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홍역에도 '홍콩H ELS' 포기 못하는 시중은행 DLF 사태 후에도 조단위 판매…약정 금리 높아 인기, 비이자수익 효자 상품
최필우 기자공개 2023-11-29 08:57:22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8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이 파생상품 불완전판매 의혹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콩H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이 예고되면서 또 다시 금융 당국의 대대적 조사가 예고된 상태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로 몇몇 CEO 징계와 재판까지 진행됐으나 홍콩H ELS는 조 단위로 판매가 이어졌다.은행 입장에서 홍콩H ELS는 효자 상품이다. 다른 ELS에 비해 변동성이 커 높은 약정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 마케팅이 용이해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앞으로도 은행 창구에서 홍콩H ELS를 취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판매 접은 우리은행, 지속한 하나은행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홍콩H ELS 판매 잔고는 14조2970억원이다. KB국민은행이 7조6695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856억원, 우리은행 408억원 순이다.
금융권에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홍콩H ELS 판매고가 2조원 이상 차이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해외 금리연계 DLF 불완전판매 건으로 금융 당국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룹 CEO가 징계 후 송사를 치렀거나 치르고 있는 곳들의 파생상품 판매 전략이 완전히 엇갈린 것이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DLF 불완전판매 관련 중징계로 홍역을 치른 뒤 파생상품 판매에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가 된 DLF 판매를 중단한 것은 물론 홍콩H ELS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손 전 회장은 가처분과 행정소송을 제기한 끝에 중징계 무효 판결을 받았으나 결국 연임에 실패하면서 파생상품 판매에 따른 득보다 실이 많았다.
하나은행은 DLF와 홍콩H ELS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봤다. 2010년대 중반에는 취급해본 적이 없는 해외 금리연계 DLF를 판매했다가 금융사고가 났지만 2006년부터 판매된 홍콩H ELS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자산관리 노하우를 가진 프라이빗뱅커(PB)가 많다는 점도 홍콩H ELS 판매를 지속한 요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은 파생상품 판매 전략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세 은행은 DLF 불완전판매 사태를 직접 겪지 않았다. 홍콩H ELS 손실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조 단위 판매 잔고를 유지했으나 대규모 손실 위기에 봉착했다.
◇변동성 커 약정 이자 높지만…불완전판매 단골 소재
은행권이 홍콩H ELS를 포기하지 못한 건 다른 기초지수를 쓰는 ELS에 비해 약정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ELS는 기초자산 변동성이 클 수록 헤지 운용을 통해 큰 수익을 낼 수 있고 가입 고객에게도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구조다. 홍콩H는 S&P500, EUROSTOXX50 등 ELS 기초자산 중 변동성이 가장 크다.
약정 금리가 높으면 고객 마케팅에 유리하다. ELS는 예적금보다 금리가 높은 중위험-중수익 추구 성향의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줄어들면 ELS 쿠폰 금리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홍콩H 지수를 활용하면 고객 눈높이에 맞는 금리를 약정할 수 있다. 홍콩H 지수를 활용해야 비이자수익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번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 홍콩H ELS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그간 수차례에 걸쳐 홍콩H ELS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졌으나 손실 위기를 벗어나면서 판매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엔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 당국의 불완전판매 조사 결과에 따라 홍콩H ELS 은행권 판매 금지가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금융 당국은 은행권이 과도한 수익을 추구하는 것에 비해 내부통제나 리스크 관리가 미흡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ELS를 은행에서 주로 판매하는 구조를 문제 삼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판매 절차를 준수했다고 해도 고객이 홍콩H 지수와 ELS 구조를 100% 이해했다고 장담할 순 없다"며 "어디까지를 불완전판매로 봐야할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홍콩H ELS 손실 위기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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