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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증권사 PF '모럴 해저드'

이승우 자본시장부 부장공개 2024-01-16 13:57:29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은 남아 있다. 하지만 잘잘못에 대한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샌싱(PF)과 관련 증권사 임직원들의 비리가 여의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금감원이 증권사와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재수 없게 걸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마인드가 부동산 업계의 컨센서스라고 하니 모럴해저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케 한다.

"증권사 부동산 PF 담당자가 개발 정보를 먼저 알고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건 다반사입니다."

증권사 오너 사장의 이야기로, 업계는 물론 이 관행을 이어오던 자기 회사 담당자들을 구도(?)하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출해주는 대규모 사업장 근처에 땅을 사면 된다. 친인척이나 친구 등을 동원하는 건 뻔하다.

더 발전하면 별도의 회사를 차리기도 한다. 사실상 차명으로 회사를 차려 PF 프로젝트에 지분을 태우기도 한다. 자금도 대여해 주면서 이레저레 잇속을 다 챙긴다.

진화된 혹은 다른 차원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대출 담당자가 시행사들에게 리베이트를 받는 방법이다. 최근 징계를 받은 모 증권사 임원은 시행사로부터 헐값에 CB를 인수해 그 자리에서 시행사 관계사에 비싸게 팔아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개인 회사까지 차려 이런 거래를 했으니 상대적으로 작전이 치밀했다.

이런 거래가 일어날 당시만 해도 당사자들은 모두 행복한 듯 했다. 시행사는 무리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좋고 증권 회사도 결국 이자수익을 벌어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담당 직원이 받는 혜택은 업계 관행이라고 하니 경영자들이야 눈 감으면 그만이다. 불법적인 관행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윈윈 비즈니스'로 둔갑했다.

하지만 이 연결고리가 파열음을 내며 끊어지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PF가 올스톱되자 이해 관계자들이 제 살길 찾겠다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저금리 축복이 덮고 있던 배임과 횡령 등 불법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누군가 피해를 보는 사람이 숨겨져 있었다는 뜻이다.

앞선 증권사 사장은 "PF가 올스톱되면서 개인에게 이권을 제공한 시행사 쪽에서 증권사를 찌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행사 입장에서 보면 줄 건 다 줬는데 사업이 망가지니 '너죽고 나죽자'는 심정으로 당국에 고발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도 너무 많아 모든 증권사 PF 담당자가 긴장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PF 업계가 저금리라는 '마약'에 너무 취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숨겨진 모럴해저드가 낱낱히 파헤쳐지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재수 없어 걸렸다'로 끝날 수 있다. 이참에 더 큰 칼을 들이대고 더 날카롭게 베어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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