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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무관심, 블록딜이 사라졌다 약세장에 기대수익 미미…불공정거래 낙인 우려감

손현지 기자공개 2023-12-26 08:33:32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식시장에서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의 존재감이 부쩍 약해졌다. 원래도 비중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올해는 더욱 줄었다. 하반기 들어서도 500억원 이상거래 중 넷마블 블록딜 정도 뿐이다.

기관 투심이 위축된 점이 원인이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블록딜을 성사시키려면 투자수요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올들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 한국앤컴퍼니의 선행매매 의혹 등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은 시장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부담을 느낀 기관 투자자들은 거래 자체를 꺼리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확실한 호재를 확인하더라도 투자를 꺼려하는 추세, 당국의 시장 감시 강화태세로 미공개 정보라는 애매한 범주 규제에 걸리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가뜩이나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어 기대수익도 미미한 상황이라 인기는 시들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출처=더벨 플러스
◇한국앤컴퍼니·카카오 사태로 당국 감시망 강화, 인기시들

21일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500억원 이상 규모의블록딜 발행량은 1조607억원, 발행건수는 11건에 그쳤다. 2021년 1~9월 발행량이 5조5393억원, 작년 같은 기간에는 4조9324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셈이다.

하반기 들어선 지난달 추가된 넷마블 블록딜 정도가 유일하다. 블록딜은 하이브 지분 6%를 블록딜로 처분한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하이브 주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블록딜은 원래도 전체 ECM(주식자본시장) 시장 내에서도 비중이 미미했지만 더 작아졌다는 분석이다. 상반기에는 유동성 확보와 신용등급 방어 차원에서 다수 기업들이 블록딜에 나섰다. 두산밥캣, 엔켐, 솔루엠, 삼성SDS, 서울도시가스, 금양, 다우데이타 등이 블록딜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대규모 블록딜이 성사되려면 투자 수요가 뒷받침되야 한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선 기대수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의 감시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하기에 인기가 떨어진 것이다. 소수 기관을 섭외하는 클럽딜(Club Deal) 형태 정도만 성행하는 상황이다.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선 당국의 강화된 주식거래 감시 기조도 블록딜 참여에 꽤나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카카오, 한국앤컴퍼니 등 주식시장 교란 행위가 잇따르자 기관투자자들의 주식거래 현황 중 내부정보 이용 거래, 미공개정보 이용거래, 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당국의 시도는 좋으나, 기관투자자들의 메리트는 사라지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면 상부에서 제한을 거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나 개인 투자자들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엔 기관투자자들만 알 수 있던 고급 정보들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블록딜은 장마감 직후 약 2~3시간 사이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최근엔 이 과정에서부터 정보가 새어나간다. 시간외거래 가격과 다음날 시초가에 할인된 가격이 반영되는데, 기관투자자들의 메리트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주식시장이 약세장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블록딜은 할인율이 적용된 가격에 주식을 인수해 일정기간 후 차익실현이 가능한 투자법이다. 대주주들이나 대형 투자자들이 재원 마련을 위해 활용하지만, 약세장에선 기대수익이 작을 수 밖에 없다.
*출처=더벨 리그테이블
◇불황 속 한국투자증권의 선전, '두산밥캣·엔켐'

국내 블록딜 시장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JP모간, 모건스탠리, 씨티 등 해외 하우스들이 리그테이블 상위권 경쟁을 해왔다. 해외 투자자 섭외는 물론 보안 유지에도 국내 하우스보다 강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외국계 일색이던 순위표에 변동이 생긴 것은 지난해다. KB증권이 더벨 리그테이블 집계 이후 국내 하우스 가운데 최초로 블록딜 부문 주관 1위에 올랐다. 상반기 2위에 머물렀으나 막판 한진칼 블록딜 등을 주관하며 19.23%의 점유율로 JP모간(15.38%)을 제쳤다.

특히 올해는 한국투자증권이 선전했다. 상반기 3건의 블록딜을 도맡으며 1위를 차지했다. 주관 규모는 6262억원, 기간 내 비중이 62.11%에 달한다. NH투자증권과 함께 진행한 두산밥캣(3월) 딜을 빼더라도 엔켐, 두산밥캣(6월) 2건을 단독 주관해 1위를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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