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R&D 인사이더스]돈 버는 신약 '케이캡'으로 본 HK이노엔 R&D 전략송근석 R&D 총괄 부사장 "신약 상업화로 지속가능 R&D 초석 마련 중요"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13 08:28:55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시 이후 최단기간 그리고 단일제 기준 최초 원외처방 실적 1000억원 돌파. 4년 연속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1위인 HK이노엔의 국산 30호 신약 얘기다. 주인공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오는 2028년까지 100개국에 진출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까지 제시했다.케이캡은 회사 정체성을 잘 녹여낸 제품이다. 이미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 약물이 관련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효능을 앞세워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 '돈 버는 신약'으로 자리매김 한 데 따라 HK이노엔의 다음 연구개발(R&D)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도 했다.
송근석 HK이노엔 부사장(사진)은 케이캡 개발의 주역이다. 개발 당시 CJ헬스케어 연구소장이었던 그는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시장성에 대한 우려에도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현재 R&D총괄 및 임상개발실장으로서 '넥스트 케이캡'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더벨은 송 부사장을 만났다. 그는 작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진 반열에 한층 더 가까워진 인물이기도 하다.
◇연매출 1000억 케이캡, 핵심은 'Best-in-class'
신약을 개발할 확률은 1만분의 1에 그친다. 그만큼 어려운 길이지만 제약바이오 기업이라면 반드시 해야만 할 숙명이라는 게 송 부사장의 철학이다. 신약 하나가 가져오는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핵심은 수익을 내는 신약이다. 기존에 허가받은 1세대 국산 신약들은 대부분 상업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송 부사장은 아무리 신약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본다.
문제는 빅파마와 비교할 때 국내 기업은 자본력과 기술력이 모두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 국내 기업은 초기 단계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왔다. 다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송 부사장은 기술수출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단발성 신약개발 및 파트너사 의존으로 변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이 계열 내 최고 약물 개발이다. 새로운 모달리티나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 개발에만 열중하기보다 기존 약물에 차별화를 꾀한 치료제로 빈틈을 공략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이렇게 탄생한 결과가 바로 케이캡이다. PPI 계열 약물이 이미 존재함에도 새로운 기전인 P-CAB 계열 약물을 만들었다.
케이캡은 이런 그의 생각이 맞았다는 걸 숫자로 증명한다. 중국, 미국 등 굵지의 세계 의약품 시장을 포함해 해외 35개국에 기술 및 완제 수출 계약 형태로 진출했다. 이 중 해외 7개국에서 출시를 마친 상태다. 작년 누적 원외처방 실적은 1582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2028년 100개국에 진출하고 2030년 케이캡으로만 전 세계적으로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무엇보다 케이캡이 HK이노엔의 지속가능한 R&D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케이캡이 낸 수익은 또 다른 투자 활동의 재원이 된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및 상업화에 이르는 신약개발 전주기 경험은 다음 신약개발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송 부사장은 "연간 1000억원을 벌어들이는 케이캡이 있기에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을 자신있게 추진할 수 있고 케이캡을 개발하면서 신약개발 전 주기를 경험한 덕분에 다음 신약을 개발할 때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모달리티나 계열 내 최초 신약을 아예 관심 밖에 두는 건 아니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혁신신약이다. 패스트 팔로워로서 빅파마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계열 내 최초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쌓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HK이노엔의 신약개발 전략은 기술수출이나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물질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만든 뒤 이를 기반으로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걸로 요약된다.
송 부사장은 "여러 분과에서 활발하게 처방되는 시장성 높고 성공 가능성 높은 신약개발을 우선적인 목표로 잡고 체력을 길러가면서 신기술 및 신물질 탐색하는 투트랙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 DNA로 '넥스트 케이캡' 찾는다, 새 모달리티 확장도 눈길
HK이노엔의 도전은 케이캡에서 그치지 않는다. 계열 내 최고와 계열 내 최초 신약을 동시에 개발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논리는 넥스트 케이캡 개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기술수출, 완제수출, 원료의약품(API) 수출, 직접진출 등 다각도로 상업화 방안을 모색하면서 신약개발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R&D에 있어 방점을 두는 분야는 암과 만성질환 영역이다. 꾸준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자체 후보물질 발굴은 물론 외부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거나 다른 업체와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현재 가동 중인 파이프라인만 30여개. 디스커버리 단계 물질이 15개, 개발 단계 물질이 18개다. 이들 가운데 송 부사장이 핵심으로 내세우는 파이프라인은 △JAK-1저해제 'IN-115314' △TYK2저해제 '22ND01' △EGFR저해제 'IN-119873' △IBAT저해제 'IN-114199' 등이다.
가장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은 아토피 치료제 후보물질인 IN-115314이다. 전 세계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9년 13조원에서 연간 13%씩 성장해 오는 2027년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사람용 바르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반려견 경구용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임상 3상 진입도 앞뒀다.
송 부사장은 "반려견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는 연내 임상 3상에 진입해 2026년 품목허가 획득을 예상한다"면서 "계열 내 최고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게 목표로 글로벌 동물치료제 업체들과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IN-119873의 경우 송 부사장이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건 파이프라인이다. 비임상 단계 물질로 3세대 제품과 병용하거나 이 약조차 듣지 않는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다음 선택지로 사용할 수 있는 4세대 EGFR 저해제로 개발 중이다. 올해 하반기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예정이다. 기술수출을 목표로 글로벌 기업과 협의하고 있다.
그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가 IN-119873와 동일 기전인 알로스테릭 EGFR 저해제를 중국 기업에서 기술도입했는데 이는 당사에도 기술수출 기회가 많다는 뜻"이라면서 "글로벌 수요에 따라 IN-119873도 협상력을 갖고 있는 데다 병용요법, 안전성 등에서 강점을 보유했다"고 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22ND01은 약효를 개선한 경구제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송 부사장은 "건선 표준 치료는 국소제 및 주사제가 중심인데 약효를 높인 경구제로 개발하고 있다"며 "JAK저해제 대비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다"고 했다.
새 모달리티 확장 차원에선 세포치료제, 항체치료제, 단백질치료제, RNA, 프로탁 등을 중점으로 살핀다. 자체연구뿐 아니라 공동연구, 위탁개발생산(CDMO) 등 여러 사업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공동연구개발 협력 통해 기술 내재화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차세대 치료제로 각광받는 CAR-NK 세포치료제 개발에 있어선 지아이셀과 맞손을 잡았다. 양사가 7개 타깃에 대한 CAR-NK 기초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뒤 최종 선정 파이프라인에 HK이노엔이 비임상 평가, 지아이셀이 대량 배양 공정개발을 수행하는 게 골자다. CAR-NK 세포치료제는 혈액에서 추출한 NK세포를 유전자 조작을 거쳐 특정 암세포와 결합하도록 만들어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항암제다.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 인체 장기 유사체오가노이드 분야에도 발을 내밀었다. 바이오벤처 셀인셀즈와 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치료제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으면서다. HK이노엔은 셀인셀즈가 개발 중인 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치료제의 국내 임상시험 진행을 위한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생산한다.
송 부사장은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국내 바이오산업이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HK이노엔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벤처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자본력이 있는 중견 기업과는 사업화를 위해 상호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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