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IB 풍향계]몸값 낮추는 대형 스팩들…증시 입성 '쉽지 않네'피아이이, 합병비율 등 밸류에이션 하향 검토…예심 청구 이후 세 번째 조정

안준호 기자공개 2023-12-29 12:50:53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7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 금액 400억원 이상의 대형 스팩(SPAC)들이 합병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예비심사 문턱을 넘었지만 최종 단계에서 연이어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 중이다. 미래 실적 추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몸값을 낮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대형 스팩을 시장에 올렸다. 기업공개(IPO) 호황기가 도래한 가운데 우회상장을 노린 수요도 적지 않다는 판단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성공 사례가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향후 합병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 추진 '피아이이', 합병비율 재차 검토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비전검사 솔루션 기업 피아이이는 하나금융25호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달 중순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에 이어 현재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현재 주관사인 하나증권과 피아이이 측은 증권신고서 준비와 함께 합병비율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예심 단계에서 두 차례 몸값을 낮췄지만, 합병 성공을 위해서는 또다시 기업가치 하향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피아이는 지난 5월 합병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최초 합병가액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4900억원으로 국내 스팩 합병 기준 최대 규모에 달했다. ‘메가 스팩’ 1호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청구 직후부터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스팩 합병의 경우 비상장법인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산술평균해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여기서 수익가치는 예상 현금유입을 기반으로 추산한다. 예심 청구 당시 하나증권과 회사는 올해 179억원, 오는 2027년 677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고 봤다.

이를 통해 계산된 합병 비율은 1대 0.7386615, 합병가액은 1만3538원이었다. 공모가가 1만원이었던 만큼 스팩 주주의 기대 수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의식해 피아이이 역시 예심 단계에서 연달아 몸값을 낮췄다. 이 과정에서 4900억원이던 예상 시가총액은 4485억원까지 낮아졌다. 재차 조정을 검토 중인 만큼 예상 시총은 더 내려갈 전망이다.

심사 과정에서 몸값을 내린 곳은 피아이이 뿐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하나증권 스팩과 합병을 추진 중인 팹리스 기업 사피엔반도체 역시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합병비율을 수정했다. 1대 0.1086420였던 비율이 마지막엔 1대 0.1304648로 바뀌었다. 합병 후 예상 시총 역시 약 1517억원에서 1200억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증권사 ‘골칫거리’ 된 메가스팩…내년 전망도 비우호적

우회 상장 형식인 스팩 합병은 직상장보다는 증시 입성 난이도가 낮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다만 공모 규모가 큰 대형 스팩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애초에 직상장을 검토했던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딜 구조 설계나 밸류에이션 산출이 쉽지 않다.

공모주 호황기 앞다퉈 등장했던 ‘메가 스팩’들의 합병 성공 사례가 아직까지 없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11년만의 코스피 스팩이었던 NH스팩19호 역시 복수 기업을 대상으로 합병을 추진했으나 현재는 청산을 앞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메가 스팩을 출시했던 다른 증권사들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

내년 전망도 우호적이지 않다. 금감원은 이달 스팩 상장 기업의 고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권신고서 서식 개정에 나섰다. 외부평가기관인 회계법인의 평가 이력 등을 공시항목으로 추가하고, 현금흐름할인 방식의 가치평가방법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가치평가법을 활용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역시 금감원의 현재 제도 개편 방향을 고려해 현재 스팩 합병을 추진 중인 기업들에게 간접적으로 밸류 조정을 권유하는 분위기”라며 “내년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기업가치 하향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