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의, 부산에 의한, 부산을 위한 항공사를 만들자. 최근 부산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에어부산 분리매각 논의는 이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최근 부산에서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모색하는 TF가 만들어졌다. 부산 상공회의소, 아시아나항공 이외의 에어부산 주주 등 지역 상공계가 참여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계기로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산하 저비용항공사(LCC) 3개도 하나가 되기로 한 계획에서 에어부산을 따로 빼내 부산 기업이 인수하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이같은 논의가 표면화된 것은 에어부산 향배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가 쌓일 대로 쌓인 결과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여러 해 지연되면서 에어부산은 신규 기재 도입 등 사업전략 추진이 제한됐다. 진에어, 에어서울과의 합병을 기다리느라 에어부산만의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이 3사 통합 LCC의 거점을 부산 대신 인천에 두겠다고 계획한 것도 부산시민에게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손익 계산은 냉정해야 한다. 에어부산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게 지역 운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깊게 살펴보는 게 먼저다. 항공업은 리스부채 부담을 고정적으로 짊어지는 가운데 유가·환율 변동 등 외부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현재 에어부산 분리매각 TF에 속한 기업들은 건설사, 유통업체 등으로 항공업과 거리가 멀다. 낯선 분야에서 지역사회의 요구를 만족할 만한 투자와 고도의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해낼 수 있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향후 항공업계의 불확실성도 생각해볼 거리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의 타격을 벗어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8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는 여행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수혜로 실적이 정상화했지만 앞으로도 수요 강세가 유지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장차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됐던 2030 부산엑스포 개최가 실패로 돌아간 상황도 중요한 변수다. 에어부산을 지역 기업이 안아도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애초 에어부산 분리매각 여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이뤄진 뒤 다루는 게 순서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의 요구와 별개로 합병 주체인 양대 국적항공사와 산업은행의 의견이 일치해야 하는 사안이다. 부산 상공계뿐 아니라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숙고가 필수다.
현재는 행동이 앞서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교롭게도 내년 총선까지 불과 4개월가량 남았다.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선거의 급박함과 무관하게 지역 항공사의 존립을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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