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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불똥 튈까 '전전긍긍'…금감원 칼 빼들었다 ①'밸류평가 담당' 회계법인 이해상충 가능성 지적, 공시규정 수정 예고

손현지 기자공개 2023-12-15 14:33:03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이 스팩제도 도입 14년만에 문제점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최근 논란이 된 기술특례상장제도와 마찬가지로 스팩도 미래실적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특유의 밸류에이션 방식이 '고밸류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주관이 투영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에 규정을 넘어 제도 손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금감원이 주목한 스팩제도의 허점과 개선방향성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의견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2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십수년간 스팩(SPAC) 제도의 고평가 논란을 묵묵하게 지켜보던 금감원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금감원을 움직인 건 '파두 사태'다.

반도체 팹리스사인 파두는 상장 직후 시장가격과 주관사가 책정했던 밸류간 격차가 과도해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케이스다. 파두가 활용한 기술특례상장제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금융당국은 기술특례상장제도 손질에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밸류에이션 기법이 닮아있는 '스팩제도'까지 뜯어보기로 한 것이다. 공시심사실 특별심사팀이 임무를 맡아 제도개선까지 염두에 둔 실사에 나섰다. 얼마 전엔 스팩합병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책임자인 회계법인들까지 불러모아 미래 영업실적 추정의 근거가 충분히 기재됐는지 등을 확인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스팩 14년 발전사…'상장-합병-공모참여' 삼박자 활성

국내에 스팩(SPAC) 제도가 처음 도입된 건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이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 제도는 중소·중견 기업들에겐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창구로서 역할을 해왔다.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소액의 자금으로도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활성화됐던 건 아니다. 도입 초기에는 지금보다 엄격한 자기자본 최저요건을 요한 탓에 진입장벽이 높았다. 코스피 시장에 진입할 스팩은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 조건을 갖춰야 했으며, 코스닥은 100억~200억원 자기자본 기준을 총족해야 했다. 합병시 기업가치 산정 방식도 획일화된 탓에 한동안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그러다 2014년부터 진화를 시작했다. 금감원은 규제 완화차원에서 스팩의 자기자본 최저 요건을 완화(코스피 100억 이상, 코스닥 30억~100억원)했다. 스팩의 합병대상인 비상장기업에 대한 가치산정도 자율적으로 탈바꿈시키며 기업 참여를 독려했다.

2014년을 전후로 스팩 '1기'와 '2기'로 구분 지을 수 있을 정도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2010~2014년 중 신규 상장된 스팩은 49개에 불과했지만, 2015년부터 2022년 2월까지 신규 상장된 스팩은 175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신규 상장 스팩 건수가 많아지자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 참여율도 대폭 늘어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이 2015년 1월부터 작년 2월까지 스팩이 모집한 공모자금을 집계한 결과 1조7200억원에 달했다. 2010~2014년 집계량인 8800억원 보다 두배는 더 많아진 것이다.

*자료=한국금융연구원
상장 합병 성공 비율도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2010~2014년 기간 내에 11개에 불과했다면, 2015년부터 작년 2월까지 총 101개의 스팩이 합병에 성공했다. 합병성공률은 60~70% 수준에 달했다. 미국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지만 국내 스팩 역사를 돌아보면 황금기로도 여겨진다.

◇고밸류 논란, 주관성 투영되는 '수익가치' 데이터 활용 탓

그러나 스팩 운영상 일부 허점들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의 밸류(합병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문제의 근원으로는 미래 영업실적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스팩 특유의 밸류에이션 방식이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스팩 기업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는 미래 영업실적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수익가치'를 기본 데이터로 삼는다. 보다 객관적인 지표인 재무상태표상 순자산에서 조정항목을 가감한 '자산가치'도 합산해 가중평균을 낸다. 하지만 어찌됐든 회계법인의 주관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수익가치는 추정된 미래 영업실적에 따라 크게 변동된다. 기업의 미래성장성을 반영한다는 명분하에 자칫하면 시장가격과의 과도한 괴리차로 공모가 고평가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회계법인들에게 지침, '상대가치' 평가법 개선 예고

금감원은 최근 파두사태로 악화된 투자자들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일환으로 기술특례상장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조만간 TFT를 꾸려 수수료개편 작업부터 규정 등 수정할 수 있는 부분들을 손질하기로 했다. 이참에 기술특례상장제도와 닮아있는 스팩제도까지 뜯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회계법인 소집한 것이었다. 스팩 합병기업의 '수익가치'를 산정하는 주체는 '회계법인'이다. 스팩 특성상 주관사(증권사)가 회계법인에 외주를 맡겨 밸류를 산정하는 구조다. 기술특례상장제도 내에서 증권사에게 고밸류에 대한 책임을 지을 수 있다면, 스팩의 경우 회계법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6일 실무간담회를 열고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법인 담당이사들을 초청했다. 스팩상장 기업의 미래 영업실적 과다추정 사례를 전파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경고하기 위함이다. 이날 금감원은 회계법인들에게 자체적으로 엄격한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들도 스팩합병 성공, 수임 임무 달성 등의 목표에 주력하다 보니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산정할 수 있다"며 "다만 투자자들은 불리한 합병비율을 적용받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당장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지침도 마련했다. 당장 내년 1분기부터 회계법인의 스팩상장 기업 외부평가 이력, 외부평가업무 외 타업무 수임내역 등을 증권신고서 공시항목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스팩상장 기업의 영업실적 사후정보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작성 양식도 개선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부턴 제도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의 현금흐름할인법 등 절대가치 평가법 대신 상대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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