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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생명과학, 620억 유증 위해 황금낙하산 버린다 등기이사 전원 임기 끝나 사문화… 장기적 거버넌스 재구축 관점 정비 첫발

최은수 기자공개 2023-12-18 13:21:12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4일 13:5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현지 사업 등으로 자금조달이 시급한 진원생명과학이 '황금낙하산'부터 철폐한다. 5월부터 추진해 온 6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임원 보수 역시 원활한 자금조달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힌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섯 차례의 자금 조달을 단행한 진원생명과학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등기이사 전원의 임기가 끝나 황금낙하산이 작동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거버넌스 재정비와 턴어라운드의 첫 걸음을 뗄 지 이목이 쏠린다.

◇'이사 비자발적 사임 시 100억 꽂아주는' 조항 삭제+임원 보수 지급 체계 정상화

진원생명과학은 오는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지난 3월 등기임원 모두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인적 구성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안건은 회부되지 않았다. 단 의결권 행사 및 이사의 보수 및 퇴직금 규정과 감사 선임 및 보수와 퇴직금 규정과 관련한 정관 변경을 총회 개최 목적으로 담았다.


이 가운데 '황금낙하산'이라 지적받던 '이사의 보수와 퇴직금' 규정 개편에 나서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진원생명과학은 최대주주인 박영근 대표의 지분율이 낮아(2023년 9월 30일 기준 박 대표 개인 지분율 6.88%, 특수관계인 포함 8.75%) 발생할 수 있는 적대적 M&A를 막기위해 황금낙하산 조항을 정관에 반영했었다.

이에 따라 진원생명과학 현재 정관에 따른 이사의 보수 한도는 연간 500억원이다. 더불어 임기 중 해임 시 퇴직금 외 보상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 이미 박 대표를 포함한 등기이사 및 감사 전원이 임기 만료 후 재신임을 받지 못한 터라 해당 조항이 발동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향후 거버넌스 재정비 등을 고려한 첫걸음으로 해석된다.

이번 황금낙하산 철폐는 올해 6월 소수 주주들이 조항을 삭제를 요구한 안건이기도 하다. 당시 김재천 진원생명과학 주주협의체 대표는 "대표 해임 시 퇴직금 외 보상액을 100억원 지급해야 한단 조항은 악법으로 삭제해야 한다"며 "주주들의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간 박 대표를 중심으로 지적돼 온 고액 보수 논란을 끊기 위한 정관 개정안도 이번 주총에서 다룰 예정이다. 지급보수 총액을 현실화하고 기존 이사회 의장이 결정하던 보수 집행을 보수위원회에 일임하는 게 핵심이다. 박 대표는 진원생명과학과 자회사 등으로부터 직전 5년 간 연봉총액은 358억원을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반년 넘게 밀린 유증 마무리 필수… 금감원·시장·주주 동시 설득 매개체 가능성

이번 정관 변경을 단순히 적극적인 주주행동의 결과로 보기엔 어려운 측면도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진원생명과학이 올해 5월부터 추진해 온 유상증자가 답보상태에 들어선 것과도 얽혀 있는 영향이다.

진원생명과학은 미국 사업 확장 등을 이유로 지난 3년 간 시장에서 약 2500억원을 조달했다. 이번 조달액이 최초 제시했던 818억원보단 줄었지만 여전히 600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4년 간 시장과 주주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 총액은 3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럼에도 진원생명과학은 장기간 이어진 적자 구조를 끊지 못한 상태다. 2004년부터 영업적자가 났는데 2023년 회기가 곧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0년 연속 이어질 것으로 확실시된다.

영업손익으로 관리종목 지정이 되지 않는 코스피 상장 규정에 따라 상장폐지 우려는 없지만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감독당국으로부터 앞서 유상증자 신고서를 수 차례 정정받은 것을 봐도 이번 자금조달의 '명분'과 효용성이 약한 것과 관련이 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의 정관 변경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안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최대 주주 지분율 대비 소액주주 지분율 (91.25%)이 압도적으로 높다. 다만 이 황금낙하산 철폐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앞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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