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파두 사태로 전화위복? '실적주 빅딜' 웃는다적자 기업 불신, 기술특례 신중모드…시장 반등 속 성장세 스토리 주목
양정우 기자공개 2023-11-24 07:37:39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두 후폭풍으로 기술특례 상장의 불확실성이 점증하면서 실적이 최대 매력인 상장예비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외 주식시장에 감도는 온기가 공모주 시장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빅딜급 실적주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를 거머쥘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매출 뻥튀기 논란은 기업공개(IPO) 시장 전반이 아니라 흑자 예상치만으로 밸류에이션에 나서는 기술특례 상장에 국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사 당국의 보수적 심사 기조와 투자심리의 위축 기세 역시 이들 상장사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내년 조단위 빅딜, 실적 앞세워 도전장…HD현대글로벌·에이피알 등 어필 기회
22일 IB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준비하는 대어 가운데 실적 성장세가 돋보이는 기업은 HD현대글로벌서비스과 에이피알, 엔카닷컴 등이다. 에이피알과 엔카닷컴은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내달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두발 쇼크에 따른 여진이 여전하지만 이들 기업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모주 투자에 대한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개선될 조짐인 가운데 세 기업은 유독 두드러진 실적 성장세로 현금 창출력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의 흑자 전망치로 몸값만 띄운 것으로 질타를 받는 파두와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는 기업인 셈이다.
에이피알은 내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3718억원, 영업이익 6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7.9%, 277.6% 증가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다시 한번 갱신했다.
매출 볼륨은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액(3977억원)의 93.5%에 달하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전체 규모(392억원)을 넘어섰다. 3분기 실적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219억원, 219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28.0%, 73.7% 증가했다. 메디큐브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AGE-R)의 '핫'한 인기 덕분이다. 성장 흐름 자체가 드라마틱하기에 보수적 밸류에이션에 나서도 오너와 재무적투자자(FI) 모두 만족할 만한 몸값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과 엔카닷컴도 실적 흐름이 견조하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액은 2017년 2403억원에서 지난해 1조3338억원으로 6년 동안 5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3분기에도 수익성 높은 부품서비스 사업 매출이 증가하면서 매출 규모 3586억원, 영업이익 502억원의 성적을 거뒀다. 엔카닷컴 역시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23년 회계연도(FY, 2022년 7월~2023년 6월) 순이익은 크게 줄었으나 120억원 규모의 일회성비용 탓이다.
◇유통시장 반등세, 발행시장 흥행 직결…적자 IPO 불신, 실적주 빅딜 부각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CPI)가 월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지난해 3월 이후 이어졌던 기준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이며 관건은 금리 인하의 시기와 강도라는 과격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증시는 최근 상승세를 고수하고 있다. 유통시장의 반등 추세는 곧바로 발행시장의 분위기 전환과 연결된다. 국내 공모주 펀드는 현재 투자 대기 모드에 놓여있을 뿐 자금 자체가 대거 빠져나간 건 아니다. 공모주 투자의 이점과 신생사의 최애 비히클인 덕분이다. 결국 유통시장이 본격적으로 반등을 거듭하면 IPO 시장도 활기를 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시장 여건에도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 파두 후폭풍이 워낙 거센 탓에 제도의 틀은 유지하더라도 심사 강도는 대폭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공격적 IPO에 나서다가 자칫 미승인의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자금 조달이 급한 기업이 아니라면 일단 신중 모드를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IPO 시장의 한 축인 기술특례 상장이 전반적으로 지연되면 다른 축인 일반 IPO의 수급이 자연스레 개선된다. 여기에 공모주 시장의 투자 열기가 다시 점화되면 2차전지와 인공지능 섹터에 소외받던 실적주 빅딜로 이목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다. 적자 IPO 업체에 대한 불신이 쌓인 만큼 역으로 현금 창출력을 입증한 기업이 부각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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