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후보군 분석]'디지털 트윈기술' 이에이트, 오버행 우려 선차단상장후 락업물량 60%대 육박…시놉시스, 동종업체 앤시스 조단위 인수 화제
성상우 기자공개 2024-01-18 08:03:05
[편집자주]
지난해 코스닥 업계는 다사다난했다. 주가 변동폭이 커진 탓에 외부조달은 위축됐고 신사업 여지도 덩달아 줄었다. 덩치 큰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으로 짐을 쌌다. 국내 첫 반도체 팹리스 유니콘인 파두 이슈는 여진을 강하게 남기기도 했다. 시장은 회복된걸까. 새해는 코스닥 선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간 악재에 대한 자정작용 노력과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투심이 돌아오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 문을 두드렸던 기업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더벨이 코스닥 출사표를 던진 이색업종 기업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에이트는 최근 뜨고 있는 ‘디지털 트윈’ 업체 가운데 기술력이 가장 앞선 곳으로 통한다. 현실 세계를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과 그 속에서 특정 상황을 가정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합·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국내에서 유일하다.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내세운 이에이트는 이미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기술특례를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전문기관 두 곳 모두 A 등급을 줬다. 실계약 공급물량이 받쳐주고 있어 실적 성장세도 기대된다. 주주 물량 대부분을 보호예수 걸어 코스닥 오버행 우려를 사전에 차단할 정도로 상장 후 주가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술력 '합격점'
이에이트는 김진현 대표가 지난 2012년 설립했다. 영국 런던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디지털 전환 분야의 성장성을 확인하곤 곧바로 창업에 나섰다. 설립 후 10여년간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최근까지도 직원 92명 가운데 70%가 연구 인력인 만큼 R&D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 결과가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로 현실 세계와 동일한 가상 공간을 구현한 뒤 여러 가지 상황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술이다. 도심 공간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뒤 그 속에서 인구와 교통이 어떻게 순환하는지를 보는 식이다. 자연환경이나 인체를 구현해 재난·재해가 어떤 양상으로 확산되는지를 보거나 혈관 속에서 혈류가 어떻게 순환하는지를 보면서 질병 원인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시뮬레이션의 경우 국내 최초로 ‘입자 기반 시뮬레이션’을 구현했다. 기존 격자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에 비해 미시·거시적 현상을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 물·공기·미세먼지의 흐름을 비롯해 산사태 등 대규모 자연 현상을 시뮬레이션함에 있어 이론적으로 현존하는 가장 정확한 기술인 셈이다.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는 지난해 3월에 마쳤다. 한국기술신용평가와 한국발명진흥회로부터 모두 A 등급을 받았다. 기술성 평가 기업 다수가 두 곳 중 한 곳에서 BBB 등급 이하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적표다. 기술성 평가 2개월 뒤인 5월에 곧바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냈고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심사승인을 받았다.
지난 11일 증권신고서를 내면서 코스닥 출사표를 던졌다. 구주매출 없이 신주로만 113만주를 공모하는 구조를 짰다. 공모 예정금액은 209억원이다. 이달 29일과 다음달 13일 각각 기관투자자,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거친 뒤 별다른 변수가 없을 경우 다음 달 중 상장을 완료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최대주주 보호예수 3년…동종업체 앤시스 몸값 '47조' 눈길
공모 과정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보호예수 물량 비율이다. 총 주식수의 60% 가까운 물량에 매각제한을 걸었다. 제한 기간은 1년 이상이 대부분이다. 최대주주 김진현 대표와 특수관계자 지분 약 30%의 경우 3년 제한을 걸었다. 다른 주요 주주 박모씨와 김모씨 16%대 지분에 대해서도 1~2년의 제한을 걸었다.
예심청구일로부터 1년 이내에 지분을 취득한 SBI인베스트먼트(2022 SBI혁신성장펀드· SBI-KIS 2022 BIC3호투자조합) 지분 3.17% 역시 1년간 팔지 못한다. 1개월 뒤 팔 수 있는 물량이 있지만 지분 비율은 2.08%로 미미하다.
코스닥 신규상장 종목들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오버행 우려를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라 1개월까지만 보호예수를 설정할 수밖에 없는 물량이 2%대에 그쳤다는 점도 상장 초기 주가 흐름 상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적어도 기존 주주 보유 물량 출회에 따른 주가 하락 걱정은 상장 후 1년간 최소화시킬 수 있게 됐다.
상장 후 성장세 유지도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스마트시티 관련 매출이 본격 발생하기 시작했다. 세종시에 조성되는 국내 첫 번째 스마트시티 사업에 디지털 트윈 구축사로 참여해 가상 도시 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두 번째 스마트시티인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에도 참여 중이다. 추후 각 지방자치단체가 연이어 추진하게 될 스마트시티 및 도시 정비 사업을 따내는 데 있어 가장 앞서있는 레퍼런스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은 스마트시티 뿐만 아니라 건설·부동산 및 화학·중공업, 일반제조업, 의료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출할 수 있다. 실제 다수의 건설·전자·제조업 분야의 대기업들과 시뮬레이션 협업을 진행 중이며 공급 계약된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글로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는 점도 공모와 맞물려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전자 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인 시놉시스가 엔지니어링 디자인 시뮬레이션 업체 앤시스를 350억달러(약 47조원)에 인수한 것은 상징적인 딜로 통한다. 앤시스는 이에이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로 삼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이에이트 관계자는 “AI 시대 흐름에 맞춰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 AI 기술을 접목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켜 현실과 가상의 연결 정확도를 고도화시키고 있다”면서 “올해는 스마트시티 뿐 아니라 제조·전기전자·이차전지·건물관리·도로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향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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