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디·배 할퀴는 중국]늘어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설 길 잃은 토종기업①미·중 무역분쟁 속 위기 vs 기회 공존, 삼성·SK·LG '촉각'
김도현 기자공개 2024-11-15 10:40:57
[편집자주]
중국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기점으로 이같은 기조는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양강 사이에 낀 한국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먹거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이다. 소재, 부품 등 특정 품목에서는 이미 중국에게 주도권을 뺏겼다. 우위를 보이던 장비마저 중국산이 판을 친다. 중국 공세에 시달리는 국내 소부장의 현주소와 대안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2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건 반도체다. 반도체와 세트로 묶이는 디스플레이도 톱10에 들 정도로 비중이 작지 않다. 전기차가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현상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배터리도 한국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해당 3가지 품목은 삼성, SK, LG 등 대기업은 물론 이들과 협업하는 협력사들의 '밥줄'로 여겨진다. 각 부문에서 국내 기업의 존재감이 확실하지만 최근 수년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특히 후발주자로 여겨지는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면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기업이 중국에 밀려 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배터리 이어 반도체마저 '빨간불'
"첨단산업에서 중국은 더 이상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만난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년 전만 해도 중국과 격차가 분명하다는 이들이 많았으나 현재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흐름에 대한 경계와 우려도 커졌다.
성역으로 여겨진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5년 하반기에 중국 메모리 업체의 D램 시장점유율은 1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60~70%에 육박하는 한국과 차이는 여전하나 두 자릿수까지 올라온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될 전망이다.
중국 메모리 대표주자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비 여러 세대 뒤처진 구형(레거시) 반도체를 양산하지만 자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막대한 내수 시장을 통해 CXMT의 몸집이 빠르게 불어나는 한편 기술력까지 더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CXMT는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고객에 납품했다. 5세대 HBM(HBM3E) 양산에 착수한 국내 기업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지만 HBM 시장에 발을 들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크다. SMIC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 '톱5'로 거듭난 상태다. 화웨이 등이 TSMC와 거래가 끊긴 빈틈을 SMIC, 화홍 등이 채우고 있다.
SMIC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등 첨단 설비를 활용하지 못하는데도 자체 기술로 7나노 반도체를 찍어내는 저력을 보였다. 추후 중국의 선단 공정 완성도가 어디까지 올라올지 쉽게 가늠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외에도 수천 개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가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에서는 이미 중국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에서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잠식한 데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 BOE와 CSOT 등은 자국은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글로벌 기업도 고객으로 삼고 있다.
배터리는 CATL과 BYD 등이 국제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CATL의 경우 글로벌 점유율 선두다. 전기차 1위 테슬라를 비롯한 세계적인 완성차업체가 중국 배터리를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마저 중국 협력사와 손을 잡고 있다. 더불어 전기차 영역에서도 중국산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 점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에서 파생되는 공급망이 중국 위주로 형성되고 있는 부분이다.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가 타격을 받는 지점이다. 배터리를 필두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서도 중국 소부장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돌아온 트럼프, 한국 첨단산업 운명은
중국발 태풍의 변수는 미국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물러나면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한다. 1기보다 2기 때 중국을 향한 공세가 더욱 거세고 노골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디스플레이의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배터리의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은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반도체에서는 부정적인 여파가 클 확률이 높다. 중국과의 거래가 단절되고, 미국 위주 정책 전개로 반도체 보조금 등이 축소될 수 있어서다.
디스플레이에서는 BOE, CSOT 등이 제재 대열에 합류할 경우 국내 기업에 호재다. 다만 디스플레이에서도 '청구서'가 날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터리는 디스플레이와 유사한 듯 다르다. CATL 등 견제에는 긍정적이나, 전기차 산업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산업적인 가치로 접근하는 시대는 끝났다. 정치역학적인 관점에서도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로비 등 부가 비용이 많이 들 수 있고 해외 투자 및 시장 공략에 변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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