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롱숏부터 롱바까지…올라운드 플레이어 보고펀드 이한영 전무DS운용 한자펀드 이끈 스타매니저, 새둥지서 제2의 도전
윤기쁨 기자공개 2023-12-08 08:21:43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고펀드자산운용이 출범 이후 최초로 주식형 헤지펀드를 출시한다. 해외재간접 투자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빠르게 사세를 키워온 보고펀드자산운용은 최근 헤지펀드 부문 산하에 MS(Multi Strategy)운용본부, 구조화상품본부에 이어 주식운용본부를 신설하며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조직을 이끄는 이는 DS자산운용 출신 스타매니저 이한영 전무다. 지금의 DS자산운용을 만든 '디에스 秀(수)·知(지)·賢(현)' 등 한자 시리즈를 간판 상품으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고유자산을 비롯해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각종 연기금 자금을 위탁 운용하면서 롱숏(Long-short), 롱바이어스드(Long Biased), 주식형 공모 펀드 등 시장에서 운용 가능한 모든 형태의 자산을 두루 경험했다.
◇성장스토리: 외환딜러 꿈꾸던 청년, 다재다능 펀드매니저로 우뚝
펀드매니저 외길 업력을 차곡히 쌓아온 그는 사실 청년시절 외환딜러를 꿈꿨다. 대학생 때까지 흔한 투자동아리 활동은 물론 제대로 된 주식 투자도 해본 적이 없다. 졸업 후 첫 직장으로 들어간 저축은행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2005년 1월 토마토저축은행(현 신한저축은행)에서 고유자금을 굴리는 업무를 맡게 되면서 주식 운용의 길에 들어선다.
토마토저축은행에 이어 튜브투자자문, 유리치자산운용, 코레이트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DS자산운용에서 주식을 담당하며 운용 감각을 익힌다. 오랜 기간 다수의 섹터와 코스피 종목에 대한 리서치와 기업탐방을 하며 주식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넓은 관점을 갖게 된다.
이한영 전무는 “연말이 되면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에너지와 아쉬움이 몰려오곤 하는데 ‘올해도 한판 잘 놀았다’는 그 느낌을 잊지 못한다”며 “매년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이 펀드매니저의 묘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MBTI는 ESTJ(엄격한 관리자)다. ESTJ는 리더십과 안정성을 중시하며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엄격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성향은 본부장으로서 조직을 이끄는데도 발휘된다. 시스템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도 강점이 있다.
이 전무는 “운용의 핵심은 사람이고 훌륭한 인재들이 장기간 근속할 수 있어야 좋은 성과가 도출되고 펀드가 롱런한다”며 “펀드매니저들이 이직 없이 오로지 투자에만 집중하고 같이 커가는 이상적인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회사 DNA로 파악하는 시황, 빠른 의사결정으로 안정적 운용
그가 말하는 좋은 종목은 나에게 수익을 안겨다 주는 주식이다. 좋은 회사가 좋은 주식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다. 좋은 투자는 본인이 정확하게 알고 전략을 수립한 상황에서 투자, 차익실현, 손실처리 모든 방향에서 확신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확고한 철학을 갖게 된 데에는 2010년 현대중공업 종목 투자가 영향을 미쳤다. 주니어 펀드매니저 시절 절대수익형 펀드에 현대중공업 비중을 7%로 잡아 집중 매매했다. 당시 주가는 바닥권으로 업황 개선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서서히 매수해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 그에게 당시 한 선배는 “주가는 이미 빠질만큼 빠졌고 지금 주식을 사놓아야 상승시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7%에서 50%로 비중을 늘렸고 1년뒤 현대중공업 주가가 2배 이상 오르면서 엄청난 성과로 이어졌다.
투자 종목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건 연혁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하면 회사 DNA와 주가를 움직이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기업의 주가는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하는 패턴이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연혁과 주가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시황에 따른 의사결정이 보다 빠르고 명확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한영 전무는 “펀드매니저는 말 그대로 펀드를 매니지먼트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은 확실한 색깔을 갖춰야한다"며 "안정적인 운용으로 높은 수익률을 유지해 수익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곧 매니저 역량과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트랙레코드: DS운용 시절 투자 한자펀드, 안정적 성과로 '이름값'
그를 대표하는 상품은 DS자산운용에서 근무할 당시 운용했던 한자 시리즈다. 秀(수), 知(지), 賢(현) 등 한자를 차용한 이 펀드들은 오랜 기간 안정적인 성과를 내왔다.
5년간 운용하며 코로나 19,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과 같은 어려운 시기를 맞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실제 매년 50%를 넘는 수익률을 내며 안정적으로 운용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설정 이후 누적 성과를 따지면 상당수가 세자릿수를 웃돈다.
롱(매수)포지션 비중이 절대적인 롱바이어스드 전략을 구사하는 이 펀드는 과거 롱온리(Long Only), 롱숏 중심의 헤지펀드 시장에서 롱바이어스드로 무게추를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개인 저서인 ‘시대의 1등주를 찾아라!’ 등을 출간하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투자 종목 중 최고 수익률을 보인 엑시트(자금회수) 종목은 ‘기아’다. 2009년 처음으로 기아차가 부채를 상환하기 시작했다. 그는 턴어라운드 시기에 주목하며 기아차의 K시리즈 탄생으로 인한 주가 상승 수혜를 봤다. 상당 기간 강세를 보인 기아차는 2009년 6000원 후반에 불과했지만 2021년 7만원까지 급등했다. 이 전무는 이를 매각해 최종 텐베거(10배 수익률을 낸 종목)를 달성했다.
지난 8월 DS자산운용에서 보고펀드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이한영 전무는 연말·연초를 목표로 신규 펀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보고펀드자산운용의 시그니처 펀드로서 헤지펀드 역량 강화에 힘쓸 예정이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반도체가 이끌 시장, HBM·AI 산업에 주목해야
이한영 전무가 보고펀드자산운용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상품은 롱바이어스드(Long Biased)에 기반한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임 사태 이후 사모펀드 시장 흐름이 크게 롱온리에서 가치 투자, 롱바이어스드로 재편된 만큼 시장 흐름에 맞춰 대응해 갈 방침이다. 불안정한 금리시장 상황에 대응해 주식 비중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한편 이한영 전무는 내년 시장을 이끌 핵심 산업으로 반도체를 지목한다. 업황 부침으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이익이 턴어라운드 하는 구간에 진입할 것이란 판단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AI(인공지능)의 높은 활용성으로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온디바이스 AI, 게임 산업 등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 제조업, 전통 수출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전무는 “좋은 플랫폼과 뛰어난 팀원들, 경영진의 지지로 구현하고 싶었던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신설 본부를 잘 이끌고 상품 론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보고펀드운용 주식운용본부가 시장 주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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