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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동맹의 재편]HMM의 위상따라 항구도 화주도 흔들린다③중소 해운사, 국적사 위상 하락 위기…부산항 터미널 경쟁심화 전망

허인혜 기자공개 2024-02-02 07:32:14

[편집자주]

바닷길에 빗금은 없지만 주인은 있다. 소유자가 다른 물길이 붙어있다보니 규율은 빡빡하고 이권다툼도 적잖다. 하지만 서로의 길을 침범하지 않고 해운업을 하기는 불가능한 일, 국제 해운동맹이 중요한 이유다. 한동안 3강 체제를 구축했던 국제 해운동맹은 새로운 동맹의 등장으로 격랑에 빠졌다. 국내 해운업계는 HMM 매각전에 더해 글로벌 해운동맹 변화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 더벨이 해운동맹의 재편 현황을 짚어보고 국내 해운·물류 시장에 미칠 영향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한진해운의 파산과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입성 실패는 국내 해운업 전체의 위기로 여겨졌다. 한국 해운사의 '위상'에 타격을 입게 됐으니 앞으로 우리나라의 다른 해운사들도 해운동맹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었다. 두 곳이 무너지면 수혜를 입을 곳으로도 한국 국적 선사가 아니라 해외사들이 거론됐다.

이 시기 또 위기의 산업으로 주목 받은 게 항만업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자산매각을 결심하며 터미널 지분을 먼저 내놨는데 항만업이 그동안 해운업의 등락과 관계없이 호황기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해운사가 각자의 사정으로 해운동맹 합류가 불확실해지자 주요 고객을 잃을 위기에 흔들렸다.

이렇듯 해운동맹은 글로벌 회원사들의 이해관계만 얽혀있는 게 아니다. 물류가 출발해 목적지로 향해가는 과정은 모두 사업의 대상이 된다. 입·출항 부두를 운영하는 터미널 사업체와 선박으로 물류를 실어나르는 화주가 대표적이다. 부산항을 거치는 화물 중 열에 일곱은 3개의 글로벌 해운연합의 몫이다. 세계 해운동맹이 재편된다면 국내 기업 중 HMM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HMM을 제외한 국내 해운사들도 영향권 안에 있다.

◇HMM의 위상이 한국 해운산업에 중요한 이유

기업에게는 각자도생이 중요하지만 특정 목표를 위해서는 공동의 번영을 뽐낼 줄도 알아야 한다. 한국 해운사들의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도 마찬가지다. 해운동맹들은 가입의 조건으로 각 해운사들의 자격도 중요하게 검증하지만 해운사의 국적 또한 눈여겨본다.

만약 HMM이 다음 글로벌 해운동맹 찾기에 고전한다면 국내 해운업계는 2016년 이후 다시 한 번 연쇄 약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국내 해운사가 모두 글로벌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못한 사례는 2016년이 유일하다. 한진해운은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했으나 파산했고 HMM은 디얼라이언스 초기 가입은 실패하고 2M과 애매한 파트너십을 맺는 데 그친다.

당시 시장 안팎에서 한국 해운사 40년의 최대 위기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두 해운사의 위기도 위기지만 연쇄 작용을 우려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한국 국적의 해운사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양대 선사 시절과 달리 HMM이 힘이 빠질 때 받쳐줄 해운사가 없다는 점도 위기감을 키운다. 국내에서는 HMM을 제외하면 글로벌 해운선사들과 협업을 맺은 곳은 SM상선이 사실상 유일하다.

한진해운의 인적·무형자산을 이어받아 신생사지만 2M과 협약한 바 있다. 2020년 5월부터 2년간 2M과 아시아-북미서안 노선에서 공동운항을 진행하는 상호 협력을 개시했었다. 가능성은 가장 높지만 아직 양대선사가 되기는 역부족이다. 국내 2위인데 세계 순위로 보면 HMM과는 차이가 크다. 29위, 점유율은 0.2%다.

정부와 해운업계는 오래 전부터 한국판 해운동맹인 'K얼라이언스'를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국내 선사간 연합일 뿐 해운동맹의 대체제로 보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2016년에도 중소 해운동맹을 실험해 봤지만 뜨뜻미지근하게 끝났다. 2017년 14개 선사가 뭉친 한국해운연합이 출범했지만 2020년 슬그머니 K얼라이언스라는 이름의 새 한국형 해운동맹이 또 출항했다. 매번 '첫 출발'이라고 했지만 사실 구성 해운사들은 비슷비슷했고 효과도 마찬가지다.

◇국내 항만·화주도 해운동맹 재편에 촉각

2016년 국내 해운사들이 파산의 위기였을 때도 국내 항만산업은 최대 호황기를 거쳤다. 특히 부산항이 잘 나갔다. 물동량이 줄어도 잘 나갈 수 있는 분야는 환적이었다. 화물을 한 번에 목적지로 실어 나르지 않고 중간 기항지에 내렸다가 다시 다른 배로 옮겨 싣는 과정을 환적이라고 한다. 환적은 한 곳에서 화물을 내리고 올리는 작업을 다 하기 때문에 돈을 두 배로 번다. 부산항의 환적량은 싱가포르, 홍콩 다음이었다.

한진해운과 HMM이 그동안 해운동맹에 속한 게 주효했다. 한진해운과 HMM의 근거지 항구는 부산항이었고 해운동맹에 속한 두 회사가 부산항을 주로 이용하면서 다른 국적선사들도 따라왔다. 수출입 물류와 달리 환적은 인근 어느 항구에서 해도 된다.

해운동맹에 국내사가 끼지 못하면 굳이 부산항에서 환적하지 않아도 된다. 디얼라이언스가 유지되더라도 유럽 물량이 아쉬워진다. HMM이 디얼라이언스 입성에 실패했을 때도 부산항의 물동량이 줄었다.
부산항 신항 전경. 사진=부산항만공사

터미널 계약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3개 해운동맹은 각각 부산항 신항 1~5부두를 나눠 주력 터미널로 사용 중이다. 2M이 신항 2부두, 디얼라이언스가 1,3~4부두, 오션 얼라이언스가 5부두를 쓴다. 동맹을 중심으로 기항지 계약을 했기 때문에 재편에 따라 기항지를 바꿀 수 있다. 기존 터미널 대신 국내 자동화 항구인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등이 거론된다.

해운업계에서는 국내 항구의 물동량은 수출입 등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해운동맹 재편으로 급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해운동맹 재편으로 항만간, 터미널 운영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터널 사업자들은 싱가포르계인 PSA인터내셔널과 한진의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 HMMPSA신항만(HPNT) 등이다.

해운동맹의 변화는 화주에게도 영향을 준다. 국내 선사가 다양한 항로와 큰 선복량을 갖춘 해운동맹에 들지 못하면 대형 화주들은 선택에서 배제하고 중소 화주들은 선택지가 줄어든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중국 등 대형 항구와 물류량을 갖춘 국가가 있다. 중국 등에 기항해 물량을 채우면 굳이 부산항에 기항할 필요없이 바로 동서항로로 떠난다. 실제로 과거 같은 문제로 중소기업들이 선박 자리가 없어 수출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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