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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디·배 할퀴는 중국]붉게 물든 폴더블·TV 공급망, 국내 기업 '적색경보'③완제품부터 부품·장비까지 중국산 확산

김도현 기자공개 2024-11-21 10:42:35

[편집자주]

중국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기점으로 이같은 기조는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양강 사이에 낀 한국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먹거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이다. 소재, 부품 등 특정 품목에서는 이미 중국에게 주도권을 뺏겼다. 우위를 보이던 장비마저 중국산이 판을 친다. 중국 공세에 시달리는 국내 소부장의 현주소와 대안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자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이지만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중국 경쟁사가 빠르게 따라오면서 턱밑까지 쫓아왔기 때문이다. 점유율은 물론 기술력에서도 상당 부분 추격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선두를 수성해온 접는 스마트폰(폴더블폰), TV 등이 대표적이다. 수년~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으나 최근 사뭇 다르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끼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등으로 영토를 확장 중이다. 부품과 장비까지 자국산으로 채우면서 전 세계를 붉게 물들일 기세다.

◇삼성도 넘었던 화웨이, 힌지 시장 흔드는 환리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 7월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Z플립6' 2대 중 1대에는 중국 환리의 외장 힌지(경첩)가 투입됐다. 외장 힌지는 양옆 또는 위아래 2개 패널의 이음새 역할을 한다. 접고 펴는 폴더블폰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그동안 외장 힌지는 KH바텍이 독점해왔다. 동시 출시된 '갤럭시Z폴드6' 외장 힌지는 KH바텍이 대부분 담당했다.

*삼성전자 '갤럭시Z5' 시리즈(왼쪽)와 '갤럭시Z6' 시리즈 내부 모습

문제는 환리가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 부품 협력사 다변화를 추진 중인데 환리가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KH바텍은 물론 파인엠텍, 에스코텍 등이 신규 플레이어들이 외장 힌지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외장 힌지의 경우 플립, 폴드 시리즈 간 차이가 크지 않고 추후 2번 접는 '트리폴드' 제품이 나오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환리가 플립을 넘어 폴더블 라인업 전반에서 물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환리가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들어오는데, 경쟁사 대비 70% 수준으로 안다"며 "차기작부터는 플립 최대 벤더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환리를 기준점으로 삼고 국내 협력사에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 카메라 모듈 등에서도 중국 침투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써니옵티컬은 '갤럭시S' 및 '갤럭시Z' 시리즈 등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 중이다. 올해 최고급 제품인 '갤럭시S24 울트라', 갤럭시Z폴드6 후면 카메라 일부를 담당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장악하던 폴더블폰 부문에서는 화웨이 등 중국 확장세가 활발하다. 화웨이는 특정 기간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이들은 유럽, 아프리카 등으로 눈을 돌려 공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전자 AI TV

◇'메이드 인 차이나' TV 쑥쑥, 프리미엄까지 접수

모바일을 넘어 TV에서도 중국이 한국의 몫을 빼앗는 형국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TV 시장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 15% △하이센스 12% △TCL 12% △LG전자 10% △샤오미 5% 등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분류하면 27%대 29%로 중국이 앞섰다.

더 큰 문제는 프리미엄 TV 분야다. 점유율을 보면 작년 3분기와 올 3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43%에서 30%, LG전자는 20%에서 16%로 감소했다. 반면 하이센스는 14%에서 24%, TCL은 11%에서 17%로 증가했다. 격차가 컸던 고급 TV 시장에서도 중국 대세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핵심 부품인 패널도 중국이 장악해나가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격 경쟁에서 힘에 부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액정표시장치(LCD)를 중국이 꽉 잡으면서 양사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추세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패널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우려된다.

패널 제조에 필요한 설비도 중국이 하나둘씩 점령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제재를 기점으로 소재, 장비 등 내재화에 열을 올리는 동시에 한국 기술 및 인재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하우를 넘긴 톱텍이 한 예다.

중국 장비사가 BOE, CSOT 등 생산라인 내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과거 대비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높던 한국 장비업계는 비상이다.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이다. 1기보다 2기에서 더욱 강력한 중국 억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면서 전자업종 전반에서 경쟁 상대인 한국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중국은 기술력 향상, 우회 수출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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