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 밸류 분석] AP시스템, SK온·한화큐셀 뚫었다배터리·태양광 공급망 진입 본격화, 장비 라인업 확대 지속
김도현 기자공개 2023-11-17 10:17:55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16:2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P시스템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중심에서 2차전지라는 새 먹거리를 발굴했다. 주력의 전방산업 부진에 따라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기존 계열사를 통해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면 자체 장비를 납품하면서 진정한 영역 확장을 이뤄냈다.회사는 또 다른 공략 대상인 태양광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트렌드로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신사업을 통한 수혜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AP시스템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만큼 디스플레이 등 업황에 따라 들쑥날쑥했던 실적의 안정화를 기대하고 있다.
◇디이엔티와 별개로 배터리 장비 내재화
AP시스템은 2000년대 초부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와 동반 성장한 회사다. 당시 액정표시장치(LCD) 장비를 출시하면서 몸집을 키웠고 2010년대 들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를 개발 및 생산하면서 세대 전환을 주도했다.
주요 거래처는 삼성디스플레이다. 고객의 선제적인 중소형 OLED 투자에 힘입어 AP시스템은 레이저어닐링(ELA)과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제품을 납품했다. ELA는 박막트랜지스터(TFT), LLO는 폴리이미드필름(PI) 공정 단계에서 사용된다.
다만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이 2010년대 말부터 정체기를 맞이하면서 AP시스템은 중국 업체 물량을 대폭 늘린 바 있다. 또한 과거 개발해둔 급속열처리장비(RTP)가 반도체 고객으로부터 채택을 받으면서 디스플레이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었다. RTP는 반도체 웨이퍼 보호막인 산화막을 입히는 데 쓰인다.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산업마저 주춤하자 AP시스템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2차전지용 레이저 노칭 장비를 만드는 디이엔티와 협력했다. 노칭은 전극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양·음극판을 적절한 길이로 자르고 다듬은 단계다. 레이저 기반 설비는 기존 칼날(프레스) 방식 대비 처리 속도가 빠르고 이물 발생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디이엔티의 경우 해당 제품을 LG에너지솔루션이 운영하는 국내외 배터리 제조라인에 투입하고 있다. AP시스템은 디이엔티로부터 물량을 수주받아 대신 양산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따라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AP시스템은 직접 배터리 설비를 개발했고 지난 8월 SK온 서산공장에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불량 여부를 판단하고 분류하는 장비 등 화성공정용으로 전해진다. SK온은 서산사업장에 1조5000억원을 들여 증설할 계획으로 AP시스템에 할당될 계약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달에는 SK온과 현대자동차의 미국 조지아 합작공장 관련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SK온의 해외 사이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AP시스템 관계자는 "지난해 2차전지사업부 신설 후 공격적인 인력 충원 및 다양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20여년 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를 공급하며 확보한 핵심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지난번 계약보다 더 많은 종류의 장비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2차전지 장비는 전체 매출의 11%를 차지하게 됐다. 단기간에 두 자릿수 비중으로 올라온 것이다. 향후 포트폴리오도 넓힐 방침이다.
◇태양광 효과도 서서히…실적·주가 반등은 아직
앞서 언급한 대로 태양광 쪽에서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회사가 보유한 레이저 기술을 바탕으로 태양전지 웨이퍼 에칭 공정에서 활용되는 장비를 개발한 것. 올해 상반기 한화큐셀과 정식 계약을 진행한 상태다.
이 제품은 한화큐셀의 탠덤 셀 라인에서 적용될 전망이다.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쌓아 만드는 품목이다. 한화큐셀이 한국과 미국 등에서 적극적으로 태양광 투자에 나서는 만큼 AP시스템과의 접점도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신규 아이템들의 호조와 달리 실적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AP시스템은 지난 3분기(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77억원, 16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6.74% 늘고 영업이익은 42.47% 줄었다. 그나마 2분기와 비교해서는 영업이익이 48.73% 증가한 점은 밝은 부분이다.
이같은 성적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이 여전히 주춤한데다 장비 매출 인식 시점에 따른 착시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를 계속하는 한편 2차전지 매출이 점차적으로 증대되면 전반적인 수익 규모가 반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주가의 경우 지난 3월31일 2만3200원까지 치솟은 이후 현재는 1만원대 중후반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1분기에는 배터리와 태양광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하반기 들어 그 효과가 옅어졌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AP시스템은 장비 노하우를 앞세워 2차전지 설비기업으로 재도약 준비를 마쳤고 신재생에너지 역시 마찬가지"라며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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