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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HMM 인수]'팬오션 때와 다르다' JKL, 제한적 역할만 수행한 이유는팬오션 인수 당시 진두지휘, '복잡다단' 이해관계 속 FI 역할 집중

김예린 기자공개 2023-12-20 07:44:50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KL파트너스(이하 JKL)가 벌크선사 부문 국내 1위 해운사 팬오션에 이어 국적 컨테이너 해운사 HMM 인수전에서도 하림의 우군으로 나섰다. 팬오션 인수 당시에는 공동 투자사일뿐 아니라 딜을 구조화하는 자문 역할을 맡으며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나, 이번에는 물밑에서 단순 재무적투자자(FI)로 딜에 참여하는 모양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채권단은 전날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수 가격은 6조4000억원 수준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거래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JKL과 하림그룹이 조단위 딜에 손을 맞잡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5년 하림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린 뒤 법정관리 중이던 팬오션을 인수했다. 전체 거래 금액 1조80억원 중 6800억원은 하림그룹이 책임졌고 JKL은 전체 인수대금의 약 20%인 1700억원을 부담했다. 2년 후인 2017년 블록딜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고, 이후 4년만인 2021년 잔여 지분 매각에 성공했다.

이번 HMM 인수전에서도 JKL이 취득하는 지분은 팬오션 때처럼 일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JKL은 특수목적법인(SPC) 포세이돈2014를 통해 팬오션 지분 2720만주(5.09%)를 인수한 바 있다. 이번에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 38.9%(3억 9879만주)를 인수하는 가운데 30% 이상은 하림이 책임지고 나머지만 JKL이 인수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하림그룹은 지주사란 점에서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탓이다. 6조원 넘는 전체 인수대금 가운데 JKL이 책임지는 금액이 아주 일부일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기존 하림그룹과의 파트너십에서 달라진 부분은 이번에는 단순 FI로 제한적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점이다. 팬오션 인수전 당시에는 딜 구조 자문 등을 포함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JKL은 과거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로 시작해 부실기업·채권 투자에 대한 투자자문, 기업 회생 방안 모색 등에 전문성을 쌓아왔다.

이를 기반으로 팬오션 인수 과정에서 투자자로서 일부 자금 모집을 담당하는 것을 넘어 인수와 관련한 전체적인 타당성을 검토하고, 딜 구조 및 회생 계획을 세우는데 적극 목소리를 냈다. 인수 후에도 경영 시스템 효율화, 선박금융 리파이낸싱 등 사업구조 개편과 부채비율 조정에 참여하며 ‘금융 주치의’ 역할을 도맡았다. 팬오션은 해운 영업력을 회복하며 실적이 급상승했고, JKL도 내부수익률(IRR) 30% 안팎을 기록하며 엑시트에 성공했다.

HMM 인수에서는 JKL이 딜 전면에 나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보단 FI로서 자금 조달에 함께하는 등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하는 분위기다. 전반적인 딜 조력자 역할은 하되 물밑에서 이를 조율하는 행보다.

전면에 나서는 건 하림 몫이었다. 실제 김흥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인수 포부를 드러내는가 하면, 결국 받아들여지진 않았으나 '지분 5년간 보유' 조건에서 인수 파트너인 JKL을 제외해달라는 옵션을 제시하기도 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채권단부터 노조, 경쟁사였던 동원그룹, 정치권까지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FI인 JKL의 활동 반경이 좁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는다. FI와 함께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낀 시선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딜 성격이나 구도의 차이도 분명하다. 팬오션 인수 당시에는 조단위 딜이 흔치 않았고, 하림그룹과 JKL이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여했다. 팬오션은 법정관리 딜인 구조조정 회사였기에 구조조정 전문 회사였던 JKL의 역할이 더 부각됐다. 이와 달리 HMM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정상 회사이고, 동원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SI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하림그룹은 해운업계에 처음 진출하는 것이었지만,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경영 정상화와 경쟁력 제고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해운 전문성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HMM을 인수하는 구조로, 팬오션 임직원들도 딜에 많이 참여했기에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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