바이오 융합대학원은 물론 특성화 대학 활성화도 계획 중이다.
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장은 "바이오 산업 원스톱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인적 자원까지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다면 기업에도 클러스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며 "전남도와 화순군이 내세운 2030년 입주기업 100개사, 매출액 1조원, 고용인원 5000명 목표 또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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