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클러스터 기행/전남 화순]메디컬 인프라가 싹틔운 혁신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는②전남대학교+화순병원 교원 창업이 주류… 올해부터 백신에 '면역' 더하며 발돋움 예고
화순(전남)=최은수 기자공개 2023-11-24 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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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클러스터의 아이콘 미국 보스턴. 한 세대 이상 구축된 각종 신약개발 인프라는 세계 내로라하는 바이오텍들이 보스턴을 '글로벌 바이오 메카'로 지목하는 배경이다. 한국의 보스턴을 꿈꾸는 바이오 클러스터들 또한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각자의 역량과 매력을 앞세워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산학연 그리고 임상 병원의 유기적 연계가 갖춰진 전국 각지의 'K-바이오 클러스터'를 찾아 경쟁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간 전남 화순의 '지리적 입지'은 바이오텍 창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약 10년의 동행으로 박셀바이오, 바이오에프디앤씨 등의 상장 기업을 배출했지만 타 지역의 클러스터 대비 소재 기업에 대한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럼에도 정중동 속에 전남대학교와 화순병원 등과 연계해 적잖은 기업이 자리를 잡은 점은 눈길을 끈다.여기에 올해 들어 지리적 여건을 만회할 움직임도 보인다. 항암 혁신신약 중심의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트렌드가 면역 중심으로 움직이는 데 착안해 화순 백신 포럼을 '면역'을 함의하는 글로벌 포럼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더불어 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도 유치하면서 기업이 발돋움할 인프라를 클러스터가 제공하는 선순환을 시작했다.
◇지리적 열위 극복할 적극적 투자 확대 행보로 그리는 새 발돋움
화순의 산업협력 산업단지의 본격적인 형성 시기는 201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바이오 산업 성장 초창기에 태동한 셈인데 상대적으로 '클러스터'로서의 인지도나 육성 성과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박셀바이오(2020년), 바이오에프디엔씨(2022년) 등 클러스터의 지원에 힘입어 상장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국내 비슷한 규모의 바이오 클러스터에 대비하면 상대적으로 성과 측면에서 무게감이 낮다. 역시 지리적 약점을 안고 있는 대전 클러스터에 십여개의 상장 바이오텍 100여개 이상의 비상장 바이오텍이 운집한 사례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그간 화순 지역에서 창업에 나선 주요 바이오벤처의 대표 면면을 살펴보면 아직은 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전남대학교병원 중심으로 움직이는 점이 눈길을 끈다. 씨앤큐어, 디알큐어, 케이블루바이오, 최현일바이오랩 등이 모두 교원 창업 형태로 화순에 거점을 잡았다.
병원과 클러스터 주도의 교원 창업이 활발하다는 점은 화순에 외부 유입이 어렵다는 한계를 방증하는 단초로도 읽힌다. 올해들어 이같은 난맥상을 극복하기 위한 전남도와 전남바이오진흥원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가 나타났다. 화순을 국내 유일의 백신특구인 화순의 '바이오 특화도'를 넓히는 데 이어 글로벌 바이오캠퍼스를 유치한 게 대표적 사례다.
윤호열 전남바이오진흥원장은 "진흥원은 재정 규모나 자립도 측면에서 국내 지방 공기업 가운데 으뜸"이라며 "이 재무 역량을 클러스터를 더욱 조밀하고 건강하게 성장시킬 재원으로 쓸 예정"이라며 "행정 수도인 세종시를 놓고 보면 수도권과 화순의 거리 격차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발상의 전환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항암전문병원 인프라 활용할 글로벌 포럼을 '클러스터 밸류업' 거점으로
클러스터가 성장하기 위한 여러 요건 중에 하나는 '각지의 바이오텍의 이목을 사로잡아 클러스터로 향하게 하는' 포럼이 꼽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JP모건과 손잡고 바이오 컨퍼런스 30년의 역사를 쌓으며 바이오 메카로 자리잡은 보스턴의 아성에 도전하는 게 대표적이다.
화순백신포럼이 올해부터 '면역항암치료'를 화두에 넣은 것도 이런 변화와 도약을 뒷받침한다. 통상 항암 적응증이 글로벌 신약개발 판도를 지배하는 만큼 지역 거점 클러스터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고 저변을 넓히려는 새판짜기를 항암으로 잡은 것도 이같은 결정과 관련이 있다.
올해는 주최측 추산 역대 포럼 가운데 가장 많은 1300여명이 포럼 현장에 참여했다. 단순히 백신 패러다임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항암신약으로서의 '면역백신'에 대한 트렌드를 공유하기 위한 발걸음이 늘어난 결과다.
클러스터 관계자들은 단순히 포럼으로 끝나지 않고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의 항암 특화 사업과 연계해 저변을 넓힐 계획을 세웠다. 이는 진일보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의 R&D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 그리고 이를 바라보며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화순에서 찾으려는 바이오벤처 꿈나무들의 입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화순바이오메디컬클러스터 관계자는 "화순 클러스터 입주사들은 다른 지역에서 위탁업체나 연구기관을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다"며 "최근 이어지는 자금 조달난 속에서 영속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입주한다면 각종 클러스터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산업의 위기를 너머 클러스터의 확장도 노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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