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윤곽 드러난 삼성·LG전자 성적표, 대기업 부품사 '희비'완제품 고객 움직임 촉각…2024년 일부 반등 전망
김도현 기자공개 2024-01-12 08:20:09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0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자업계 형님격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매분기마다 잠정실적을 공개한다. 투자자들의 정확한 실적 예측 및 기업가치 판단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다. 주식시장은 물론 관련 업체들도 여기에 촉각을 기울인다. 해당 분기 실적의 풍향계이자 전자업계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한 힌트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가 가전, 모바일 등 완제품을 다루는 만큼 협력사의 상황도 가늠해볼 수 있는 게 잠정실적이다.양사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보면 모바일은 선방한 가운데 TV, 가전 수요 회복은 지연 추세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가 살아나고 자율주행 및 전기차 성장으로 전장이 힘을 받은 점도 관전 포인트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삼성·LG그룹 내 부품사 또는 사업부별로 명암이 드러났다.
◇기대 이하 삼성전자, 올해 반등 가시화
삼성전자는 2023년 내내 밝지 못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낸 탓이다. 이에 따라 1~2분기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와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선전이 없었다면 전사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하반기 들어 DS부문의 적자 폭 축소로 실적이 일정 부분 개선됐다. 3분기 영업이익 2조원대를 회복한 데 이어 잠정 실적이 공개된 4분기는 2조8000억원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와 1조원 이상 괴리가 있긴 했지만 D램 사업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돼 2024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의 경우 고객 재고 정상화 및 수요 개선이 이뤄진 가운데 적극적인 선단제품 대응으로 전기대비 실적이 대폭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MX사업부는 폴더블폰 효과가 상쇄된 4분기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면 TV, 생활가전 등을 제조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사업부는 불확실성 지속 및 경쟁 심화에 발목을 잡혔다.
이에 비춰볼 때 삼성전자 DS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세메스 등의 실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우선 DS부문은 이르면 올해 1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간으로는 1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아픔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4분기에도 1조원대 중후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폰15' 시리즈 본격 공급이 살짝 밀리면서 애플 효과가 4분기에 두드러진 영향이다.
TV, 모니터 등 수요 증가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는 속도 조절에 무게가 실린다. 대신 올해 6~7월 유로2024, 파리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몰려 있는 점은 긍정 요소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등이 주력 제품이다. 이중 비중이 가장 큰 MLCC는 전자기기 필수품이다. 지난해 전방산업이 흔들리면서 삼성전기도 부진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약 1100억원으로 전기대비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 유력하다. 우선 이달 삼성전자에서 최초의 인공지능(AI)폰으로 불리는 '갤럭시S24' 시리즈가 출격한다. 삼성전기는 MLCC와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데 갤럭시S24가 흥행한다면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로 무게중심을 이동했지만 전자재료 사업도 작지 않은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가 메인이다. 마찬가지로 완제품 판매가 줄어들면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해당 부문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27억원으로 전년대비 37%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 성과는 주요 거래처인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완제품이 살아나면 부품에 이어 소재까지 반등하는 흐름이다. 예상보다 늘어나지 못하면 결과는 반대다.
삼성그룹에서 반도체 장비를 다루는 세메스도 DS부문과 함께 궤를 같이했다. 지난 3분기 52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4분기 실적 전망 역시 어두웠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는 삼성전자의 국내외 반도체 공장 투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인 만큼 작년보다 나아진 한해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분기 힘 빠진 LG전자, 전장 상승세 계속
LG전자는 2023년도 미소를 지었다. 3년 연속 연매출 기록을 달성한 덕분이다. 84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자업계 전반이 부진한 것과 비교하면 연간 3조54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2022년 흑자 전환한 전장 사업이 2023년에는 더욱 힘을 냈다.
LG전자는 "주력사업의 견고한 기초체력(펀더멘탈)을 유지한 가운데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성장이 더해지며 사상 최대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작년 4분기로 한정하면 다소 아쉬웠다. 주력인 생활가전 및 TV 등이 소비심리 위축 여파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통상 4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크리스마스 등으로 완제품 판매가 활발한 시즌이지만 이같은 효과를 누리지 못다. 중국 업체 진입 등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실적에는 LG이노텍이 포함된다. LG이노텍은 애플 공급망 내 최대 카메라 모듈 공급사다. 일본, 중국 등 경쟁업체가 빠지면서 최근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4분기 애플 효과가 본격화했을 터다. 뒤집어보면 LG이노텍을 제외하면 LG전자 실적은 더 나빴다는 의미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별도기준으로 LG전자가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 내 부품사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침체했다. LG이노텍은 작년 4분기 일부 반등이 예상되고 있으나 영업이익 4814억원으로 컨센서스(4994억원)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15 시리즈에는 이전과 달리 손떨림보정부품(OIS) 등 매출이 더해졌는데 이를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더불어 LG이노텍은 반도체 업황에 따라 기판사업이 좋지 못했다. 대신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등 차세대 제품 양산을 개시한 만큼 올해는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와 같은 흐름으로 전장부품 쪽도 점차 나아질 전망이다.
작년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에 그친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들어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아이폰15용 패널 공급이 시작된 덕분이다. 문제는 여전히 대형 OLED 비중이 크기 때문에 TV 시장이 개선되지 않으면 적자로 회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LG디스플레이가 재차 영업손실을 낼 수도 있다고 본다.
올해는 정보기술(IT)용 OLED와 차량용 OLED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형 OLED 부진을 상쇄하고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는 차원이다. 이러한 작업이 성공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대 요소는 충분하나 대내외 변수 등 넘어서야 할 관문도 존재한다.
LG화학 IT소재 사업부와 LG그룹에서 독립한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각각 OLED 재료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이 메인이다. LG디스플레이 시나리오대로 IT와 오토모티브 부문 성공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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