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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에서 시스템반도체까지, 한화그룹 내 협력 증대 한화비전·한화임팩트파트너스 손잡고 시스템반도체 법인 설립…리스크 분담

임한솔 기자공개 2024-01-04 07:45:17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2일 16: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신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자체 역량이 충분해도 시장 환경이 받쳐주지 않거나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는 등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긴 시간 적잖은 금액을 투자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한화그룹 같은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그룹이 신사업 진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그룹 내 회사들끼리 손잡는 것이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선박, 로보틱스, 시스템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신규 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협력하고 있다.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 포트폴리오의 이점을 공유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한화비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7일 한화임팩트 자회사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함께 신규 반도체 설계 전문법인 팹리스파이오니어홀딩스(Fabless-Pioneer Holdings, Inc.)를 설립했다.

이번 법인 설립은 각 회사가 지닌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화비전은 시스템반도체 전문 자회사 비전넥스트아메리카(Visionext America, Inc.) 주식을,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미국 지주회사인 A123(A123 Corporation) 주식을 각각 내놨다. 이에 따라 한화비전과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각각 신규 법인 지분 62.03%와 37.97%를 갖게 됐다.

비전넥스트는 2021년 한화테크윈(현 한화비전)에서 분사한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이다. 한화비전은 2022년 비전넥스트 주식을 현물출자해 미국 법인 비전넥스트아메리카를 설립하고 한화비전→비전넥스트아메리카→비전넥스트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이 구조가 한화비전·한화임팩트파트너스→팹리스파이오니어홀딩스→비전넥스트로 바뀐 것이다.


비전넥스트아메리카와 A123이 결합한 팹리스파이오니어홀딩스는 향후 한화그룹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대를 위한 중간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앞서 A123을 통해 신경망처리장치(NPU) 전문 팹리스 뉴블라 지분 대부분을 보유해 왔다. 뉴블라와 비전넥스트가 팹리스파이오니어홀딩스를 통해 연결되면서 협업 기반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팹리스파이오니어홀딩스가 새로운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발굴해 한화임팩트파트너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한화비전 모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쪽에서 보면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협력함으로써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분담할 수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력인 방산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도 고도의 반도체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화비전이 지난해 11월 비전넥스트아메리카에 2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시스템반도체 이외의 신사업에서도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협력이 눈에 띈다. 지난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등 여러 계열사가 함께 한화오션 인수 자금을 댔다. 이들은 이후 한화오션이 진행한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며 자금 부담을 완화했다.

㈜한화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경우 힘을 합쳐 한화로보틱스를 세우고 식음료(F&B) 시장에서의 로봇 상용화에 앞장선다는 방침을 내놨다. 로봇기술 발전과 인건비 상승에 따라 증가하는 협동로봇 수요를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한화로보틱스 임원으로 일할 정도로 내부적인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이 손잡고 미국 투자회사 한화퓨처프루프를 설립한 것도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주요 협력 사례 중 하나다. 한화퓨처프루프는 두 회사로부터 1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받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항공우주,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 등과 관련한 유망 기업을 발굴할 것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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