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김범수의 히든카드 정신아, 카카오 새 대표에 내정창업자의 쇄신 의지 상징, 쇄신TF장 겸임…'적극적 책임경영' 강조
이지혜 기자공개 2023-12-14 13:10:33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13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가 결국 수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CEO)의 후임 인사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CEO(사진)를 내정했다. 정 내정자는 10년간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 일하며 IT생태계를 조성,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카카오의 수장 교체가 예견됐던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홍 CEO의 임기가 내년 3월로 사실상 올해까지인 데다 재임기간에 판교 임차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이슈 등이 잇달아 불거져서다.
더욱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그룹 쇄신 의지를 안팎으로 강력하게 보이고 있다. 특히 거버넌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 행보가 경영진 교체다. 정 CEO를 카카오의 새 수장으로 내정한 배경이다.
◇스타트업-대기업 전문성 '인정'
13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CEO를 카카오의 단독 CEO 내정자로 선정했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카카오의 공식 CEO에 오를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그에 걸맞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IT분야에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고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 내정자가 새 CEO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는 김 창업자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경영방침이기도 하다. 김 창업자는 11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카카오가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며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새 변화를 이끌 정 내정자는 1975년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와 경영학과를 전공했다. 이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마케팅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미시건 주립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건 석사과정을 마친 2000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컨설턴트로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회사로 꼽히며 한국지사는 약 300여명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후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의 전략 매니저와 네이버 수석부장을 거쳤다. 카카오그룹에 합류한 건 2014년 카카오벤처스 상무를 맡으면서다. 카카오벤처스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정 내정자는 2018년 카카오벤처스의 CEO에 올랐다.
카카오벤처스 CEO에 오른 뒤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AI(인공지능)와 로봇 등 선행기술과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IT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IT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해왔다”며 “10년 간 VC 분야에서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성장, 유니콘까지 각 성장단계에 대한 분석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의 이런 능력은 카카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과거 스타트업일 때의 성장 방식을 대기업이 된 지금도 이어감으로써 소상공인과 이해 충돌 등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생리를 모두 이해하고 있는 정 내정자가 위기를 극복해낼 적임자로 꼽혔다는 의미다.
◇ 카카오 요직 두루 맡아
정 내정자에 대한 김 창업자의 신뢰도 두터운 것으로 보인다. 실상 정 내정자가 이끄는 카카오벤처스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정 내정자의 존재감은 그룹 전체에서 돋보인다. 카카오벤처스는 설립한 지 약 10년이 됐지만 매출은 200억원 수준, 종업원은 30명이 채 되지 않을 만큼 규모가 작다.
그러나 정 내정자는 그룹의 요직을 두루 맡으며 활약해왔다. 올 3월 카카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돼 이사회에 참여했다.
또 종전까지 카카오그룹의 콘트롤타워 기능을 했던 CA협의체에서 정 내정자는 사업부문총괄을 맡았다. CA협의체가 4인 총괄 체제로 계열사의 사업방향을 조율하는 기구인 점을 고려하면 최상위 의사결정 집단에 정 내정자가 속해 있었다는 말이 된다.
더욱이 정 내정자는 현재 김 창업자가 강력하게 힘을 싣고 있는 경영쇄신위원회에도 상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앞으로 쇄신 TF(태스크포스)장을 맡아 카카오의 쇄신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를 챙길 예정이다.
다시 말해 정 내정자가 김 창업자로부터 거버넌스 개편을 이끌 적임자로 신임받은 셈이다.
정 내정자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되어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 책임경영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지지 않겠다”며 “미래 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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