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 & Lab] "삼성·SK도 찾는다"…엠케이전자 '음성 재생센터' 가보니반도체 패키징 재생원료 추출 라인 가동, 추후 증설 예정
음성(충북)=김도현 기자공개 2023-12-15 09:59:41
[편집자주]
제조업이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든, 출발점은 Fab(공장)과 Lab(연구소)다. 여기에서 얼마나 고도화된 공정 개발이, 기술 연구가 이뤄지느냐가 최종 제품의 질을 좌우한다. 더벨이 기업의 산실인 제조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현장을 찾았다. 또 Fab과 Lab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와 연구소장, 엔지니어 등을 직접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친환경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각종 전자기기, 서버, 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수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막대한 전력 및 수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이다.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조 추세로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은 반도체 등 협력사에 탄소중립 또는 RE100 압박을 가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들 기업은 소재·부품 공급망 재점검에 돌입한 상태다.
반도체 패키징 소재를 생산하는 엠케이전자는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충북 음성에 '재생센터'를 구축하고 원재료 재사용 및 재생금속 판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종 고객(애플 등)과 중간 고객(삼성전자 등) 모두를 만족하는 품질과 친환경 요소를 갖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애플 등 ESG 압박 지속 확대…엠케이전자, 2018년부터 스탠바이
엠케이전자는 본딩와이어와 솔더볼을 주력으로 한다. 본딩와이어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얇은 금속 선이다. 반도체에 전기를 공급하고 이를 지지하는 인쇄회로기판(PCB)과 칩을 연결하는 역할이다. 금, 은, 구리 등이 원재료다.
둥근 돌기 형태의 솔더볼은 볼그리드어레이(BGA) 기판에서 해당 임무를 수행한다. 주석을 주성분으로 하는 합금 물질로 만든다. 두 제품 주요 거래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하나마이크론, 중국 반도체 회사 등이다.
엠케이전자 관계자는 "매크로 이슈로 인한 원자재 상승과 환경 규제 영향으로 고객의 재생 금속 사용과 활용 요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자체 금속 정제 기술을 음성 재생센터에서 사업화했다"고 말했다.
음성 재생센터는 지난 2018년 설립된 사업장이다. 본딩와이어와 솔더볼 원재료인 금, 은, 주석 등을 재생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솔더볼을 다룬다. 본딩와이어 대비 추출률이 높고 비교적 재생이 수월한 영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사 솔더볼은 주석, 은, 구리 등으로 이뤄지는데 97%가 주석"이라며 "과거에는 사용하고 버려지는 주석 등 원료들이 최근 ESG가 대두되면서 순환자원에 대한 다양한 고객의 니즈가 증가하는 흐름"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곳이 애플이다. 애플은 세계 최초로 인증된 재활용 금을 도입한 데 이어 제품 전반에 걸쳐 재활용 텅스텐, 희토류 원소 및 코발트 사용을 2배 이상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아이폰 등을 직접 만들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활동을 협력사들의 몫이다.
현장에서 만난 맹익주 엠케이전자 음성공장장은 "우리 강점은 건식과 습식 공정 모두 가능한 것"이라며 "연간 1200톤을 소화할 수 있는 생산능력(캐파)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석 기준 연매출 400억원을 창출할 수 있는 규모다.
해당 재생센터는 스크랩이나 솔더링 공정 등에서 나온 부산물(드로스)을 재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리사이클 공정은 수거 - 분류(파쇄) - 추출 단계를 거친다. 엠케이전자는 고객에서 받는 양품의 원재료를 활용하고 있어, 시설 구축물이 추출 공정에 집중돼 있다는 설명이다.
맹 공장장이 언급한 대로 건식과 습식 라인이 동시 운용되고 있다. 건식의 경우 고온으로 금속을 녹여 불순물을 제거한 뒤 솔더바를 생산하는 식이다. 여기서 솔더바는 주석, 은, 구리 등으로 이뤄진 바 형태의 금속이다. 활용 시 이를 녹여 쓴다.
습식은 금속을 산에 녹여 이온화하면서 진행된다. 이후 전기를 흘려 불순물은 산에 녹이고, 순수한 주석(99.9% 이상)만 뽑아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생산한 재생원료는 본사인 경기 용인공장으로 전달된다. 이는 신규 제품인 G 시리즈(친환경) 솔더볼 제작에 쓰인다.
재생센터 자체도 ESG 측면을 고려했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내부 이동 시 전기차를 타는 등이다.
◇고객 연이어 방문, 'UL 인증' 받기도
친환경 소재를 구해야 하는 반도체 기업들은 엠케이전자의 재생센터를 잇달아 찾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객의 고객 요구에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앞서 엠케이전자는 미국 UL 솔루션즈로부터 본딩와이어 및 솔더볼 신제품이 '재생 원료를 사용한 친환경 반도체 소재'로 인증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UL 솔루션즈는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환경 인증기관이다. 전 세계 230개 시험인증기관, 1600여개 환경·안전·보안 표준 규격을 보유해 높은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엠케이전자가 UL 인증을 획득했다는 건 재생원료 기반 제품을 고객에 납품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더 주목할 부분은 반도체 소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포스트(Post)' 100%를 이뤄낸 부분이다.
리사이클 원재료는 소비자가 사용하기 전 발생하는 폐기물을 활용하는 '프리(Pre)'와 사용 후 재자원화하는 포스트로 크게 나뉜다. 참고로 포스트 기반 제품이 더 비싸다.
엠케이전자 관계자는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원하는 만큼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는다"면서 "(재생원료를 쓰고도)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난도가 높은데, 이 점이 엠케이전자의 경쟁력"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엠케이전자는 친환경 솔더볼 관련 고객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판매가 본격화하면 매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엠케이전자는 재생센터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 사업장 맞은 편에 유휴 부지가 있어, 언제든 증설이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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